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무빙]에서 순애보적 사랑의 슈퍼히어로 장주원을 연기한 류승룡이 이번에는 다시 넷플릭스로 돌아와 딸바보의 진수를 선보인다. 어느 날 갑자기, 별안간, 황당하게,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딸이 닭강정으로 변한 것이다. 말이 되나? 영화 [극한직업]에서 세상 이런 통닭은 없었다며 열심히 닭을 튀기던 류승룡을 만나, ‘닭강정’에 대해 들어보았다.
“‘닭의 우두머리’, ‘치킨의 아버지’ 같이 닭과 관련된 댓글이 많더라. 그 중에 ‘최선만을 류승룡이 아니면 누가 할 수 있겠는가’ 이런 글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Q. 공개된 뒤 반응은 살펴보았는지.
▶류승룡: “넷플릭스와 홍보사 통해 들었다. 개인SNS를 통해서도 반응을 보고 있다. 예상대로 취향이 나뉘더라. 새삼 체감하고 있다.”
Q. 대본 처음 받았을 때 느낌은 어땠는지.
▶류승룡: “처음엔 감독이 농담하는 줄 알았다. [극한직업] 같이 한 사람들이 간간히 만났었다. 진선규 배우 공연 보러갔다가 이병헌 감독이 뭘 준비한다고 하더라. ‘딸이 닭강정으로 변했는데, 그걸 구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라는 것이었다. 진짜 말도 안 되는 농담을 하나 싶었다. 감독이 워낙 샤이하고 내성적인 사람이라 시크하게 지나갔는데 몇 달 뒤 정식으로 책이 온 것이다. [닭강정]이란 웹툰이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농담인 줄 알았던 게 영상화 된다니 기대가 되었다. ‘이런 게 투자를 받았다고? 만들어진다고?’ 로그라인은 간단했다. ”닭강정이 된 딸을 구한다‘ 이걸 어떻게 풀어가지. 설정 자체가 독특하고, 풀어가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가족에 대한 생각도 있었다. 내겐 아주아주 ’극호‘였다. 아마도 처음에는 저처럼 ’에이~‘하며 정보 없이 보다가 당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극호였던 분들 반응보고, 호기심에 재진입할 수도 있을 것 같다.“
Q. 초반에 특히 시선을 끄는 과장된 말투는 어떻게 나온 것인가.
▶류승룡: “시나리오에 그렇게 연기할 수밖에 없게 쓰여 있었다. ‘자네는 외모를 바지로 x지나?’ ‘좋은 아침입니다’할 때 ‘어디가 좋다는 말인가?’라는 대사를 어떻게 구사하나. 가장 적절하게 하려면 연극적으로, 과장되게 해야 한다. 그래야 딸이 닭강정으로 변한다는 게 마음 편한 설정이구나라고 마음을 열 수 있다. 그런 언어이고 기호인 것 같다.”
Q.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을 다시 만나 연기해보니 어떤가.
▶류승룡: “[극한직업] 때 처음 호흡 맞출 때 당황했었다. 코미디 감독이고 말맛이 살아있는 영화를 만든다는 사람이 정말 조용하다. 그래서 그를 ‘나른한 천재’라고 표현하고 싶다. 평상시 그렇게 생각이 가득한 사람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부딪쳤을 때 솔루션을 툭툭 던지는 게 너무 좋았다. 처음에 그 스타일에 적응하는 게 힘들 수 있다. 안재홍 배우도 한번 겪었으니 충분히 이해하고 알고 있을 것이다. 정말 너무 신선하고 놀라운 경험을 했다. 둘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서로 시나리오 보면 ‘이렇겠구나’ 하는 게 있었다. 리허설 거의 없이 한두 번의 테이크에서 뽑아낸 것 같다.”
Q. [극한직업]의 대박흥행에 대한 기대치가 있을 텐데 부담감은 없었는지.
▶류승룡: “전혀 없었다. 감독님도 그랬다. 그냥 재밌게 찍어보고 싶었다. 다양성 차원에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이 작품에 참여했다.”
Q. 정호연의 연기는 어땠는가.
▶류승룡: “깜짝 놀랐다. 웃음을 참으면서 엉뚱한 대사를 쳐야한다. 이병헌 감독님의 말맛을 살려 대사로 소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 처음 하는 사람에게는 특히 그럴 것이다. 나는 장진 감독이랑 해봐서 트레이닝이 된 사람이다. [극한직업]할 때 이하늬, 공명, 진선규 배우가 처음엔 힘들어했었다. 정호연 배우는 무진장 연습해서 왔었다. 아마 <오징어게임> 뒤로 많은 제안이 왔을 텐데 이 작품을 택한 것이다. 재밌다 봤다. 기대 이상으로 준비를 많이 해왔기에 고마웠다. 이 작품에서 선물 같은 배우이다.” (준비를 많이 해 온다는 게 무슨 말인지?) “연기 연습을 많이 해서 캐릭터에 잘 녹아든 상태에서 현장에 온다는 말이다. 어떤 경우의 수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Q. 딸이 닭강정으로 변한 뒤, 아버지는 환장할 지경이다. 부성애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류승룡: “부성애가 이 작품을 선택한 큰 포인트이기도 말했었다. <테이큰>의 리엄 니슨처럼 연기했다고 말했는데 진짜 그 정도 심정이다. 그런 마음이 없다면 가짜가 되어 버릴 수 있으니. 정말 리얼하게, 솔직하게 하려고 했다. 과장이겠지만 닭강정이 진짜 딸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닭강정을 보니 어땠나?) “너무 슬펐다. 내 딸이 이렇게 변했구나. 소품팀이 잘 만들었다. 반짝반짝 생기를 느낄 수 있게 틈날 때마다 발라주고...”
Q. 그래도 참 우스운 상황일 텐데, 어떻게 집중력을 유지했는지. 외계인(백정 4인방)과 대치할 때 말이다.
▶류승룡: “참여한 모든 배우들이 같은 생각이었다. 딸이 닭강정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 ‘핵’ 이야기할 때 몰입이 된다. 사슴, 라바, 이런 거 할 때 말이다. 그때 다들 진지했다. ‘썬더’도. 진지하게 연기 안하면 우스꽝스런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Q. 촬영하면서 이른바 ‘현타’오는 순간은 없었는지.
▶류승룡: “저는 괜찮았지만 보조출연자들이 너무 당황했다. 아기도. 아무 정보 없이 왔다가 놀랐을 것이다. 이 자리에서 그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다. 저희들이야 학습이 되었으니. BTS춤 출 때 그랬다. 정말 예상 안했었는데 라바가 애벌레처럼 움직일 때 우리는 웃음을 겨우겨우 참았는데 본인이 웃음이 터져서 애먹었다.”
Q. 이런 연기를 할 때는 캐릭터 접근 방식이 달랐는지?
▶류승룡: “감독은 원작을 살리는데 주안점을 뒀다. 배우들은 2D 웹툰의 기본 골격에 질감과 모습을 덧붙인다. 자유롭게 할 여지가 있어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맛이 있었다.”
Q. ‘치킨전문배우’로서의 소감은.
▶류승룡: “하! 우연히 그렇게 되었다. 이 정도면 협회에서 찾아올 것 같은데. 한돈, 한우협회는 있어도 한계협회는 없는 모양이더라. 제가 발족해서 홍보대사를 할까 생각한다. 우연치 않게 ‘닭’과 인연이 있다 보니 진지하게 인터넷이나 백과사전을 찾아보게 되더라. 인류에게 닭은 소중하다. 닭은 날지를 못하잖은가. 부화기간도 21일밖에 안되고. 여름엔 삼계탕이 되고, 애들 계란 후라이가 되기도 한다. 인류에겐 소중한 단백질 원이 된다. 그런 식으로 소를 잡아먹을 순 없으니까. 그리고 머리가 너무 좋으면 안 잡혀요. 닭이 이렇게 이로운 존재란 걸 새삼스럽게 느꼈다.” (딸이 닭강정이 되었는데 닭을 먹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간헐적 단닭, 절계를 하게 되더라. 그리고 현장에서 잘못하면 소품을 먹을 수 있으니까. 너무 똑같아서. 그래도 파전이랑 닭강정 먹을 때 진짜 맛있더라. 진짜 파닭이다.”
Q. 안재홍 배우는 류승룡 뒤를 이을 차세대 배우감인가.
▶류승룡: “저야 좋은데 재홍이가 그런 표현 좋아할까요? 안재홍 배우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마어마하게 확장할 게 많다고 생각한다. 그 나이에 보여줄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이다. 앞으로 더 시간이 흐르고 세월을 담아내는 연기를 한다면 엄청날 것이다. 시간을 그려내는데 탁월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아픈 사랑, 아빠가 되어 부성애를 표현할 때 어떨지 너무 궁금하다.”
Q. 마지막 장면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류승룡: “그냥 그렇게 사는 거겠죠. 처음과는 달리 아빠는 화장실로 안가고.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 모르겠다. 재홍이가 혼자서 ‘차은우!’ 외치고 시즌2가 나올 수도 있겠다.”
Q. 김유정이 딸로 출연한다.
▶류승룡: “사실 알고 보면 김유정의 연기경력이 나와 비슷하다. 연기도 같이 한 것도 있다. <황진이>(2007) 때도 같이 하고, 내 딸로 나온 적도(영화 <불신지옥>) 있는데 기억을 못하더라. 프로필 보고 알더라. 좋은 배우로 성장했고, 앞으로 더 기대가 된다.”
Q. 이제 어떤 장르에서 숨겨진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악역을 안 한지도 오래된 것 같다.
▶류승룡: “이제 해야죠.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님들, 기획하고 투자하고 제작해 주시는 분들이 고맙다. 이런 걸 구현해 내는 스태프들도 놀랍다. 이런 나라에서 배우로 활동하는 것이 너무 감사한다. 코미디는 찍어둔 작품이 있다. <닭강정>과는 결이 다르다. 그 작품이 언제 개봉될지 모르겠지만 이제 당분간은 코미디를 하지 않을 생각이다. ‘코미디 안식년’을 가질 생각이다. 시간이 지나 많은 분들이 ‘류승룡 코미디 보고 싶다. 왜 안 하냐’라는 말이 나오면 그때 다시 코미디를 할 것이다. 그 때까진 웃음기 빼고 연기하고 싶다.”
Q. 류승룡 코미디 연기의 근원은?
▶류승룡: “이런 건 연구해서 되는 게 아니다. 아버지가 9남매이다. 충청도분이시고. 조카들이 꽤 많다. 명절에 모이면 시끌벅적하다. 아버지가 시치미 뚝 떼고 말하면 다들 웃는다. 어릴 때부터 봐온 것이다. 충청도에서 시치미 떼는 것은 유명하잖은가. ‘냅둬요, 개나 줘버리게~’ 같은. 그런 가정 환경도 한 몫 한 것 같다. 대학에선 몰리에르 같은 정통 코미디 좋아했다. 장진 감독님과 연극할 때 배운 것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리고 <난타>를 5년 하면서 많이 배운 것 같다. 그 때는 힘들었지만 그 때 호흡, 타입, 꺾기 같은 것이 몸에 밴 것 같다. 이게 자양분이 되었구나, 그때 한 것이 헛된 것이 아니었구나 생각이 든다. 되돌아보니 그때 한 것이 곶감처럼 내안에 세포에 쌓여있더라. 그게 복합적인 것 같다.”
Q. [닭강정]을 보내며.
▶류승룡: “이게 마지막이 아니라 마중물이 되었으면 한다. 이런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다 생경하겠지만 자꾸 보면 나아질 것이다. (닭강정의 원작자) 박지독 작가 작품 중에 <감자마을>도 있더라. 어쩌면 안재홍과 내가 고구마, 감자로 변해서 나올 수도 있잖은가. 진짜 재밌을 것 같다. <닭강정>이 된다면. 독특하니까 5년 뒤에 할 수 있을까.”
Q.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면?
▶류승룡: “거위의 꿈? 연기라는 게 어렵고 광범위하다. 최민식 선배처럼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존경스럽다. 저도 계속 이루어낸다기보다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한 곳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준비된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면 좋은 캐릭터들이 내게 오는 것 같다. 그런 식으로 제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가 오는 것 같다.”
“찍어놓은 게 언제 개봉될지 영화사도 판단을 못 내리겠다고 하더라. <정가네 목장>에서는 소도 한번 만져봤다. 동물친화적인 배우 이미지가 있을 것 같다. 영화 개봉하면 홍보 잘 해야 할 것이고, 예정된 작품, 집중해서 잘 찍을 참이다. 그리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맨발 걷기를 할 것이다. 아내와 함께 동네 뒷산에서 맨발걷기를 할 생각을 하니 설렌다.”
류승룡 배우가 찍어놓고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는 <정가네 목장>, <비광>, <아마존 활명수>가 있다. 그리고 드라마 <파인>을 찍고 있단다. 여전히 바쁜 배우이다.
▶닭강정 ▶감독/극본:이병헌 ▶원작:박지독 웹툰 ▶출연:류승룡,안재홍,김유정,김태훈,황미영,정순원,이하늬,유승목,정승길 ▶특별출연: 정호연(홍차) 박진영(유태영) 조현재(한량) 문상훈(정효봉) 김기천(관리소장) 왕종근(교수) ▶우정출연: 고창석(백중부) 백지원(순심) 양현민(배달) 허준석(형사) 박형수(면접관) 이주빈(김씨부인) ▶제작사스튜디오N, 플러스미디어엔터테인먼트 ▶공개: 넷플릭스 2024년 3월 15일/ 10부작(총321분)/ 15세이상관람가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