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사망한지 80주기가 되는 뭉크의 걸작 ‘절규’ 직접 만나볼 수 있는 전시회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5월 22일부턴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 전시회이다.
노르웨이 화가이자 판화가인 에드바르 뭉크(1863~1944)는 표현주의의 선구자이자 유럽 현대 미술의 대표주자이다. 뭉크는 <절규>가 대표하듯이 인간의 삶과 죽음, 사랑, 불안과 고독 등 인간의 심오한 감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가이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왜곡된 형태와 강렬한 색감으로 무수히 많은 작품을 남겼다.
뭉크는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 오늘날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정신 질환에 평생을 시달리며 힘들게 살았다. 그의 작품은 <절규>에서 보여주는 어둡고, 비참한 고통의 순간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후반기 삶에서는 찬란한 빛을 만날 수도 있다. 우선, 그의 어두운 면을 살펴본다.
뭉크는 1863년 5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하지만 다섯 살 때, 어머니가 결핵으로 세상을 떠난다. 이후 뭉크의 아버지는 종교에 의지하였고,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다.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때에도 악마와 죽음을 이야기한 것이다. 이런 아버지의 정서적인 학대로 동생은 우울증과 조현병에 시달려 반평생을 정신병원에서 지내야 했다. 뭉크가 무척 의지했던 누나 소피아도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유대감이 컸던 누나의 죽음을 지켜본 뭉크는 큰 충격과 죄책감을 느꼈다. 그 후 뭉크에게는 항상 ‘죽음’의 공포가 맴돌았다.
1895년 그린 <뼈가 있는 자화상>을 살펴보면 작품의 하단부에 작가의 하얀 팔뼈가 그려져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묘비석을 연상시킨다. 뭉크는 많은 자화상을 그렸지만 이 작품이 가장 우울한 자화상이다. 뭉크는 “내 주변에는 질병과 광기와 죽음의 검은 천사가 요람 곁에 서 있다.”고 쓰기도 했다. 가족의 아픔, 죽음은 그의 일생을 옥죈 족쇄이자, 그림을 그리게 만든 영감의 원천이었던 것이다.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 전시회의 [생의 프리즈] 코너에서 만나는 작품들은 그의 예술세계의 핵심을 이룬다. 삶의 순환과 관련하여 생명의 나무, 유년기, 청년기, 매혹, 키스, 이별, 절망, 절규,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순간들을 만난다.
1894년 작품 <병든 아이>에서는 병마에 시달리고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 가족들에 대한 슬픔을 느낄 수 있다. 뭉크는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을 토대로 공포의 순간을 화폭에 담았다. <병든 아이>는 동판화와 회화버전이 있다. 그가 채색한 부분에서는 차가운 톤과 따뜻한 톤의 변주와 혼합을 통해 다양한 뉘앙스를 풍긴다.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 수면 장애 등 현대인이 가졌을 10여 가지 정신질환에 시달렸던 뭉크는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게 내린 병마와 고독, 비극을 찬란한 절규로 화폭에 옮겼다. 9월 19일까지 열리는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에서는 노르웨이 뭉크미술관을 비롯해 전 세계 23개 기관과 갤러리, 개인 소장가들에게 대여한 뭉크의 대표작들이 총출동한다. 물론 <절규>와 <병든 아이>, <뼈가 있는 자화상>을 포함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