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1606년 무렵에 처음 공연한 ‘맥베스’가 한국에서, 연극으로 공연된다. ‘맥베스’라면 적어도 오손 웰즈 버전(1948)부터 최근 조엘 코엔 감독이 애플TV+ 영화로 만든 것까지 수도 없이 리바이벌, 리메이크 되었다. 이번엔 황정민이 장군 맥베스에 도전한다. 황정민은 스크린의 뜨거운 열정을 식히기 위해, 가끔, 주기적으로, 의무적으로, 그리고 열정적으로 무대로 돌아오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서 장군 맥베스와 그의 충실한 친구 뱅코우가 승전하고 돌아오는 길에 안개 낀 벌판에서 세 명의 마녀와 마주친다. 마녀는 ”만세~ 장차 왕이 되실 분!”이라는 예언을 남긴다. 이후 맥베스는 아내(레이디 맥베스)의 부추김으로 왕을 살해하고 왕관을 쓴다. 그러나, 맥베스는 죄책감과 악몽에 시달리게 된다. 황정민이 맥베스를, 김소진이 레이디 맥베스를, 송일국이 뱅코우를 연기한다.
7월 13일 공연 개막을 앞두고 일찌감치 10일(금)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는 <맥베스>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황정민, 김소진, 송일국 배우와 연출가 양정웅이 참석했다.
양정웅 연출은 "'맥베스'는 개인적으로 20년 만에 새롭게 도전하는 작품이다. <맥베스>를 바탕으로 한 <환-일루젼>에서 동양적인 재해석 시도를 했었다. 이번에는 황정민,김소진,송일국을 모시고 정통에 가깝게, 셰익스피어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볼 생각이다"고 소개했다.
황정민은 "'맥베스'는 한 마을의 영주였는데,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 때문에 탐욕, 욕망의 끝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쉽게 설명하면 구청장이었는데 대통령이 된다는 말을 듣고 탐욕의 끝으로 향하는 인물이다.“며 "수많은 분들이 '맥베스'라는 이 작품을 오마주했고, 재창작했다. 그만큼 함축되어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공부할 거리도 많은 작품이다. 그래서 '맥베스'를 하고 싶었다고 말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꾸준히 연극무대에 오르는 황정민은 무대연기의 매력에 대해 “내게 더 중요한 것은 연극이라는 작업을 할 때 개인적으로는 힐링의 시간이자 공간이라는 점이다. 너무나 행복하다. 물론 영화를 찍을 때도 행복하지만, 또 다른 결을 느끼게 된다. 오로지 배우로 느끼는 행복함, 힐링, 관객과의 소통, 매 회차마다 느낌이 다르다."고 밝혔다.
김성수 감독의 <아수라>,<서울의 봄>에서처럼 또다시 욕망의 끝으로 달려가는 인물을 연기하는 황정민은 “어쩌면 김성수 감독이 '맥베스'를 보고 따라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맥베스'는 그만큼 레퍼런스가 되는 백과사전 같은 작품이다. 이런 역할은 하면 할수록 어렵기도 하다. 이번에는 또 다르게 보여줘야 하니까. 나에게도 공부가 된다. 기대가 되는 작업이다"고 말했다.
김소진은 "레이디 맥베스는 맥베스가 비극적인 파멸로 이르게 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다. 자신의 욕망을 쟁취하기 위해서 행동하는 강한 의지들, 불안, 두려움, 죄책감 같은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 변화를 관객분들이 잘 이해하고 공감하실 수 있도록 잘 찾아서 그려보고 싶은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뱅코우 역의 송일국은 “이 장소는 제가 첫 연극을 했던 장소이다. 그때가 배우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연극 작품이 바로 2016년 국립극장에서 관람한 ‘햄릿’이었다. 눈물을 펑펑 쏟았었다. 벅찬 감동을 주었던 공연장에 다시 발을 디딘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설레고 큰 영광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에 공연되는 <맥베스>의 포스트는 일본의 유명 아트 디렉터인 요시다 유니가 맡아서 감각적인 포스터를 완성시켰다. ‘맥베스’에게 살인하라고 부추기는 ‘레이디 맥베스’의 검과 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황정민 배우는 김소진 배우에게 손을 올리고 있는데, 황정민의 머리에 올려진 왕관이 상징적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최근 열린 백상예술대상에서 화제가 된 황정민의 수상소감과 관련해서“(그날) 그냥 울컥한 것이지 운 건 아니다‘. 아침에 대판 싸워서 이야기한 거다. 농담이다"면서 ”(아내 김미혜는) 동반자고 내 삶의 가장 친한 친구이다. 작품에 대해 같이 이야기할 때 너무 행복하다. 연극은 샘컴퍼니 김미혜 대표가 내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같이 할 것이다.“고 말했다. 아내 김미혜는 샘컴퍼니의 대표이다.
‘해롤드&모드’를 시작으로 ‘로미오와 줄리엣’, ‘리차드 3세’, ‘오이디푸스’, ‘파우스트’에 이어 샘컴퍼니가 내놓는 연극 시리즈 여섯 번째 작품 <맥베스>는 오는 7월 13일부터 8월 1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5주간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사진=샘 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