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이 중국집 주방장을 하는데 전직이 의심스럽다고? 보나마나 개과천선한 조폭이겠지. 뭐, 그 정도만 짐작해도 이 영화 <시동>(감독 최정열)을 감상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시동>은 마동석의 슈퍼 주먹질보다는 찌질한 청춘의 헛발질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다. 물론, 그것이 정답이 아니어도 된다. 감독의 연출 의도는 명확하다. 이 길이 아니면 저 길로 가면 된다. 청춘은 아름답고 인생은 기니 말이다. 대신 영화는 짧다. 102분!
학교 가는 것은 싫고, 대학 가는 것에 대해선 생각조차 하지 않는 18살 택일(박정민)은 엄마(염정아)와 사사건건 부딪치다가 울컥 집을 나온다. 호기롭게! 가진 것은 탈탈 털어도 1만원 플러스 몇 푼. 무작정 버스에 오르니 도착한 곳은 군산터미널이다. 내리자마자 ‘빨강머리’(최성은)를 괜히 쳐다봤다가 한 대 맞는다. 그렇게 주린 배를 껴안고 안착한 곳이 장풍반점. 이제 꼬박꼬박 높임말을 쓰는 뭔가 이상한 주인(김종수), 자신과는 달리 뭔가 꿈이 있어 보이는 배달부(김경덕), 그리고 ‘전직이 의심스러운’ 마동석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앗, 서울엔 정해인(상필 역)도 있다. 똑같이 갈피를 못 잡고 청춘을 소비하면서 말이다.
<시동>은 인기 있는 웹툰을 효과적으로 영화로 옮긴다. 웹툰에 최적화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스크린에서도 재현된다. 거석이 형 마동석의 변신은 영화를 ‘마블 히어로’보다는 ‘B급 캐릭터’로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묵직한 팔뚝과 강펀치 뒤에 숨겨진 러블리한 매력은 이번 영화에서도 넘쳐난다. 그런데,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들은 청춘들이다. 박정민은 이제 발군의 캐릭터 해석력을 보여준다. ‘그런 엄마’ 밑에서, ‘그런 환경’ 속에 자라온 그렇고그런 반항아는 어떻게 세상과 만나고, 사람을 알게 되고, 자신의 길을 찾게 되는지 보여준다. 박정민의 길 찾기에 빛을 비쳐주고 손을 내밀어 주고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이 <시동>의 착한 사람들이다. 물론, 그 반대편에는 악당이 있다. 어설픈 반항기에 쓸데없는 오기, 치명적 객기의 박정민에게 세상의 호된 맛을 안겨 주는 사람들이다.
박정민이 행운아인 것은 그가 찾은 ‘장풍반점’엔 착한 사람만 있었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택일이보다 더 험한 꼴을 본 사람들이 즐비하다. 사장도, 상필이도, 정육점 주인도 모두 가슴엔 크다단 슬픔/아픔이 있다. 모르긴 해도 경주(최성은)도, 윤경호도, 염정아도 그럴 것이리라. 물론 마동석은 차원이 다른 세상을 살아왔지만 이들과 버라이어티하게 무게중심을 잡는다.
결국, 잘못된 길을 가고, 잘못된 선택을 한 청춘일지라도 굳센 의지와 선의의 사람들의 도움이 있다면 올바른 길을 찾기는 쉬울 것이다. 좀 둘러왔음 어떤가. 청춘의 특권일 테니 말이다. 나중에 또 다른 맹랑한 청춘이 객기를 부리며 들이댈 때, “애가 좀 반항하는 것은 좋은데, 어른 흉내 내면 혼난다”라고 말할 여유가 생길 테니 말이다. 12월 18일 개봉,15세관람가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