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는 재기발랄한 신예감독의 단편들이 대거 소개되었다. 코로나 팬데믹의 길고 긴 터널을 뚫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코로나의 충격'은 컸던 모양이다. 그 유폐의 시간동안 이와 관련된 작품들이 많이 기획되었고, 만들어졌다. 장채원 감독의 <당신의 기쁨>도 그런 '코로나-팬데믹 무비'에 해당한다. 바이러스가 세상을 엉망으로 만들었을 때 인간들은 어떻게 그 본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아마도, 영화인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인 듯하다.
영화가 시작하면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번진 세상을 보여준다. TV뉴스에서는 "좀비 바이러스가 석 달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종신고 늘어나고 있습니다."고 현재 상황을 전하고 있다. 아이디가 '미친악마'인 주인공 기쁨(범도하)은 좀비바이러스에 감염된 동생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애쓰고 있다. 약은 구할 수 없지만 먹을 것은 그럭저럭 구하고 있다. 약을 산다고 사람들을 유인, 동생의 '먹잇감'으로 던져주는 것이다. 동생이 갇힌 창고 같은 공간에는 피와 살점으로 가득하다. 그 곳에 선교활동을 하려 요셉(여동윤)이 찾아온다. 동생을 살리기 위한 일념으로, 세상을 구하기 위한 신념으로, 그리고 동생의 배를 채우기 위한 욕심으로 가득한 좀비 혈전이 시작된다.
런닝타임 30분의 <당신의 기쁨>은 2천만 원의 제작비로 완성된 좀비재난물이다. 영화 시작하고 나서 피를 뒤집어쓴 듯한 한 무리의 좀비들이 뻣뻣하게 몰려다니는 장면이 잠깐 나온다. 그리고 감독은 오직 '남동생'의 상황에 제작비를 다 쏟아 부은 듯하다. 시골의 한 집에서 펼쳐지는 '좀비사육 드라마'로서는 효율적인 진행이다. 영화는 동생을 살리기 위해 진심인 누나와, 줄어드는 신도를 확장시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요셉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어 붙인다. 그리고, 마지막엔 깜짝 소품과 괜찮은 반전도 마련되어 있다.
누나는 언제까지 동생을 보호/사육할 수 있을까.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는다면 희생자와 감염자는 늘어만 갈 것인데 말이다. 코로나나 좀비나 감염지수를 낮추지 않는 이상, 세상은 위험하고, 사람들은 이성을 잃고, 비인간적 길로 나설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와중에 누나의 지극한 동생사랑이 '유독' 빛난다.
이번 BIFAN기간에 <당신의 기쁨>은 '블랙박스', '옷장 속 사람들', '종의 소리' 등과 함께 [코리안판타스틱:단편2]로 묶여 두 차례 상영된다. 영화제 기간에는 웨이브에서도 특별온라인상영되고 있다.
▶당신의 기쁨(The Joy of God) ▶감독/각본/편집:장채원 ▶출연: 범도하(기쁨), 여동윤(요셉), 주호준(동생 현우) ▶30분 ▶28회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좀비 #장기 #하드고어 #코미디 #가족 ▶촬영감독:이재진 ▶조연출:송지윤 스크립터:김규리 프로듀서:김혜윤 라인PD:김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