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희 시절의 중정부터 지금의 국정원까지, 우리 정보기관은 영화 속에서 때로는 제임스 본드 같은 영웅으로, 때로는 사악한 음모의 집단으로 그려져 왔다. 이철하 감독의 <오케이 마담>은 이러한 국정원과 북한 공작원이라는 묵직한 소재를 하이재킹 코미디라는 경쾌한 그릇에 담아낸 작품이다. 영화는 2009년 마카오에서 미션을 완수하지 못한 북측 공작조의 과거에서 시작해, 현재 영천시장에서 꽈배기를 튀기는 생활력 만렙의 아줌마 미영(엄정화)과 전파상 남편 석환(박성웅)의 소박한 일상으로 넘어온다.
하와이 가족 여행이라는 행운을 잡은 미영 가족이 비행기에 오르자, 사라진 '철목련'을 쫓는 북한 공작조 철승(이상윤) 일당도 같은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비행기라는 폐쇄된 공간은 순식간에 버라이어티한 액션의 장으로 변모한다. 하지만 이 영화가 흥미로운 점은 인물들이 전형적인 킬러나 요원의 모습에서 비껴나 있다는 것이다. 어수룩한 공작조와 정체를 숨긴 톱스타, 악플을 각오한 듯한 국회의원 등 '그랜드 호텔'식 군상들이 얽히고설키며 하이재킹 저지에 나선다.
엄정화는 <미쓰 와이프> 이후 5년 만의 복귀작에서 좁은 기내 공간을 활용한 절도 있는 액션을 선보이며 타이틀 롤의 존재감을 증명한다. 박성웅 역시 특유의 센 캐릭터를 내려놓고 코미디 본령에 충실한 연기로 극의 활력을 더한다. 지나치게 많은 캐릭터가 주인공의 활약상을 다소 분산시키는 면이 있으나, 조연과 카메오들의 영리한 활용은 이를 충분히 상쇄한다.
여름 시즌의 대작들 사이에서 <오케이 마담>은 명절용 가족 영화 같은 편안한 웃음을 선사한다. 누가 국정원 요원이고 누가 철목련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소중한 가족 여행을 망치려는 자들에 맞서 "오케이"를 외치며 주먹을 휘두르는 평범한 영웅들의 활약에 그저 몸을 맡기면 그만이다. 부담 없이 웃고 즐길 수 있는 팝콘 무비의 미덕을 충실히 수행하는 작품이다. #800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