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단편영화 한 편이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유료개봉되어 화제가 되었다. [밤낚시]는 손석구라는 톱스타와 현대자동차라는 ‘스폰서’를 끼고 제작된 웰메이드 단편이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손석구의 낚시에 걸린 것이 무엇인지 알 것이다. 그런데, 지난 주 개막된 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이와 유사한 영화가 한 편 포함되어 관심을 끈다. 정경렬 감독의 단편 <블랙박스>이다. 정 감독이 모는 자동차는 무엇이고, 영화에서 낚은 정체는 무엇일까. 소재와 설정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영화는 늦은 밤 공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시작된다. 손님은 스튜어디스. 비행시간에 맞춰 공항에 가야한다. 마음이 급하다. 그런데 택시기사가 못 미덥다. 길도 잘 모르는 것 같고, 내비게이터의 안내에만 의지하는 것 같다. 사방은 불빛하나 없이 깜깜하고, 자동차 헤드라이트에만 의지한 채 택시는 적막한 시골길을 달려간다. 스튜어디스는 점점 불안해진다. “기사님, 지금 일부러 돌아가는 것 아니에요?” 기사는 답답하다. 내비의 안내대로 운전 중이지만 길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다. 가는 길에 사고를 당한 트럭도 있다. 그런데 갑자기 ‘쿵’ 소리가 난다. 뭔가를 친 것인가? 칠흑 같은 어둠. 아무래도 차 밑에 뭐가 깔린 것도 같다. 승객의 공포심은 커져가고, 기사의 인내심도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결국 뭔가가 보인다. “저게 뭐지?” 멀리서 비행기 날아가는 소리가 날아간다. 공항이 가까운 모양이다. 여자 승객이 택시 문을 열고 뛰쳐나간다. 그런데, 괴물체가 덥석~. 이게 뭐지. 또 다른 괴성이 멀리서 들려온다. ‘괴물체’는 그쪽으로 달려간다. 어둠 속으로.
[블랙박스]는 자동차 블랙박스와 내비게이터, 그리고 택시 ‘차량’을 적절히 활용한다. 한밤의 인적 드문 시골길을 달리는 택시에 나 홀로 탑승한 여성 승객이 느낄 만한 본능적 두려움이 갈수록 정체를 알 수 없는 외부의 요인에 의해 극한의 공포심으로 확장된다. 그리고, 요즘 관객에겐 익숙한 좀비 스타일의 괴생물체는 흥미롭다.
12분에 불과한 단편이지만 꽉 짜인 구성으로 준수한 단편호러의 모범을 보여준다. ‘(차내)밀실 호러’의 정석답게 신경질적인 여자캐릭터와 의뭉스러운 남자캐릭터의 긴장감이 앞부분을 사로잡고, 후반부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사람을 충분히 놀라게 만든다. BIFAN 공식홈페이지에는 이 영화에 대해 #밀실 #식인 #깜짝놀람 #유령 #스릴러 태그를 달았다. ‘외계인’은 아닌 모양이다. 이번 부천에서는 <당신의 기쁨>, <옷장 속 사람들>, <종의 소리> 등 다른 단편 세 편과 함께 [코리안 판타스틱: 단편2]로 묶여 상영된다. 6일에 이어 10일 한 차례 더 상영된다. 영화제 기간에 웨이브에서 온라인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블랙박스 ▶감독/각본:정경렬 ▶출연: 이장원(택시기사), 남예빈(스튜어디스), 두범수(괴생명체) ▶런닝타임: 12분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