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쟁이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은 대형 사고가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살아남기 어려운' 나라다. 사고 후엔 요란한 정치권과 여론, 희생양 찾기가 이어지다 이내 망각으로 치닫는다. 우리는 정작 살아남은 이들의 고통을 외면해왔다.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그런 우리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칼국숫집에서 일하는 어수룩한 차승원은 마동석급 근육을 가진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어느 날 병원에서 항암치료 중인 소녀 샛별을 만나 다짜고짜 대구행에 동행한다. 지하철 입구에서 "지하철은 위험해"라며 주춤하는 차승원과 그들을 쫓는 가족들의 모습 뒤로, 관객은 점차 이들이 대구로 향하는 가슴 아픈 사연을 깨닫게 된다.
영화는 2003년 2월 18일, 대구 지하철 참사를 정면으로 다룬다. 전반부는 코미디로 가득하지만, 중반 이후 시커먼 터널 속 아비규환의 현장이 드러나며 관객은 눈물을 삼킨다. 소방관으로 뛰어들었다 트라우마를 안게 된 남자와 그 비극 속에서 태어난 아이, 그리고 잊으려 발버둥 쳤던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차승원은 정서적 극단을 오가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해냈고, 이계벽 감독은 주변 인물들을 과장된 코믹 캐릭터로 설정해 주인공들의 교감을 극대화했다. 충무로에서 내놓은 이 '너무 착한 영화'는 무거운 과거를 근육에 차곡차곡 다지는 미스터 리의 진정성으로 가득하다.
이렇게라도 사고를 기억하고, 관계된 이들에게 마음의 평안을 줄 수 있다면 이 영화는 제 역할을 다한 셈이다. 다시 한번 그날을 추억하며, 미스터 리에게 힘을 보태고 싶어지는 작품이다. #800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