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도, 자원봉사자도, 해외스타도, 현장티케팅도 없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당초 예정되었던 10월 7일 개막에서 2주 늦춰 10월 21일 개최된다. 이 계획 또한 추석연휴 기간 코로나 사태 추이를 보며 개최 여부가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14일 오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최와 관련된 기자회견이 열렸다. 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취재기자의 참석 없이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 컨퍼런스를 이용한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BIFF 이용관 이사장은 “지난 5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상황에 맞춰 정상 개최를 위한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8월 중순 이후 상황이 급변하면서 고민을 거듭했고 일정 변경이 불가피하게 됐다"면서 ”올해 영화제는 10월 21일부터 10월 30일로 일정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 상영에 초점을 맞추고 부대행사는 취소 내지 최소 범위에서 진행된다. 이에 따라 개막식 및 폐막식은 물론 관객이 모이는 레드카펫 행사, 야외무대 인사, 오픈 토크 등을 모두 취소되었다. 해마다 가을이면 국내외 팬들을 불러 모았던 국내외 스타들과 해외 영화관계자들도 초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소규모 모임, 리셉션 파티도 진행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아시아프로젝트마켓, 비프 포럼은 온라인 방식으로 개최된다고 덧붙였다.
열흘간 진행될 올해 영화제에서는 68개국에서 초청된 192편이 상영된다. 예년의 경우 영화제는 영화의전당과 센텀시티내 CGV,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랙스관에서 치러졌지만 올해는 영화의전당의 5개 스크린에서만 소화된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이전처럼 각 영화별로 2~3회 상영은 어려울 것 같다. 평균 1회 상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관객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최대한 다양하게 준비하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밝혔다. BIFF측은 안전을 고려해 매표소 발권 없이 온라인 티켓팅만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막작 <칠중주: 홍콩이야기> - 폐막작 <애니메이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한편 올해 개막작은 홍콩 감독 7명이 함께 한 옴니버스 영화 '칠중주 : 홍콩이야기'(원제:七人樂隊)가 선정됐다. 이 영화는 1950년대부터 근 미래까지의 시간을 배경으로 홍콩에 대한 모습을 담은 작품으로 두기봉, 서극, 허안화, 임영동, 담가명, 홍금보, 원화평 등 홍콩의 기라성 같은 감독 7명이 힘을 합친 옴니버스이다. 폐막작은 2003년 개봉한 이누도 잇신 감독의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애니메이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타무라 코타로 감독)이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개막작 선정과 관련하여 “작년 홍콩영화제에서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듣고 계속 팔로우업 했었다. 영화는 정치적 이슈나 메시지를 다루지는 않는다. 홍콩의 과거와 현재를 조망하고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있을 것”이라면서 “이 작품에 참여한 노(老)대가들의 면면을 보자면 부산영화제 개막식의 밤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밤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개막식 생략에 대한 아쉬움과 개막작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이용관 이사장은 "국가적 방침을 최우선적으로 따를 생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 영화제 개최가 취소될 것“이라며 ”중앙 정부, 그리고 부산시와 의논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지금 같은 2.2단계가 지속 되면 개최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팬들의 온라인 방식 영화상영에 대해서는 “월드 프리미어를 중심으로 출품한 제작자와 영화사들은 온라인 공개에 대해 꺼려한다. 계약관계도 있고 해서 어려운 점이 있다.”고 고충을 밝혔다.
갈라 프레젠테이션 상영작 <미나리> (리 아이작 정 감독)
한편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는 예년보다 100여 편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풍성한 상영리스트를 공개했다. 선댄스영화제 화제작인 <미나리>, <너를 데리고 갈게>와 로테르담영화제에서 주목받은 <라 포르탈레사>와 <너를 정리하는 법>,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한 <사탄은 없다>와 엔카운터 부문 작품상을 받은 <일과 나날>이 상영된다. 또한 9월 베니스영화제에서 막 공개된 개막작 <끈>과 <수업시대>, <태양의 아이들>, <쿠오바디스, 아이다>, <우리 아버지>, <내일은 세상>, <마깔루조 다섯 자매>, <포식자들> 등 황금사자상을 놓고 경쟁한 작품들을 대거 선보인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반트럼프 투쟁>과 <화가와 도둑>, 로테르담영화제 밝은미래상 부문에서 특별언급된 <소총과 가방>, 베를린영화제 다큐멘터리 대상을 수상한 <피폭의 연대>, 칸영화제 아시드 칸 부문 선정작 <나의 몸>, 산세바스찬영화제와 선댄스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요양원 비밀요원>,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야상곡> 등이 소개된다.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신작 <썸머 85>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신작 <썸머 85>
올해 갈라프레젠테인션 프로그램에서는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받은 한국계 감독 리 아이작 정 감독의 <미나리>를 비롯하여, <스파이의 아내>(구로사와 기요시), <트루 마더스>(가와세 나오미 감독), <화양연화>(왕가위)가 선정되었다.
한편 작년에 처음 열려 관심을 모은 아시아콘텐츠어워드의 경우는 예심을 거쳐 현재 본심이 진행 중이며 온라인 방식으로 시상식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관 이사장은 코로나사태가 가져온 국제영화제 운영차질과 관련하여 “칸영화제 때부터 영화제의 화두는 디지털시대 영화 환경변화에 어떻게 발전적으로 적응하고 미래를 모색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부산영화제가 뉴 노멀 시대에 상시적으로 만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려고 한다. 마침 국가적으로 뉴딜 정책도 나오고 있고, 전 세계적인 비대면 문화가 탄력을 받고 있으니,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