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원장 주진숙)은 20번째 ‘고전영화 블루레이 컬렉션’으로 <남부군>(정지영, 1990)을 오늘(10일) 출시한다.
<남부군>은 한국전쟁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시각을 제시한 선구적 영화라 평가받는다. 전쟁 기간 남부 지방(주로 지리산)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빨치산의 처절하고 고통스러운 경험을 되짚는 이 영화는 무엇보다 빨치산을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그들의 시점에서 영화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한국전쟁 영화와는 확연하게 차별된다. 북한군 혹은 좌익 활동가 역시 인간이었다는, 지금으로써는 어쩌면 당연한 이 시각은 그간 반공 이데올로기에 의해 지배되어온 한국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1990년 개봉한 <남부군>은 당시로써는 흔히 볼 수 없는 대작이었다. 14억이라는 파격적인 제작비와 함께 제작 기간만 2년 이상이 소요되었으며, 연 동원 인력은 3만 명에 육박했다. 당대 최고의 배우였던 안성기가 단독 주연을 맡은 것은 물론 <남부군> 이후 톱스타가 된 배우들이 주조연을 맡은 점 역시 눈에 띈다.
최민수는 회의주의자 지식인 김영으로 분해 신인답지 않은 안정된 연기로 대성의 싹을 보여준다. 이혜영은 자신을 따르던 소년병이 포탄을 맞고 고통받는 모습을 보다 못해 껴안고 목숨을 거두는 김희숙으로 등장해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남부군>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한 사람, 바로 故 최진실이다. <남부군>으로 데뷔한 최진실은 이태(안성기 역)와 잠깐의 사랑을 나누는 박민자 역을 맡아 풋풋한 첫사랑의 이미지로 전장의 참상과 고통을 한순간이나마 잊게 하는 역할을 한다.
4K 디지털 복원버전, 신병하 영화음악 CD
이번 블루레이에 수록된 <남부군>은 2020년 자료원이 4K로 복원한 영상을 소스로 사용하였다. 정지영 감독의 감수 아래 오리지널 네거티브 필름의 화면 흔들림과 스크래치를 보정했으며, 음향 역시 다양한 형태의 노이즈를 제거하고 사운드의 균형을 맞추는 등 복원 과정을 거쳤다. 복원이 진행 중인 버전이 지난 6월 평창국제평화영화제에서 공개된 바 있으나, 복원을 완벽하게 마친 최종본이 공개되는 것은 본 블루레이가 최초이다.
서플먼트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故 신병하 음악감독의 영화음악 CD이다. 그는 <남부군>의 음악감독이자 1980~90년대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왕성히 활동했던 영화음악 감독이다. <남부군>을 포함해 임권택 감독의 <장군의 아들 1, 2>(1990, 1991)와 장길수 감독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989) 등 당대 최고의 영화음악을 수록한 “신병하 영화음악모음” 앨범 수록곡 중 8곡을 담은 CD를 스페셜 부록으로 삽입했다.
그 외 서플먼트는 정지영 감독과 안성기 배우, 주성철 영화평론가의 영화 해설을 수록했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