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니스 코트의 관람객은 공의 궤적을 따라 고개를 좌우로 바삐 움직인다. 튀어 오르는 땀방울, 바닥을 울리는 공의 마찰음, 그리고 라켓을 내동댕이치는 격정까지. 스포츠 영화의 문법은 늘 뜨겁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신작 <챌린저스>에서 이 익숙한 코트의 풍경을 기묘한 삼각관계의 전장으로 탈바꿈시킨다. 영화는 테니스를 매개로 코트 안팎, 나아가 침대 위아래를 오가는 절묘한 심리전을 펼치며 관객을 밀당의 세계로 초대한다.
서사는 2019년 뉴로셸 챌린저 대회 결승과 그 이전 13년간 얽힌 세 남녀의 역사를 교차한다. 거칠고 공격적인 패트릭(조쉬 오코너)과 섬세하고 현실적인 아트(마이크 파이스트), 그리고 그들 사이에 군림하는 압도적 존재 타시(젠데이아)가 주인공이다. 유망주였으나 부상으로 은퇴한 뒤 남편 아트의 코치가 된 타시는 슬럼프에 빠진 남편을 위해 챌린저 대회 출전을 독려한다. 그곳에서 재회한 아르바이트 선수 패트릭과의 대결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를 넘어선 치정의 랠리가 된다.
구아다니노 감독은 인물 간의 텐션을 영리하게 조율하며 경쟁심에 불을 지핀다. 테니스 점수 ‘0’을 ‘러브(Love)’라 부르는 역설처럼, 영화는 상대를 독점하려는 욕망을 완벽한 러브게임의 형식으로 구현한다. 저스틴 커리츠케스의 각본은 로저 페더러의 아내 미르카의 표정에서 모티브를 얻어 탄생했다는데, 타시의 눈빛에는 코트를 지배하지 못한 자의 갈증과 대리 만족의 욕망이 서려 있다. 승리는 짜릿하고 패배는 허망하겠으나, 라켓을 놓지 않는 한 게임은 계속된다. 젊고 섹시하며 탄탄한 육체의 언어가 코트를 가득 채우는 수작이다. (박재환영화리뷰.800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