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관 - 홈리스
임승현 감독의 <홈리스>가 오늘(31일) 밤 KBS1TV 독립영화관 시간에 시청자를 찾는다. <홈리스>는 작년 극장 개봉된 <물비늘>이라는 작품으로 관객에게 큰 울림을 안겨준 임승현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물비늘>처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무거워지는 작품이다. 이런 영화를 연달아 만들다니. 감독은 대한민국 사회를 보는 눈과 마음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영화는 한결(전봉석)과 고운(박정연)이라는 젊은 부부의 ‘스위트 홈’에 대해 이야기한다. 둘은 젊다기보다는 어려 보이기까지 한다. 아마 덜컥 아기라도 낳아, 각자의 집에서 쫓겨난 사연이라도 가진 커플로 보인다. 둘은 아기를 위해서라도 살 집을 구하려한다. 하지만 사정이 녹록치 않다. 남자는 바이크 음식배달로, 여자는 광고전단지 돌리며 하루하루 입에 겨우 풀칠이나 할 정도이다. 엄마는 아기를 업고, 사람들 눈치 보며 전단지를 돌리고 있다. 그들은 마음 편히 살 집이 없다. 오늘도 찜질방 한 구석에서 겨우 눈을 붙인다. 그들의 희망은 작은 전셋집이라도 얻는 것. 아마 그들이 끌어 모을 수 있는, 여기저기 손 벌려 겨우 마련한 돈으로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전세방을 구했을 것이다. 철거가 한창 진행 중인 곳에서. 그런데, 불쌍한 이들 커플은 자기들이 전세사기를 당한 것을 알고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다시 찜질방을 전전하게 되고, 넋 나간 엄마가 한 눈 파는 사이 아기가 다친다. 설상가상 배달 오토바이도 도난당한다. 앞길이 보이지 않는다. 이 가련한 부부는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갈까. 누군가 이들을 도와줄까. 정부/지자체가 도움의 손길을 줄까? 대한민국의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극한 상황을 지켜보며 한숨만 쉬게 된다.
독립영화관 - 홈리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영화에서 많이 보아왔다. 배우지 못하고, 가지지 못한, 그리고 눈치마저 없는 ‘가련한 사람’들은 인정머리 없는 이 세상에서 그럭저럭 살기조차 어렵다는 것을. 아기가 다쳤지만 단돈 ‘30만원’을 융통하기도 어렵다.
감독은 한결과 고운이 한없이 착한 사람임을 보여준다. 착하고 가난한 사람은 언제까지 그런 심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이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갈 때 한결은 어떤 집으로 들어간다. 자주 초밥을 배달시켜먹던 혼자 사는 할머니의 집으로. 할머니는 한 달 정도 미국 사는 아들 만나러 갔다고 아내에게 말한다. 이제 그 집에서 한동안 지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고운은 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 관객들은 불안해하고, 초조해 한다. 물론 그 부부만큼 불안하고 초조할까.
첫날 그 집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먹으며 아내가 맛있다고 그랬다. 그런데, 상황을 알게 된 후, 아내는 ‘김치 왜 이렇게 시었지? 버릴까?“라고 말하고 남편은 ”얼마 안 남았는데 그냥 먹자.“고 대답한다. 그리고 묵묵히 그 집에서, 식탁에서, ’스위트 홈‘을 차지한 부부의 젓가락질 소리만이 화면을 채운다. 젓가락질 소리는 계속 된다. 암전되고,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다 올라갈 동안에. 한국영화사상 가장 인상적인 라스트신일 듯하다. 세상은 할머니의 죽음, 그리고 그 이전에 그 가난한 부부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힘든 사람들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기 전에 말이다.
가여운 젊은 부부를 연기한 전봉석, 박정연 배우의 처연한 연기가 시청자를 계속 사로잡는다. 2021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CGV아트하우스상을 수상했다.
▶홈리스 ▶감독:임승현 ▶각본:임승현, 김승현 ▶출연:전봉석(한결) 박정연(고운) 신현서(우림) 송광자(예분) 장준휘(사장) ▶2024년5월31일 KBS1TV 독립영화관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