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잘못 없는
오늘(21일) KBS 1TV [독립영화관] 시간에는 박찬우 감독의 <아무 잘못 없는>과 윤심경 감독의 <우리 집에 온 아이> 등 두 편의 단편영화가 '독립영화팬'을 찾아간다.
박찬우 감독의 <아무 잘못 없는>은 '찐 남매'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 그리고 소녀의 성장의 순간을 전해준다. 시골마을(경북 경산) 비닐하우스에서 아빠와 엄마는 열심히 농작물을 키우고 있다. 한쪽에서 어린 지후는 막대기를 휘두르며 누나 흉내 내고 있다. 누나 도윤은 학교 검도부의 에이스이다. 이미 여러 대회에서 상도 탔고, 열심히 훈련하는지라 체고 진학은 정해진 듯하다. 그런데, 작대기를 휘두르다 보일러 배관을 내리치던 지후가 손을 다친다. 아버지는 서둘러 병원으로 데려간다. 그런데, 그 때 배관이 잘못되었는지 엄마는 가스중독으로 쓰러지고 그 후 혼수상태가 된다. 이제 중요한 시합을 앞둔 누나 도윤은 한쪽 손을 다친 동생을 돌봐야한다. 누나는 시합에 나가고 싶지만, 아빠는 동생을 잘 건사하라고 한다. 누나는 엄마가 저렇게 된 것이 동생 탓이라고 생각한다.
아무 잘못 없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룰 때 '남매'는 판타스틱하게 우애가 넘치거나, 철저하게 이기적인 독립개체로 다뤄진다. 보통 '찐 남매'라고 표현된다. 물론 피는 물보다 진하고, 가족은 어려울 때 그 진가가 드러나지만 <아무 잘못 없는>에 등장하는 남매는 아직 어리고,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본다. 게다가 동생은 철이 없다. 그러기에 '중3' 누나의 심정을 이해할만 하다. 열심히 훈련했고, 땀을 흘렸기에 앞날은 밝을 것이라고. 그런데, 그 탄탄대로의 초입에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셈이다. 도윤은 엄마의 상황이나 아빠의 걱정, 동생의 상처보다는 자신의 현재가 중요하고, 미래를 기약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 '심뽀'는 아버지와의 대화에서 어긋나고, 검도부 친구에게 이기적으로 비친다.
아무 잘못 없는
영화는 시간이 흐르면서, 동생의 손바닥 상처가 덧나면서, 엄마의 상태가 심각해지면서 도윤의 자세에 변화가 생긴다. 역시 혼자 남겨진 동생에게 달려가는 것은 누나이고, 백방으로 뛰며 걱정하는 것은 도윤이다.
영화를 보면서 아마 작금의 '의사 사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의료서비스가 탄탄치 않은 지역에서 저런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말이다. 한밤중에 앰뷸런스에서 내뿜는 초록빛이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도윤이는 그렇게 한 뼘 성장하여 엄마 몫까지 동생을 더 보살피게 될지 모른다. 검도도 더 열심히 하고 말이다.
▶아무 잘못 없는(2023) ▶감독/각본/편집:박찬우 ▶출연: 한기옥(도윤), 전민우(지후), 박일용(아빠), 이지영(엄마) ▶프로듀서:김태오 ▶배급:센트럴파크 ▶시간:4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