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니게이드 넬
넷플릭스와 양자대결을 펼칠 것 같았던 디즈니플러스에는 볼만한 게 곳곳에 숨겨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디즈니, 마블, 루카스,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과 함께 [스타]엔 각종 킬러콘텐츠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한국 콘텐츠 [무빙]처럼 [레니게이드 넬]도 디즈니 브랜드가 아닌 프로덕션이 만든 꽤 재밌는 작품이다. 지난 달 29일 공개된 [레니게이드 넬](원제:Renegade Nell)은 18세기 영국을 시대적 배경으로 ‘분노에 찬 여성 캐릭터’가 사악한 세상을 구하고, 위태로운 왕가를 지키는 판타지이다. 손흥민이 뛰고 있는 ‘토트넘’이 나온다. 그것만으로 이 작품은 볼 가치가 있다. 물론 18세기 토트넘은 지극히 목가적이다!
제목에 쓰인 ‘레니게이드’(renegade)는 변절자, 탈당자, 배교자를 뜻한다. 자신이 한때 속해 있던 집단이나 사회를 떠난 이탈자를 말한다. 주로 정치적, 종교적, 민족적 연줄의 배신자를 말한다. ‘넬’은 주인공이다. 1990년대에 MBC에서 미드 [레니게이드]란 것을 방영한 적이 있다. 경관을 죽였다는 누명을 쓴 전직경찰이 자기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도망자 이야기이다. [레니게이드 겔]에서는 18세기, 여성캐릭터가 어떤 누명을 쓰고 어떻게 발버둥 치는지 잘 보여준다.
영화가 시작되면 고향으로 돌아오는 넬 잭슨(루이사 할란드)을 보여준다. 노상에서 강도를 만난다. 죽기 일보 직전,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다. 콩알 만한 작은 불꽃이 파닥이더니 이내 몸속으로 들어오고 넬은 순간 듣도 보도 못한 극강의 파워를 보이면 노상강도를 혼줄낸다. 이후 이 깜찍요정 ‘빌리 블라인드’는 넬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서 힘을 보태준다. 그와 동시에 넬 잭슨은 ‘노상강도’라는 오명을 뒤집어쓴다. 오랜만에 돌아온 집. 아빠와 동생 록시와 죠지와 재회하지만 이내 엄청난 비극에 내몰린다. 동네 악당 토마스와 소피아 윌모트 남매에 의해 살인범으로 몰리게 되고 이제 도망자 신세가 된다. 윌모트 남매의 배후에 포인튼 백작이 있다. 알고 보니 흑마술을 사용하는 최종빌런이다. 이제 요정의 도움을 받는 넬과 빌런의 조종을 받는 악당들이 뒤엉켜 가족의 화평과 왕실의 유지를 위해 달려가기 시작한다.
레니게이드 넬
기본적으로 여성캐릭터의 진화를 엿볼 수 있고, 매회 엎치락뒤치락하는 액션의 연속과 흥미로운 영국왕실 이야기가 곁들어진 판타지이다. 게다가 주변부 인물들의 드라마도 풍성하다. 특히 유랑극단 이야기나 율라리아(조일리 리처드슨)라는 미디어대모(!)의 ‘옐로우 저널리즘 풍자’는 흥미롭다. 그리고 무엇보다 넬의 세 자매 배우, 루이자 할란드, 보 브래가슨, 플로렌스 킨이 사랑스럽다.
포장이 ‘역사극’인만큼 역사덕후들은 신나게 볼 작품일 듯. ‘레니게이드 넬’이 실존인물인지 혹은 영향을 준 역사적 인물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로빈후드’처럼 말이다. 실제 17세기 영국 노상강도의 왕은 딕 터핀(Dick Turpin)이다. 그에 앞서 여자 강도 수잔 힉스(Susan Higges)도 있다. 버킹엄셔(Buckinghamshire)에서 남장을 하고 20년 동안 강도질을 했었단다. 둘 다 결국 잡혀 교수형에 처해진다. <레니게이드 넬>은 1705년이라는 시점이 나온다. <튜더스> 200년 뒤, <아웃랜더>보다 40년 년 전, <브리저톤>보다 100년 전 쯤 이야기이다. 당시 왕은 앤 여왕(Queen Anne)이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에 등장하는 그 여왕이다. 그리고 포인튼 백작이 ‘자코베이트’라고 나오는데 1688년 영국에서 일어난 명예혁명의 반대세력이다. ‘스튜어트 왕조의 제임스 2세’가 추방당하고 그 직계후손의 복위를 추진하던 세력이다.
[사진=디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