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카 차스테인과 지나 데이비스. 여기에 존 말코비치와 콜린 파렐이 나온다니. 제시카 차스테인은 비밀스러운 기관의 킬러 역할이다. 굉장히 멋진 영화가 나오지 않겠는가. 9일 개봉하는 <에이바>(Ava, 테이트 테일러 감독)이다.
에이바(제시카 차스테인)는 특급 암살자이다. 방금 공항에서 픽업한 타깃을 깔끔하게 처리한다. 다음 임무는 사우디 아라비아로 건너가서 파티에 참석한 한 장군을 처치하는 것이다. 임무수행 중 무언가 문제가 생긴다. 알고 보니 새로 조직의 책임자가 된 콜린 파렐이 에이바를 처치하기로 한 것. 이제 에이바는 살아남기 위해 조직과 싸워야한다. “죽거나 죽이거나”. 킬러의 운명이다.
에이바가 속한 조직이 어딘지는 알 수 없다. CIA보다는 사제에 가깝고, <킬링 이브>에 등장하는 조직보다는 공적인 것 같다. 중요하지 않다. 대신, 에이바의 과거지사가 영화를 이끄는 동력이 된다. 에이바는 알코올 중독 문제가 있었고, 8년간 군에서 단련된다. 군대를 나온 뒤 조직에서 킬러로 수많은 생명을 처치했지만 단 한 번도 자신의 타킷에 대해, 주어진 임무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았다. 단지 오더를 내리는 존 말코비치를 전적으로 믿고 행동으로 옮길 뿐이었다. 이제 현실의 삶으로 돌아온 에이바는 가족의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뇌하게 된다.
여성 킬러가 매력적으로 등장하는 영화는 꾸준히 있었다. ‘니키타’, ‘솔트’, ‘원티드’, 최근의 ‘아토믹 블로드’나 ‘안나’까지. 그동안 많은 영화에서 여배우의 카리스마를 보여준 제시카 차스테인의 액션활극에 기대를 가질만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에이바>는 개인적 핸디캡을 가진 여전사의 드라마도, 아프간에서 단련된 액션 전사의 화려함도 못 채운 소극에 머문다.
차스테인이 제작까지 담당한 <에이바>는 호주 출신의 매튜 뉴턴이 시나리오를 썼고 감독까지 맡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매튜 뉴턴이 데이트폭력을 저질렀고, 약물과 양극성 장애에 따른 전력이 제기되자 차스테인과 <헬프>를 같이 작업한 테이트 테일러 감독으로 교체된다. #MeToo운동의 옹호자이자 여성영화를 위해 발 벗고 뛰던 제시카 채스테인에게는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어쨌든 영화는 만들어졌고, 코로나여파까지 겹쳐 미국에선 극장 개봉없이 유료TV채널로 직행했다.
이 영화에는 제시카 차스테인, 어머니 역의 지나 데이비스, 존 말코비치, 콜린 파렐과 함께 조안 첸과 다이애나 실버스도 등장한다.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인 셈. 2020년 9월9일 개봉/15세관람가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