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이란 단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1970년대 일본을 떠들썩하게 만든 ‘행동단체’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세계 최초로 스크린에 옮긴 영화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감독: 김미례)이 20일 개봉된다.
다큐멘터리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이 극장 개봉을 앞두고 스크린에 담기까지 과정을 담은 제작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영화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일제 전범기업 연속폭파사건(1974~75)을 다룬 영화로, 누구의 죄도 책임도 없이 시작된 전후 일본 사회의 진정한 반성을 촉구하며,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를 멈추고 동아시아 연대로 나아가기 위해 행동하는 인물들을 기록한 작품.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제작 당시 사건과 관련된 인물 대부분이 수감 중이거나 사망하여 대면 촬영을 할 수 없었다. 출소한 몇몇의 부대원들이나 당시 그들을 곁에서 지켜보고 뜻을 함께해 온 지원자들을 만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우여곡절 속 김미례 감독이 선택한 것은 편지였다. 다큐멘터리 장르의 특성인 현장성 대신 벽 너머의 취재를 선택, 번역 등 수많은 제약 속에서도 변화와 성찰의 가능성을 독려하고자 한 진심은 통했다. 논쟁적인 소재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들이 답습하는 피해자 이미지 강조와 반복 대신 국경을 넘어 소통할 수 있는 거대한 성찰의 시간에 주목하며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과 관계를 쌓았다.
이번에 공개된 스틸이 바로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대지의 엄니 부대원 에키타 유키코와 김미례 감독이 주고받았던 옥중 편지다. “패전 후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리는 선조들이 아시아인에게 가한 침략과 억압, 착취의 책임을 자각하고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보상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이 나라의 평화와 번영도, 의심하고 부정해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는 말로 자기부정 시대의 ‘동아시반일무장전선’의 입장을 전한 에키타 유키코는 2017년 출소 당시, 일본 4대 방송국의 취재 요청을 모두 거절한 채 서로를 ‘동지’로 받아들인 김미례 감독만이 카메라로 자신을 담을 수 있도록 했다.
함께 취재하고자 했던 ‘늑대’ 부대원 다이도지 마사시는 사형수로 가족을 제외한 일체의 접근이 불가해 사촌 형인 오타 마사쿠니와 법적 여동생 다이도지 지하루를 통해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밖에 없었다. 다이도지 마사시는 2017년 도쿄 구치소에서 병사하여 끝끝내 만나지 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일본 현대사의 숨겨진 진실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8월 20일 개봉된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