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대한민국을 흔든 많은 일들 중 하나가 사법개혁, 혹은 올바른 법의 집행을 둘러싼 논란일 것이다. 주권재민의 시대에 가장 이상적인 법률서비스의 하나는 일반 시민이 사법시스템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할리우드영화에서 흔히 보는 배심원제도를 우리나라 법정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사법체계 내에서 일반 국민, 법률소비자인 일반시민이 판결 과정에 참여하는 진화된 사법 방식인 국민참여재판이다. 지난 2008년 처음 도입된 이 제도는 미국 의 배심원제도와는 조금 다르지만, 우리나라 사법시스템에서 어느 정도 의미를 키우고 있다. 그런 한국 사법제도 속 ‘국민참여재판’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영화 <배심원들>이 크리스마스인 25일(수) 밤 23시 10분에 KBS 2TV를 통해 방송된다.
법정드라마의 묘미는 변호사와 검사의 치열한 공방과 뜻밖의 증거물과 의로운 증인의 등장으로 판을 뒤흔드는 경우이다. 미국 영화에서는 이런 법정 공방에 항상 등장하는 존재가 있다. ‘배심원’들이다. 배심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때로는 쩔쩔 매는 변호사나 검사의 모습에서 미국 사법제도의 특이함에 놀라게 된다. 물론, 미국 배심원 제도가 절대 선을 아니다. O.J. 심슨 재판 이야기에서 항상 나오는 것이 ‘배심원 제도의 맹점’이라는 주장도 있으니 말이다.
영화 '배심원들'(감독:홍승완)은 2008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의 실제사건을 바탕으로 극화되었다. 한 임대아파트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아들이 엄마를 죽이고 아파트에서 내던진 사건–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니 법조계나, 언론, 국민들의 관심이 높다. ‘국민참여재판’에 여덟 명의 일반 배심원들이 함께 한다. 살인사건에 대해서도, 재판에 대해서도 문외한에 가까운 이들 시민들이 어떻게 ‘법이란 이런 것!’이란 명제에 합의하는지를 치열한 법정공방과 함께 보여준다.
영화는 배우들의 호연으로 빛난다. 재판장 문소리를 필두로 배심원 박형식, 백수장, 김미경, 윤경호, 서정연, 조한철, 김홍파, 조수항까지 풍성한 법정 스토리를 뒷받침해준다. 여기에 권해효(법원장), 태인호(주심판사) 등 주변인물까지 법정 드라마에 윤기를 더한다. 아이돌 출신 박형식은 ‘8번 배심원’ 권남우를 연기한다.
단순하게 보이던 형사재판에서, ‘평범한 시민’의 ‘당연하고도 당돌한 의문 제기’는 재판을 예상 밖의 방향으로 이끈다. 이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들은 조금씩 법에 대해, 재판에 대해, 누군가를 심판한다는 것에 대해 책임과 의무, 그리고, 열정을 갖게 된다.
현재 ‘국민참여재판제도’는 형사재판에 대해 참여하게 되고, 배심원의 의견이 재판관의 최종심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참조사항일 뿐이다.
영화 ‘배심원들’은 우리나라 사법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조금이라도 도와주는 법정드라마이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 영화 '배심원들'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