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대스타 이영애가 <친절한 금자씨>이후 14년 만에 출연한 영화 <나를 찾아줘>는 스릴러이다. 6년 전 잃어버린 아들, 지금은 13살이 되었을 ‘실종아동 윤수’를 찾아 전국을 헤매는 가슴 아픈 드라마이다.
영화는 정연(이영애)이 황량한 갯벌을 휘청거리며 걸어가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바다가 저 멀리 밀려나고 암초가 튀어나온 갯벌 끝에 눈이 머문다. 이제부터 정연의 힘겨운 6년의 삶이 펼쳐진다. 아들을 잃어버리고 삶은 망가진다. 아빠(박해준)는 차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헤맨다. 전단지를 돌리며. 엄마 정연은 병원에서 일하며 희망을 잃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박해준이 어이없는 교통사고로 죽고, 정연은 절망에 놓이게 된다. 그 때 걸려온 전화 한 통. “당신 아들인 것 같다. 갯벌에서 일하더라.” 정연은 ‘무산시 내부도 만선낚시터’로 향한다. 그곳에서 상상도 못했던 끔찍한 사람들을 만나고, 겪어 보지 못했던 악몽을 꾸게 된다.
익명의 섬, 악몽의 끈
정연이 마주하는 만선낚시터 사람들은 단단하게 결속된 집단이다. 강노인(진유영)을 중심으로 흡사 패밀리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그리고, ‘경찰청’과는 십만 리는 떨어져있을 것 같은 파출소 홍경장은 이들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고 있다. 정연은 이들 무리에서 ‘아들’을 찾기 위해 발버둥 친다. 은폐하려는 자, 숨으려는 자, 분노하는 자들이 뒤엉켜 태풍의 밤을 보내게 된다.
영화를 보면서 이문열의 <익명의 섬>(임권택 감독의 <안개마을>로 영화화됨)이 떠올랐다. 공간적으로 외부와 격리된 마을에서 벌어지는 괴이한 모습들. 의심스러운 비밀을 가득 안고 있고, 그들만의 룰이 지배한다. 물론 이 영화는 훨씬 불법적이고, 탈법적이고, 반인륜적인 일들이 안개 속에, 갯벌 밑에 숨어 있다.
김승우 감독은 ‘잃어버린 아이를 찾는다’는 도로가 현수막을 보면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는 사람이라면 ‘염전노예’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떠올릴 것이다. 박해준의 사망 뒤의 시동생 내외 이야기는 ‘실종아동 가족’의 삶을 황폐화시키는 또 다른 삽화일 것이다.
이영애는 혈혈단신 구덩이에 내던져진 엄마를 연기한다. 자신의 아이가 겪었을 지옥 같은 삶을 생각하며 엄마는 자연스레 굳센 의지의 여인이 될 것이다.
감독은 조심스레 인물들을 자리에 놓는다. 커츠 대령 같은 카리스마를 보여줄 유재명, 커뮤니티의 또 다른 실력자 진유영, 떠올리기도 끔찍한 종호(넙치 역), 정연을 필요이상으로 적대시하는 이항나, 그리고, 마지막까지 수를 감춘 듯한 김종수까지. 감독은 ‘고라니’ 사냥 장면에서 이들의 종속관계를 드러내며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현수막’을 건 가족들의 절박함이, 주사기를 든 이영애의 하얀 손에서 그대로 느껴지는 드라마이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 '나를 찾아줘' 스틸/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