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프랑스 사이에, 그리고 바다 건너 영국과 마주보고 있는 벨기에는 초콜릿의 나라이며, ‘개구장이 스머프’의 고향이다. ‘스머프’와 연관된 유머 중 이런 게 있다. “개네들은 공산주의자야. 같은 옷을 입고 같이 생활하고, 돈은 없지만, 다들 자신들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니까.” 시의적절한 개그일 것이다. 인구 1100만의 벨기에는 여러 민족이 이상적으로 어울러 사는 다문화 복지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중동 난민의 쇄도로 이슬람교도의 급증이 이 나라를 어떻게 바꾸어놓고 있을까. 몇 년 전에는 심각한 테러도 일어났었다. 그런 저간의 사정을 알 수 있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다르덴 형제(장 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의 <소년 아메드>이다. 이 작품은 작년 깐느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할 때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다르덴 형제는 이민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고통 받는 하층민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로 칸의 상찬을 받는 영화감독이다. 이미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 수상했고, 그 외에도 심사위원대상, 심사위원특별상, 각본상 등을 골고루 수상했었다. 이렇게 칸이 사랑해 마지않는 다르덴 형제가 이번에는 유럽사회를 쪼개놓고 있는 난민 문제, 그리고 그 원인인 종교적 극단주의에 대해 실제적이며, 관조적인 접근을 한다.
소년 아메드(이디르 벤 아디)는 13살이다.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시작할 남자아이이다. 그런데 이 아랍계 소년은 지금 넘치는 종교적 열정에 빠져있다. 작은 모스크(이슬람 기도당)에서 이슬람교단의 지도자인 이맘(오스만 모먼)으로부터 종교적 가르침을 받고 있다. 아메드는 술을 마시는 엄마나 선정적인 옷(그래봐야 표준적인 옷차림일 뿐)을 입은 누나에 대해 종교적 관점에서 힐난한다. 그런 아메드는 열정적으로 자신을 가르치는 이네스(메리엄 아카디우) 선생님에게조차 반감을 품는다. 이맘이 알려주기로는 이네스 선생님에게는 유태인 남자친구가 있단다. 이것은 배교(背敎)행위인 셈이다. 소년은 조그만 칼을 들고 선생님을 찾아간다. 자신의 신앙, 신념에 따라 배교자를 처단하겠다는 생각뿐이다. 미수에 그치고 소년은 교정시설에 들어간다. ‘다문화 복지국가의 선진적 교화시설’에서 아메드는 자신의 신념을 수정할까. 13살 소년이 말이다. 영화는 아메드의 흔들리는 마음, 뿌연 시선을 쫓아가며 벨기에 시골마을 너머, 믿음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종교에 대한 맹목적 믿음이나 정치적 신념에 대한 파괴적 몰입은 공동체 사회를 위협에 빠뜨린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벌이는 자살테러는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다. 그리고 그 반동으로 인종차별과 이문화에 대한 배척이 일상화되고, 그 틈새를 극우정치 세력이 확산된다.
영화를 보면서 이슬람교도의 일반적인 모습을 알게 된다. 그들은 항상 정해진 시간에 신심이 넘치는 기도를 올린다. 율법에 따라 손을 깨끗이 씻고 입안을 헹군다. 여성이란 존재를 특별하게 재단하고, 동물(특히, 개)과의 접촉을 꺼려한다. 특히, 놀라운 것은 코란을 통한 아랍어 익히기에 대한 절대적 가치이다. 영화에서는 아랍 사회의 높은 문맹률을 언급하며 노래를 통해 쉽게 아랍어를 배울 수 있게 하자는 이네스의 의견이 배척되는 광경을 보여준다.
다르덴 감독은 이미, 벨기에 내에서 충분히 사회문제가 되었고, 공동체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을 만큼 급박해진 아랍계 이민자, 혹은 정착인의 종교적 신념 문제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사실, 그들은 처음부터 과격하거나 위험한 테러집단인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13세 소년 아메드가 대표하듯이, 그리고 이맘이라는 ‘정신적 지도자’가 대변하듯이 위험함 내일로 가는 징검다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복잡한 인간사를 미니멀한 이야기로 영화를 완성시키는 다르덴 형제는 이번 영화에서도 소년 아메드의 미묘한 갈등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얼굴을 간질이는 소녀 루이즈(빅토리아 블릭)와의 짧은 삽화는 이 영화를 살포시 웃음 짓게도 만든다. 과연 소년을 교화(?)시키는 요소는 무엇일까. 국가적 차원의 교육일까, 사법시스템의 작동일까, 아니면 인간적 배교일까. 결국 벨기에 시민사회의 힘과 노력만이 그들의 난제를 해결할 것이다. 2020년 7월 30일 12세관람가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