잔잔한 일본 ‘감성’ 영화 한 편이 오늘 개봉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막내였던 히로세 스즈가 열 살이나 어린 고등학생과 함께 섬세한 인연에 대해 이야기하는 <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이다. <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는 타지마 렛토의 동명의 인기만화를 영화화 작품이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교외의 한 기차역에 나오타츠가 내리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고등학생’ 나오타츠는 학교 근처로 이사를 온 셈이다. 삼촌 시게미치의 집에 얹혀 지낼 생각이었는데 역으로 마중 나온 사람은 묘령의 여자 사카키 치사였다. 이 여자는 누구? 삼촌과는 무슨 관계? 함께 우산을 쓰고 집까지 걸어가며 의구심을 커져간다. 알고 보니 셰어하우스였다. 사카키와 삼촌을 포함하여 이제 5명이 이 집에서 함께 살게 된다. 그런데, 첫날부터 사카키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호의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왠지 까칠하다. 등굣길에 발견한 아기고양이를 매개로 나오타츠는 카에데와 친구가 된다. 나오타츠는 사카키가 자신을 불편해 하는 이유를 이내 알게 된다. 10년 전. 나오타츠의 아버지가 사카키의 어머니가 각자의 가족을 내버려두고 불륜도피 행각을 펼쳤던 것이다. 당시 어렸던 나오타츠는 그 일을 몰랐지만, 사카키에게는 엄청 큰 충격을 주었던 것이다. 사카키는 나오타츠에게 “그 일로 난, 죽을 때까지 연애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지.”란다. 이제, 연애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카키를 바라보면서 ‘순진한’ 나오타츠는 괜히 미안하다. 오래된 부모세대의 연으로 지금까지 맘고생하는 사카키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 그래서 옆에서 위로하고 말벗이 되어준다. 또, 그걸 옆에서 지켜보는 카에데는 속이 상한다. 이제, 이 복잡한, 악연의 감정들은 어떻게 풀릴까.
영화는 과거의 어떤 사건으로 마음을 닫아버린, 그와 함께 삶의 열정이 식은 듯한 26살의 사카키가 악연이랄 수 있는 열 살 연하의 남고딩을 만나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는 우정극이다. 어쩌면 연애극일 수도 있고. 영화는 몰랑몰랑하고 야들야들하다. 셰어하우스 사람들의 친밀하고 인간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주며 사카키의 분노(?)와 나오타츠의 진심이 어떻게 접점을 찾을지 사건을 이어간다. 두 사람은 첫 만남에서 묘한 긴장감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만 곧바로 ‘포틀래치 덮밥’에서 한 숨을 돌리게 된다. 그처럼 영화는 긴장감과 불안함 뒤에 이어지는 일상의 친밀감으로 편안함을 준다.
결국 사카키와 나오타츠는 바다에서 여유를 부린다. 분노와 원한, 혹은 일말의 미안함은 차가운 바다에 풍덩 빠뜨려 녹여버리면 될 것이다. 어쨌든 시간은 내일로 흐르고, 과거는 사라져버리니까.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강물이 바다에서 만나듯이 세상사는 아등바등 매달릴 게 없을 것이다.
▶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 (원제:水は海に向かって流れる) ▶감독:마에다 테츠 ▶원작: 타지마 렛토 ▶각본: 오시마 사토미 ▶출연: 히로세 스즈, 오니시 리쿠, 코라 켄고, 토즈카 준키, 토우마 아미 ▶수입/제공:㈜미디어캐슬 ▶배급:트윈플러스파트너스 ▶개봉:2024년8월7일/12세이상관람가/12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