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새 학기가 되면 학교에 가정생활기록부인가 뭔가를 써서 제출해야했다. 함께 사는 ‘식구’가 몇 명인지, 집은 몇 평인지(자가인지 전세인지), 가전제품은 뭐가 있는지, 차가 있는지 등등. ‘자가’와 ‘전세’의 개념도 모르는 아이들은 그런 조사가 왜 필요한지도 모르고 꼼꼼히 기입해서 담임 선생님에게 제출했다. 요즘 아이들은 알아서 자기들 레벨을 나누고 끼리끼리 노는 모양이다. 물론 그 중심은 부모의 인품(人品)이 아니라 재산이다. 여기, 그런 ‘레벨중시, 계층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 있다. ‘타로:일곱 장의 이야기’의 네 번째 이야기 <임대맘>이다. 학기 초 학부모 모임이라도 있으면 이혼남이 자기 아이들 기죽지 말라고 임대하는 ‘가짜엄마’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아파트) 임대동에 사는 가족이야기란다.
‘타로: 일곱 장의 이야기’는 LG유플러스의 STUDIO X+U가 만든 공포미스터리 연작물이다. OTT에서는 볼 수 없고 U+모바일tv로만 만나볼 수 있다. 지난 달 23일(화) 공개된 <임대맘>은 ‘한순간의 선택으로 뒤틀린 타로카드의 저주에 갇혀버리는 잔혹 운명 미스터리’ 4번째 이야기이다.
고급브랜드 아파트. ‘가진 집안’의 은샘(김지유)은 한 밤에 어디선가 ‘쿵쿵’거리는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다. 은샘의 엄마(서유리)는 아파트의 다른 엄마들과 만날 때면 항상 영지 엄마(박하선)를 데리고 온다. 다른 엄마들은 그런 박하선의 존재가 불편하다. ‘임대동’에 살면서 항상 레스토랑과 카페, 쇼핑숍에 따라나서는 것이 제 주제로 모르는 사람 같아 보인다. 서유리는 박하선을 그렇게 대하는 것은 사연이 있어서이다. 언젠가 아파트 놀이터에 사나운 개가 갑자기 은샘을 공격할 때 영지(박예린)가 용감하게 나서서 개를 쫓아냈던 것. 서유리는 딸의 생명의 은인이기도 한 이들 모녀를 매몰차게 대할 수 없는 입장이다. 그런데, ‘임대동’에 사는 박하선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던 ‘잘난 엄마들’이 왕따를 시키고, 가스라이팅을 시작한다. 철딱서니 없이 서유리를 따라 모임에 참석했던 ‘임대맘’ 박하선은 결국 끔찍한 일을 저지르게 된다.
<임대맘>은 ‘타로’ 일곱 에피소드 중에 손에 꼽히는 수작 스릴러이다. 경제적 차이에 따라 사회적 계급이 나뉘는 자본주의사회의 폐해를 차갑게 보여준다. 그런 ‘아파트의 비극’은 많이 들어온 대한민국 사회비극이다. 그런데 최병길 감독(그리고 경민선 작가)은 그런 현상을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할 미스터리로 완성시킨다. 작품을 다 보고나서는 박하선과 박예린 모녀의 정체가 무엇인지 의문을 품게 된다. 마지막에 아파트 경비원의 입을 빌려 “그 사람들 임대동에 살지도 않아요.”란다. 그러면 <여고괴담>의 아파트 버전인가? 그리고 모녀의 관계가 특이하다. 행동을 유심히 보면 엄마는 아이 같고, 아이는 엄마 같다. 어느 순간에는 영지가 엄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이고 잘 했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 모녀는 시간여행을 하며, 공간이동을 하며 새로운 먹잇감을 고르는 것이다. 개를 풀고, 아이가 쫓고, 엄마가 모임에 합류하고, ‘쿵~쿵’ 추락의 징벌을 하는 것이다. ‘가진 자의 위선’에 대해, 그 오만에 대해서 말이다.
‘타로 카드’에 표면에 그려진 그림으로 일차적 공포를 안겨줄 것으로 예상했던 <타로:일곱 장의 이야기>는 뜻밖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들이 포진해 있다. 한 번 보시길.
▶타로 일곱자의 비밀- 임대맘 ▶감독:최병길 ▶각본:경민선 ▶출연:박하선 서유리 박예린 김지유 신아영 오진영 ▶▶U+모바일tv 2024년 7월23일 공개/15세이상관람가/35분
[사진=LG유플러스 STUDIO X+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