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宮﨑駿) 감독의 첫번째 극장판 애니메이션인 <루팡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이 한국 극장에서 개봉되었다. 1979년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7년 메가박스에서 단독개봉한 적이 있으며 이번엔 CGV에서 단독개봉한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84), <천공의 성 라퓨타>(86), <이웃집 토토로>(88)보다 앞서 만든 이 영화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등장할까, 여자 주인공 캐릭터는 여기서도 씩씩할까, 항상 보게 되는 캐릭터들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을까하고 말이다.
<루팡3세>는 일본의 만화가인 ‘몽키 펀치’(본명은 카토 카즈히코)가 1967년부터 후타바샤(双葉社) 출판사의 [주간망가액션]에 연재한 동명의 만화가 원작이다. 망가대국 일본답게 이 작품은 1971년부터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을 시작으로 영화, OVA, 게임 등 파생상품이 수도 없이 만들어졌다. 미아자키 하야오는 타카하타 이샤오와 함께 TV애니메이션 작업에도 참여했고, <루팡 VS 복제인간>(요시카와 소지 감독,1978)에 이어 두 번째 극장판 <칼리오스트로의 성>의 단독 감독을 맡게 되었다. 무려 45년 전 이야기이다.
만화 <루팡 3세>는 신출귀몰한 도둑의 어드벤처물이다. 주인공은 감히 ‘아르센 루팡’의 직계손자라는 설정이다. 반세기 전에 그런 ‘국가적 문화재’를 절도(!)한 작가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대단할 뿐이다. <루팡 3세>에는 신묘한 도둑 ‘루팡3세’와 그의 쿨한 파트너인 명사수 ‘지겐 다이스케‘, 루팡의 연인인지, 라이벌인지, 악당인지 모르는 미스터리한 바이크걸 미네 후지코, 이 작품이 일본작품이란 걸 잊지 말라는 듯 결정적 장면에 등장하여 칼을 휘두르는 검객 이시카오 고에몽’, 그리고 오랫동안 루팡을 추적하는 일본형사이며 인터폴인 제니가타 코이치가 항상 등장하여 엎치락뒤치락 희대의 도적질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격전, 엉망진창 사건해결을 보여준다. 그리고 매 작품마다 ‘007’이나 ‘스파이더맨’ 버금가는 악당이 등장하여 ‘범죄현장’을 더 매혹적으로, 풍성하게 만든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몽키 펀치’의 원작을 바탕으로 감독과 함께 각본, 콘티, 캐릭터디자인은 맡은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은 루팡3세가 지겐 다이스케와 함께 모나코 카지노를 터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림체는 그 시절 많이 보아온 일본산 TV애니의 경쾌함과 흥겨움이 넘친다. <미래소년코난>느낌도 많이 난다!) 수십억 달러 지폐를 훔친 기쁨도 잠깐. 위조지폐인 ‘염소지폐’였다. 이제 두 사람은 그 위조지폐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유럽 가상의 나라 칼리오스트로 공국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웨딩드레스를 입은 소녀’(클라리스 드 칼리오스트로)를 보게 되고, 악당 ‘라셀 드 칼리오스트로 백작’가 마주하게 된다. 악당은 고색창연한 칼리오스트로성 지하 비밀공간에서 ‘염소지폐’를 대량 찍어내고 있었다. 이제 낭만파 도둑 ‘루팡3세’는 ‘소녀’도 구하고, ‘악당’을 처치해야 한다. 그런데, 루팡3세를 위협하는 것은 악당뿐만이 아니고 제니가타 코이치 경찰도 있다. 이제 ‘칼리오스트로 성’에 모인 루팡3세와 이들이 어울려, 뒤죽박죽,우왕좌왕,얼토당토,쾌활발랄한 대활극을 펼친다. 45년 전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임을 감안하더라도 자동차추격전이나 고성에서 펼쳐지는 정교한 액션씬, 성벽에 매달린 활극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루팡 3세>의 팬들은 이 작품이 입문작이라고 한다. 이전, 이후 수많은 ‘루팡3세’가 나왔지만 이 정도 낭만, 이 정도 액션, 이 정도 향수를 안겨주기 어려울 것이다. 정말 재밌다.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 (원제: ルパン三世 カリオストロの城/ The Castle Of Cagliostro )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성우 : 야마다 야스오(루팡 3세 역), 코바야시 키요시(지겐 다이스케 역) ▶수입/배급: CJ ENM ▶개봉:2024년 3월 27일/12세 이상 관람가/9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