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현은 넷플릭스 [인간수업]에서 배규리 역으로 눈도장을 받았다. 이어 드라마 ‘좀비탐정’, ‘마우스’,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 ‘금혼령, 조선혼인금지령’ 등에 잇달아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그리고 12일(수), 박주현의 첫 영화데뷔작 <드라이브>가 개봉된다. 박주현은 <드라이브>에서 70만 구독자를 거느린 인기 유튜버(인플루언서) 한유나를 연기한다. 한창 인기가 오를 무렵, 갑자기 납치되어 캐딜락 트렁크에 갇힌다. 납치범은 다짜고짜 ‘1시간 동안 6억 5천만원’을 벌면 풀어주겠단다. 이제 한유나는 질주하는 자동차 트렁크에서 목숨을 건 라이브방송을 시작하게 된다. 개봉을 앞두고 박주현 배우를 만나 영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시나리오가 어땠는지.
▶박주현: “3년 전에 시나리오를 받았었다. 시나리오를 보고는 왠지 무섭고 예민한 분이 쓴 것 같았다. 그런데 감독님을 만나보니 웃음도 많고, 열정에 가득 찬, 영화를 사랑하는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가 설정 자체가 센 느낌이었기에 배우가 촬영하기에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는 재밌었고 속도감 있게 읽혔다. 실제 트렁크 안에서 촬영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트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크린에서 계속 트렁크만 보이면 관객들이 지루해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완성된 작품을 보면서 다시 한 번 감독님이 대단하시다는 걸 느꼈다.”
Q. 트렁크 속 연기는 어땠는지. 힘들었을 것 같다.
▶박주현: “막상 촬영해 보니 힘들었지만 재밌었다. 트렁크 장면을 찍기 위해 감독님이랑, 촬영감독, 조명감독이랑 넷이서 맨날 머리를 맞대고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짜냈다. 앵글이나 자세에 대해서 더 기발한 게 없을까. 이렇게 자세 취하면 어떨까. 카메라가 들어올 수 있을까. 트렁크 안에서는 앉을 수도 없다. 엎드리거나 누워만 있어야 하는 게 힘들었다. 근육통이 올 정도였다. 담이 걸리고. 팔은 어떻게 버틸 수가 있었는데 목은 답이 없더라. 감독님이 ‘컷’하면 분장팀에서 바로 베개를 가져다주었다. 조금이라도 쉬라고. 점점 적응해 갔다. 한 달 반을 그렇게 찍은 것 같다. 주 5일 해서.”
Q. 속도감과 몰입감이 대단한 영화이다. 배우의 존재감도 확실하고. 유나의 선택에 있어서 수위 조절을 부탁한 게 있는지.
▶박주현: “세게 만들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실제 그런 방송도 있고, 즐기는 사람도 많으니. 유나가 여성이니까 그렇게 느낀 부분도 있을 것이다. 노래를 시키기도 하고. 속도감이 드러내는 부분도 있다. 뭔가 슬프지만 현실감이 있다고 받아들였다. 작품을 위해 실제 라이브 방송을 많이 봤다. 이미 잘 나가는, 구독자 많은 유튜브 채널보다는 구독자 수가 100개 안팎인 유튜브를 더 찾아봤다.”
Q. 유튜브를 해봤다고 하니 성공한, 인기 있는 유튜브 채널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
▶박주현: “우선 성실함일 것이다. 라이브는 유튜브 말고 인스타에서 해봤었다. 영화 같은 ‘생존’ 보다는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부담 없이 했는데 정말 쉬운 일이 아니더라. 매번 뭘 하나 생각해야했다. ’이거 재밌다. 예쁘다. 올려야지’ 하는 것처럼 성실함, 책임감이 있어야한다. 제가 아시는 분들 중에 시작할 때부터 이른바 터진 분은 없다. 쉽게 되는 것은 없더라.”
Q. 정해진 짧은 시간에 그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박주현: “극 초반에 유튜브로 엄청 많이 번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하는 장면이 있다. 납치라는 특별한 상황이고, 그런 라이브라면 전 국민이 보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찍은 게 더 많지만 긴장감을 위해 쳐낸 부분이 있다.”
Q. 한유나 캐릭터에 대해.
▶박주현: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그 역할을 연기해야하니까. 이 캐릭터가 왜 이러지 하는 부정적인 생각은 연기에 도움이 안 된다. 유나는 사랑이나 관심이 아니라 돈이 목적일 것이다. 목매달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은 것 같다.”
Q. VJ나 유튜버와 연예인의 공통점이 있다면?
▶박주현: “사랑과 관심이 있어야 존재할 것이다. 수요가 있어야 먹고 사니까. 저랑 유나의 차이는 그게 전부가 아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 그 전에 연기라는 기술을 잘 갈고 닦아야할 것이다. 그게 메인이라고 생각한다.”
Q. 영화 데뷔작이다. 자신의 연기력을 보여줄 기회가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박주현: “대본을 두고 고민을 했다. 혼자 끌어가는 것은 도전이겠지만 몰매를 맞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냉정하게 판단을 하고 싶었는데 그게 어려웠다. 이것 말고 또 하나의 작품은 경험이 많은 감독과 배우와 하는 것이라 부담을 함께 나눠갈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때 이선균 선배님이 ‘너라면 이거 잘 할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학교(한예종) 선배이고, 작품(탈출)같이 할 때였다. 이 작품은 <마우스>와 <서울대작전> 사이에 촬영을 했었다.”
Q. 트렁크 안에서 노래도 했는가.
▶박주현: “노래를 하기도 했지만 감독님이 편집에서 뺐다. 만약 그 노래가 들어갔다면 조금 감성팔이가 되었을 것 같다. 그 장면이 빠진 게 아쉽지는 않다.”
Q. 단독 주연에 대한 무서움이 있었다고 했는데 촬영 들어가서는 어땠는지.
▶박주현: “현장에서는 자신감이 있어야한다. 자존감이 떨어지면 그 연기가 바로 읽힌다. 그렇게 스스로 세뇌를 해서라도 연기를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평소에는 예민하지 않은데 촬영 들어가면 예민해지려고 한다. 자신감을 갖기 위해 더 하는 것 같다.”
Q. 캐릭터 분석을 어떻게 하는지.
▶박주현: “내가 맡은 역할에 대해 오랜 시간 분석하는 것은 아니다. 촬영을 하면서도 생각한다. 다시 방향을 잡기도 한다. 웬만하면 촬영 들어가기 전에 끝내고 싶다. 그래도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다 찍은 걸 봐도 항상 그런 게 남아있더라.”
Q. 이번 작품에 대해 만족하는지.
▶박주현: “기술시사 때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쉬운 게 너무 많다. 조금 더 똑똑했더라면, 조금 더 섬세했더라면. 그래서인지 제가 출연한 걸 잘 못 보겠어요.”
Q.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범인이 누군지 바로 알겠던가.
▶박주현: “저도 납치한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더라. 작품을 작품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 처음 시나리오를 볼 때이다. 작품을 하게 되면 내가 맡은 인물 위주로 보게 되니까. 처음 볼 때는 정말 같이 긴장할 수 있다. ‘왜?’ ‘누가?’라며. 그래도 결말이 나오기 전에, 중후반에 알아차린 것 같다. 제가 스릴러를 좋아해서 원래 그런 것 빨리 찾아요.”
Q. 범인이 누군지 알고 연기할 때, 리얼감을 위해 어떻게 하는지.
▶박주현: “모든 작품은 결론을 보통 알고 연기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 모든 연기를 신 바이 신으로 최선을 다한다. 하나하나의 신을 잘 살리면, 하나의 그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에 ‘정웅인’은 어디로 사라지는가.
▶박주현: “혼자서 ‘손가락’ 가지고 도망을 간다. 감독님은 군더더기를 싫어한다. 불친절해 보일수도 있고 현실감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영화를 만들 때는 그런 것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사람에게 미움을 받지 않으려고, 모든 것을 다 보여주려면 작품이 산으로 가는 경우가 있다. 집중해야할 곳에서 힘이 빠지는 것이다. 초반에 감독님이랑 ‘SNS의 폐해’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런데 그런 것을 강요하지는 말자며,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자고 그랬다. 나는 유나를 연기해야하니 나름의 전사(前史)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작품에서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면 그냥 달리자고 마음먹었다.”
Q. 후반부에는 수중촬영도 있었다. 무섭지 않았나.
▶박주현: “제가 ‘바다소녀’라서 무섭지 않았다. 물론 수중촬영을 할 때 옷이라도 걸리면 어쩌나 하는 오만 가지 생각이 나긴 했다. 다행히 아무런 사고도 없이 촬영을 끝냈다. 워낙 리얼해서 생각보다 무서워할 수도 있다. 이전에도 수중촬영을 한 적이 있다. 물에 빠지고, 절벽에서 떨어지고, 사극도 있었다. 그 중에 이번 작품이 가장 아찔했던 것 같다.”
Q. ‘바다소녀’인가?
▶박주현: “(부산) 남포동에서도 살았고, 자갈치 근처에서도 살았다. 바다를 매주 갔던 것 같다. 이사를 자주 다녔다.” (그래서 롯데 자이언츠 시구를 맡았나?) “부산 하면 롯데 아닙니까. 그런데 롯데 편을 들면서 야구를 본 적은 없다. 하지만 부산이면, 사직 구장의 뜨거운 열기를 안다면 자연스레 알 것이다. 그런 기억이 어릴 때 좋게 남아있는 모양이다. 시구는 처음이었다.” (박주현은 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경기에서 시구를 했다.)
Q. 연기는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박주현: “연기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은 스물이 되기 전이었다. 그 당시 연기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노래를 좋아했지만 가수가 될 생각을 없었다. 연기를 하면 노래에 감성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1주일에 2번 정도 가서 연기를 배웠다. 입시반이랑 조금 달랐다. 그림 그리고, 몸으로 표현하는 것을 익혔다. 그게 너무 재밌었다. 그 수업에는 내성적인 사람들이 많이 참여했다. 나는 외향적인 사람이라 ‘여기 왜 왔지?’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 수업 듣다가 연영과 넣어보았다. 이걸로 대학 가는 게 시간이 너무 아깝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배우가 되는 것은 너무 먼 이야기라고 여겼던 것 같다.”
Q. 한예종에 진학했는데.
▶박주현: “그런 학교가 있는 줄도 몰랐다. ‘연극영화과’라면 동국대, 중앙대, 한양대 세 개를 알고 있었으니. 그런데 학원선생님이 ‘한예종’도 넣어보라고 했다. 원서 마지막 날이었다. 급하게 원서 보냈다. 그때는 제가 표준어를 못했어요. 연극 <갈매기>의 아르카지나 연기하고, 노래도 불렀다. 뮤지컬 노래.”
Q. 사투리를 어떻게 극복했나.
▶박주현: “서울 올라와서 독하게 마음먹었다. 친구와도 이야기 안하고, 전화도 안하고. 전화를 한 번 하면 1주일이 힘들어진다. 그렇게 있다 보니 어느 순간 사투리가 안 되더라. 사투리가 어색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맛깔나게 사투리 연기를 하고 싶다. 벌써 느낌이 안 난다. 부산 친구들이랑 있을 때 사투리 안 쓰면 ‘변했다’, ‘재수 없어~’ 그런다.”(하하)
Q. <드라이브>에서 잘 나온 신.
▶박주현: “사람을 극한으로 몰아넣는 장면. 박주현이 많이 힘들었을 때와 맞아떨어진 것 같다. 그 순간 나오는 모멘텀이 좋았던 것 같다. 소리를 질러야하는데 진이 빠져 웃음이 나던 경우도 있다. 눈물도 나고. 그런 신들은 대본과 다른 해석이었지만 현장에서 좋게 표현되었다. 열 받아서 내뱉는 비속어도. 대사는 명확히 해놓고 찍은 게 아니다. 상황만 정해놓고 애드립으로 채워진 것이다. 이렇게 저렇게 많이 찍었다. 초반에 유튜브 처음 할 때는 서투른 느낌이 나도록 했다.”
Q. 유튜브보다는 아프리카TV에 가까운 것 아닌가.
▶박주현: “그때 아프리카TV를 처음 접했었다. 매니아가 많았다. 게임을 좋아해서 그것 방송하는 BJ를 찾아보았다. 말의 수위가 세더라. 재밌지만 거칠고 거리낌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걸 보고 많이 배웠다.”
Q. 납치범은 유나를 계속 몰아붙인다. 유나가 돌발행동을 한다.
▶박주현: “해석을 많이 열어놓은 신이기도 하다. 유튜버라는 직업상 사랑을 받고 싶어 하지만 추악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예쁜 내 모습만 보여주다가 적나라한 행동을 보여준다. 자기의 손등을 찍는 것은 액션이지만, 추악함, 잔혹함을 보여주는 신이라고 생각한다. 가리고 있던 나의 잔혹성을 드러내기 바랐다. ‘나 이렇게 잔인할 수 있어.’ 혹은 ‘너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이다.”
Q. 트렁크에 갇힌 스릴러이다. 감독은 ‘움직이는 패닉룸 무비’라고 표현했다.
▶박주현: “원래 스릴러 영화를 좋아해서 그런 형식의 영화를 많이 봤었다. <큐브> 시리즈도 있고. 감독님이 모티브 삼은 음악영화도 있었는데, 출연을 결정하고는 안 보려고 했다. 이 영화는 내 색깔대로 할 수 없는, 흐름을 따라가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 느낌을 잘 살려야 했다. 레퍼런스가 되는 작품을 보면 어쩔 수 없이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촬영 끝나고 봤다. 누가 잘했나 보자며. 공포영화의 기승전결을 따라가면 더 힘들어했을 것 같다.”
Q. 촬영하면서 ‘트렁크 탈출법’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을 것 같다.
▶박주현: “밥 먹을 때마다 스태프들과 그 이야기를 했다. 발로 차면 열리지 않을까부터 시작해서. 트렁크에 골프백이 있으니 골프채로 어떻게 안 될까? 리얼리티를 제일 많이 따졌던 것 같다. ‘이거 쓸 수 있지 않을까’하며.”
Q. 실제 촬영은 어땠나.
▶박주현: “감독님이 꼼꼼하게 체크해주셨다. 질주하는 장면에서는 액션팀이 찍어온 것을 보고 연기했다. 차가 우회전할 경우에는 그 느낌을 주려고 몸을 한 쪽으로 기울이고 그랬다. 민망한 액션이지만 재밌게 찍었다. 감독님이 깔끔하게 진행해주셨다.”
Q. 박주현 배우의 성격은?
▶박주현: “활달하다. 이런 성격이 처음엔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다. 섬세하지 못해 느껴지는 대로 할 수는 있겠지만 긴 세월을 버티진 못할 것이다. 저의 첫 상업활동은 <인간수업>이다. 그때 김진민 감독님이 많이 잡아주었다.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는 연기하기가 힘들다.’고. 더 섬세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에너지를 응축하고, 더 예민해지려고 노력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박주현: “<드라이브>에 이어 <탈출: PROJECT SILENCE>가 곧 개봉된다. 이선균, 주지훈 선배가 출연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드라마 <완벽한 가족>을 찍었다. 일본 감독이 연출한 작품인데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와는 다르다. 착하고 순한 캐릭터이다. 상황에 끌려가는 수동적인 인물이다. 그런 캐릭터는 처음이다. 윤세아, 김병철 선배님이 나오신다.
박주현과 함께, 정웅인, 김도윤, 김여진, 하도권 등이 출연하는 박동희 감독의 영화 <드라이브>는 12일(수) 개봉한다.
[사진=메리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