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관왕에 빛나는 김초희 감독의 독립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가 언론시사회를 갖고 일반 개봉을 준비 중이다.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언론시사회가 눈이 소복이 내린 17일(월) 오후,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이날 시사회에는 김초희 감독과 배우 강말금, 윤여정, 김영민, 윤승아, 배유람이 참석했다.
영화는 영화 프로듀서로 희망에 가득한 신작 크랭크인을 준비하던 결정적 순간에 어이없는 감독의 돌연사로 작품이 무산되고, 백수가 된 과년한 노처녀 찬실(강말금)의 리얼라이프를 다루고 있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3관왕(한국영화감독조합상, CGV아트하우스상, KBS독립영화상) 및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고, 해외영화제에서도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찬실이....>는 단편 ‘겨울의 피아니스트’ ‘우리 순이’ ‘산나물 처녀’로 주목받은 김초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김초희 감독은 “40대 영화 프로듀서 찬실이가 실직 후 겪게 되는 위기에 대한 영화다. 나 역시 프로듀서로 오랫동안 일했고, 그 이력이 영화에 자연히 묻어났다”며, “삶의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며 희망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영화를 소개했다.
<찬실이..>에는 실직상태의 프로듀서 찬실(강말금)과 연기를 너무 하고 싶어 하지만 현실이 녹록치 않은 배우 소피(윤승아), 그리고 하는 일은 전혀 없지만 “인생은 70부터”라고 말하는 집주인 할머니 복실(윤여정) 등 세 여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감독은 “세 인물로 희망찬 캐릭터를 그려 내고자 했다”고 영화의 기조를 설명했다.
김초희 감독은 제목에 대해 “보통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거나 가진 것이 많을 때 복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복은 삶의 힘든 과정 속에서도 자신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영화가 끝나면 김초희 감독이 작사한 ‘장기하와 얼굴들’의 베이시스트였던 정중엽이 곡을 쓴 엔딩곡이 나온다. 노래는 소리꾼 아티스트 이희문이 부른다.
능청스레 사투리를 마구 구사하는 찬실이 역의 강말금은 이번 작품이 첫 장편 영화 주연작이다. “모든 게 다 처음이다. 영광스럽다”며, “신마다 그 신의 요소를 살리려 노력하기보다는 영화 전체의 균형을 생각했다”고 밝혔다.
최근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미나리>에도 출연한 윤여정은 “그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진심으로 쓴 것 같았다. 이번 김초희 감독의 영화도 진심으로 쓴 이야기가 아니라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에도 저런 아이가 있을까 싶을 만큼 사람에게 감동받았다. 정말 고생하면서 촬영했는데, 상을 많이 받아 뿌듯하다.”
김초희 감독의 단편 ‘산나물 처녀’에 나왔던 윤여정은 이날 한국 독립영화계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나도 한때 독립영화를 보곤 했다. 그런데 나이 든 후에는 안 본다. 왜냐하면 사회의 이면만 고발형식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이 나이가 되니까 그런 것이 싫더라”며, “김초희 감독의 영화는 문제를 해학적으로 푸는 방식이 너무 맘에 들었다. 앞으로 여러 종류의 독립 영화가 나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영화에서는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이야기>와 에밀 쿠스트리차의 <집시의 시간>, 그리고 왕가위의 <아비정전> 등 씨네필 필견의 작품들이 거론되면서 영화에 대한 김초희 감독의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영화잡지 <키노>와 정성일 평론가도 만날 수 있다.
“고군분투해서 꿈을 위해 살면서, 세세한 결을 느껴가는 그 과정이 복이라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담았다"라고 김초희 감독이 밝힌 이 희한하게 유쾌한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3월 5일 개봉된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시사회현장/ 찬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