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성철이 영화 <댓글부대>에서 ‘찡뻤킹’을 연기한다. 어디 동남아 캐릭터가 아니다. 작가 장강명의 동명의 원작소설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안국진 감독이 영화화한 이 작품은 특종을 날리고 싶은 신문사 기자가 정체가 의심스러운 ‘댓글부대’에 꼬이면서 상상도 못한 ‘대한민국 음모론’의 한복판에서 허우적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뮤지컬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김성철은 이번 작품에서 ‘댓글부대’의 일원으로 대한민국의 치부를 생생하게 드러내는 '찡뻤킹'을 연기한다. 믿거나, 믿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말이다.
Q. 영화는 어땠는가. 자신이 찍은 분량은 다 나왔는지.
▶김성철: “내가 찍은 것은 다 나왔다. (손)석구 형이 연기한 기자 이야기 부분은 (촬영하는 것을) 못 봤으니까 어떤지 모르겠다. 대본을 많이 수정하며 찍었다. 그 부분도 그렇게 찍었을 것 같다.”
Q. ‘찡뻣킹’이란 캐릭터를 해석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는지.
▶김성철: “어려웠다. 일차원적으로 보면 쉬운 인물이지만 그러기엔 입체적이지 않을 것 같아서 ‘꼬았는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제작기 영상에서 한 말인데 저 애는 극중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그렇게 연기했다. 관객들이 ‘쟤, 왜 저러는 거야?’하는 걸 느끼게 하고 싶었다. 어느 정도 그렇게 나온 것 같다. ‘개연성이 없어 보인다’고 한다면 그게 맞는 것이다. ‘쟤 왜 저래, 웬 정의감?’ 이런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이 최종목표였다.”
Q. 팀알렙의 찡뻣킹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팀알렙은 어떤 존재인지.
▶김성철: “‘찡뻣킹’,‘찻탓캇’, ‘팹택’에 대해서는 저희끼리 설정한 것이 있다. 그건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그렇게 접근하지도 않았다. 본명이 뭔지, 집은 어딘지 우리끼리 이야기는 하지만 드러나는 장면은 없다. 내가 맡은 ‘찡뻣킹’은 사회에 존재하는 시스템에서 자신의 말과 행동이 어떻게 작용되는지 모르는 사회초년생이라고 봤다. 알바로 시작한 ‘댓글부대’는 자신들 때문에 일이 그렇게 크게 될지 모른다. ‘개연성’보다는 ‘모호함’을 표현하려고 했다. 처음 대본을 보고는 어떡하나 생각밖에 없었다. 이 친구가 양아치 기질이 있었다면 말을 거칠게 하면 되겠지만 말이다. 이 친구들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나비효과 같은 것. 그런 것까지 생각할 만큼 머리가 비상하거나, 꿈이 원대하지도 않다. 이런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고 봤다. 대사 중에 ‘회사 그만 둔거야’에 ‘잘린 거야’라는 말이 있다. 밥 벌어 먹기 위해서이다. 팀알랩은 무언가 대단한 생각으로 만들어낸 조직이 아니다. 김준한 배우가 이야기했듯이 이들은 자신들이 한 일의 파장을 아예 모르는 인물이다. 뭔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걸 연기한 것이다.”
Q. 팀 알랩의 활약과 임상진의 활약, 그 균형점은?
▶김성철: “현실적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완전한 픽션에 대해 욕심을 부린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감독과 그런 이야기 했었다. ‘더 큰 사건이 있어야 더 재밌지 않을까요’라고. 이건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와 현실에서 공존하는 인물을 그린다. 그래서 더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더 큰 사건이 생기고, 댓글부대가 뭔가 큰일을 저질러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생긴다면, 그래서 애들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오면 제가 연기적으로 크게 할 역할도 있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기에 팀 알랩에 주어진 범위 내에서 최대한 연기를 펼치려고 했다.”
Q. 현장에서 대본 수정은 어느 정도 이뤄진 것인가.
▶김성철: “저는 안국진 감독 팬이었고, 같이 작업을 하고 싶었다. 대본을 수정하는 것은 현장에서의 상황에 따른 것이다. 팀 알랜이 살고 있는 집과 그 구조, 인물의 현 상태에 따라 수정을 했다. 엄청나게 수정 되었다기보다는 대사하는 사람을 바꿔 해보는 식이었다. 그게 유기적인 팀처럼 보인다. 대본을 봤을 때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었다. 애매하고 표현하기 힘들 것 같은 인물을 도전해서 만들어내고 싶었다.”
Q. 원작소설과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찻탓캇, 찡뻤킹, 팹택 이 세 인물이 어쩌면 한 인물 같다는, 다중인격 소유자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김성철: “우선 원작과 영화는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작품이다. 이건 ‘영화 댓글부대’이고, 소설은 ‘소설 댓글부대’이다. 소재는 같지만 똑같은 이야기를 다루는 것도 아니다. ‘재 왜 저래?’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하나의 감정으로 사는 게 아니다. 수많은 감정으로 살고 있다. 이걸 하나로 만들면 어떻게 될까. 저에게도 실행하는 모습도 있고, 주저하는 모습도 있을 것이고, 이걸 바라보는 모습도 있을 것이다. 이 세 명이 각자의 색깔로 만들어진 인물이다. 다른 인물, 한 팀이지만 어쩌면 한 사람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Q. 현장에서 안국진 감독의 연출스타일은 어땠는지, 배우들의 연기는 어떤 식으로 형상화되었는지.
▶김성철: “현장이 재밌었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볼 수 있었다. 우리가 표현하는 것이 실제 모델이 있는 것이 아니잖은가. 명확한 신의 목표점이 있다면, 예를 들어 댓글부대가 처음 만들어지고 '우리의 할 일이 이것'이라면 그 목표점을 향해 달려갈텐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잖은가. 그 지점을 향해 어떤 길을 가야할지 항상 고민하고 파악하는 현장이었다. 연기할 때도 감독님이랑 배우랑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리허설도 많이 하고. 그런 게 오히려 재밌었다.”
Q. 무대에서는 전체 극을 이끌어가는, 이번 작품에서의 역할은 전체의 한 부분으로, 파편적인 감정을 보여준다.
▶김성철: “강렬한 캐릭터는 어떤 배우라도 선호할 것이다. 감정의 폭이 크면 클수록 연기하는 재미를 느낄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팀 알렙의 일원으로,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다. 이름만큼 캐릭터가 쉬운 게 아니었다. 팀 알렙의 일원으로 오히려 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최선의 선택이니까. 아쉬움은 없었다.”
Q. 앞선 인터뷰에서 손석구 배우를 존경한다고 했다. 연기 경력은 비슷한 것 같은데 존경한다는 표현을 썼다.
▶김성철:“아마 석구 형 연기는 <뺑반>에서 처음 본 것 같다. 공효진의 남자친구로 나왔는데 ‘저 배우는 뭐야?’하며 찾기 시작했다. 그 뒤 <멜로가 체질>, <범죄도시2> 보면서 우리나라에 저런 배우가 있구나싶었다. 형이 항상 이야기하는 것이 ‘하이퍼 리얼리즘’이었다. 진짜 현실연기를 보여준다. 그게 어렵다. 연기하다보면 욕심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형은 집요하게 그걸 이야기하고 그걸 쫓는 것 같다. 석구 형뿐만 아니라 (김)동휘나 (홍)경이, 같이 연기한 김희원 형, 김준한 형 다 좋아한다. 신기하게도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선배를 존경하게 된다. 어렸을 때는 ‘내가 하면 더 잘 할 수 있어’같은 치기도 있었다. 정말이지 겸손해야한다는 말이 이래서 나오는 모양이다.”
Q. 김성철은 손석구와 탬 알렙 멤버 사이의 연결고리 같다.
▶김성철: “하하, 경이나 동휘도 완전 신인은 아니다. 그들도 작품을 많이 했고 열심히 살았다. 석구 형이나 저는 다작을 해서 상대적으로 경험치가 많은 것이다. 그 친구들이 수줍어서 자기 이야기를 잘 표현하지 못할 때 저는 표현해 버리는 것이 있다. 살아보니 숨기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더라. 예전엔 예능이 힘들었다. 작품으로 각인되고 싶고, 배우로서 맡은 캐릭터가 관객에게 호감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능을 통해서거나 인터뷰할 때 나를 제대로 못 보여주거나 오히려 못나 보이게 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면 캐릭터에 대한 환상이 깨질 것 같았다. 그 친구들도 그런 과정인 것 아닐까. 그래서 중간에 더 나서는 것 같다.”
Q. 드라마, 영화에서의 역할이 점점 커진다. 위상 변화에 따르는 책임감을 느끼는지.
▶김성철: “책임감을 느낀다. 공연을 할 때는 극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했었다. 드라마나 영화는 나이도 있고, 제가 맡을 수 있는 한계가 있다. 극을 이끌어가기 보다는 생기를 불어넣어주거나 받쳐 주는 역할이다. 앞으로 내가 극을 이끌어가게 된다면 그만큼 책임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댓글부대>에서는 석구 형 연기하는 것을 보는 것이 너무 좋았다. 극을 이끌어가는 힘이 대단하다. 나도 경험이 쌓여 언젠가는 극을 이끌게 될 때 저런 흡입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Q. 작품을 고를 때 기준이 있다면?
▶김성철: “같이 하는 스태프, 배우들이 중요한 것 같다. 작품을 볼 때 이 캐릭터를 내가 제일 잘 할까? 다른 배우가 하면 더 잘 할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이 들면 전 못해요. 이를 테면 ‘백마 탄 왕자’ 캐릭터가 주어진다면 전 못해요. 절대 못 합니다. 그걸 내가 한다고 ‘백마 탄 왕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연출의 힘을 얻어야할 텐데. 그런 걸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난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할 것이다.”
Q. 지금 행복한지.
▶김성철: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인터뷰하는 게 힘들지만 그래도 행복해요. 저랑 인터뷰하는 것도 영화를 재밌게 봤고, 궁금해서 오셨을 테니. 행복하게 살고 있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일상에서도 그렇게 생각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산책도 할 수 있다고. 그래서 산책을 하면서도 행복을 느낀다.”
김성철이 출연한 영화 <댓글부대>는 내일(27일) 개봉한다. 김성철 배우가 출연한 넷플릭스 <지옥 시즌2>는 후반작업 중이다. 현재 영화 <파과>와 드라마 <노 웨이 아웃>을 찍고 있단다. 뮤지컬은? “한 동안 안 했었다. <빅 피쉬>는 노래보다는 드라마가 강했다. 극을 대사로 설명하는 역할이었다. 이젠 이런 게 유기적으로 병행을 할 수 있겠더라. 기술로 접근하니 괜찮은 것 같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