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우석 감독이 400만 관객을 불러 모았던 <강철비>의 속편 <강철비2: 정상회담>을 내놓았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한반도정세와 트럼프라는 예측불가의 미국대통령이 엄존하는 2020년 여름에 등장한 가장 정치적인 드라마이다. 스스로 ‘밀덕’임을 자처하는 양우석 감독이 웹툰을 통해 선보인 한반도전쟁 가상시나리오를 다시 한 번 영화로 구현한 작품이다.
영화는 한국 대통령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북한 땅에서 북미 평화회담이 성사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지난 30년 동안 북한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핵에 올인 했고, 그것을 지렛대로 국제사회로부터 체제유지를 보장받으려한다. 힘들게 마련한 핵무기를 미국과의 평화협정이라는 미명하에 전격적으로 내놓기로 한 것이다. 우리가 기대하는 가장 좋은 그림 아닌가? 그런데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북핵 너머, 아시아의 패권을 노리는 중국과 일본의 오랜 대결, 독도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갈등, 복잡한 정세를 관통하는 팍스 아메리카의 힘 등이 복잡하게 뒤엉켜 일촉즉발의 위기로 달려가는 것이다.
양우석 감독은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국제역학 관계를 겉으로 드러나는 야욕과 밑바닥의 음모를 적절히 뒤섞는 방식으로 비교적 단선적으로 처리한다. 중국은 의뭉스럽고, 일본은 야심에 가득하며, 미국은 직설적이다. 그리고 북한은 -애처롭게도- 칭얼댄다. 이런 판국에 한국이, 한국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은 얼마 없다.
양 감독은 각각의 음모론을 복잡한 동아시아 정세로 깔아놓고 신속하게 북미회담을 성사시킨다. 적국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이 이렇게 허술한 경호체제 속에서 열리나 의심할 틈도 없이, 북한의 지도자가 이렇게 권력기반이 약한가 딴죽을 걸 여유도 없이 북남미 세 정상은 백두호에 유폐되고 만다. 그리고, 그렇게 속전속결로 사태를 장악한 호위총국장은 이곳에서 부함장의 카리스마로 자멸의 길로 들어선다.
양우석 감독은 전작 <강철비>를 통해 북핵과 한반도문제라는 거대한 이슈를 영화적 재미로 완성시켰다. 개성공단을 배경으로 북한 내부의 갈등구조, 대통령 교체기의 청와대 상황, 북핵 미사일의 향배 등 상상 가능한 설정을 정교하게 시뮬레이션하며 그동안 보지 못한 영역의 세계로 관객을 몰아넣었다. 이번 <강철비2:정상회담>은 1편의 성공에 힘입어 다시 한 번 한반도 정세를 시뮬레이션 한다.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데 정해진 법칙이 존재하는 모양이다. 북한은 핵을 가졌고, 그곳에는 백두혈통도 제어 못하는 군부 강경파가 있다. 그리고, 중국은 남쪽에 웃는 모습으로 손을 내밀면서 동시에 북한과는 피를 나눈 혈맹임을 강조한다. 그 와중에 일본은 독도를 어슬렁거린다. 그리고 그 모든 판국의 꼭대기에는 미국이 내려다 보고 있다. 이런 조각들을 합치면 한반도정세가 완성된다. 북은 핵 미사일을 쏠 것이고, 어디선가 대응 군사작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강철비2:정상회담>은 그렇게 정해진 수순을 달려가며 잠수함에 쏟아 부은 제작비 때문인지 나머지 액션 씬은 대폭 축소된 느낌이다. 원산 북미정상회담이 그렇게 허술하게 진행된 것은 그런 이유일 듯.
감독은 어이없는 세 정상의 상황을 블랙코미디로 만들어 그 부조리함을 극대화시키려 한다. 스무트 대통령(앵거스 맥페이든)은 국제정세의 치열함을 인식해서라기보다는 세익스피어적인 상황극에 몰입하여 오히려 그 희극성을 돋보이게 한다.
실제 한반도의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알 수 없다. 영화팬 입장에서는 북한 핵과 독도라는 뜨거운 이슈에 잠수함이라는 공간이 빚어내는 액션을 즐길 수 있었다니 신박할 따름이다. 쿠키영상에서 보이는 “통일을 원하십니까?”라는 말은 한경재 대통령이나 양우석 감독의 내면의 소리로 받아들이면 될 듯하다. 아니면, 진정으로 받아들이든지. 2020년 7월 29일 개봉 15세관람가 (KBS미디어 박재환 2020.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