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97회 키네마준보 일본영화 BEST10 1위에 빛나는 <오키쿠와 세계>의 사카모토 준지 감독이 국내 개봉을 기념하며 내한한 가운데, 24일(토)부터 25일(월) 양일간 GV를 진행했다.
24일(토) 오후 2시 에무시네마에서 처음 한국 관객들을 만난 두 사람은 “젊은 분들이 굉장히 많아서 놀랐다. 일본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라 감사하고 기쁘다”고 처음 인사를 건넨 이후, 오후 4시 아트나인에서는 “해외 여러 곳에서 상영했을 때, 이 소리를 견딜 수 있는 것이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스릴러’라는 감상을 들은 적이 있는데 여러분들은 어떻게 영화 보셨을지 궁금하다”며 19세기 에도 시대 분뇨업자를 배경으로 설정한 낯선 일본 흑백 영화를 방금 막 스크린으로 접한 한국 관객들의 반응을 궁금해했다.
이후 19세기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설정하게 된 이유, 흑백 영화로 찍게 된 계기, 캐스팅 비하인드, 영화의 주제가 되는 ‘순환경제’에 대한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 등이 오가는 가운데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똥’ 제작 비하인드가 밝혀지며 현장에서는 웃음꽃이 폈다. “먹을 수 없는 똥과 먹을 수 있는 똥이 있다. (웃음) 공동주택에서 나르거나 배에 싣는 똥은 박스를 찢어 물에 담가 기름을 부어 발효시킨, 거기에 거품을 내는 약재를 써서 만든 먹을 수 없는 버전의 똥이다. 배우에게 튀어 입에 들어갈 수도 있는 장면에서는 글루텐 밀가루를 활용해 만든 먹을 수 있는 똥을 만들어 썼다.”
여기에 진행을 맡은 김세윤 작가는 “세상의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존재들이 주인공이 되는 게 영화라면, 저는 마땅히 언젠가는 ‘똥’이 주인공이 되었어야 할 운명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그래서 ‘똥’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눈부신 ‘청춘’의 이야기까지 나아가는 이 영화를 보면서 각별히 좀 더 사랑하게 된 것 같다”고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내한 2일 차인 25일(일) 오후 12시 30분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진행된 GV에서는 츄지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아, 청춘이로구나”라는 대사에 대한 의도를 묻는 관객 질문에 대하여 “사무라이 시대가 끝나가고 좀 더 새로운 세계와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름 없이 살아갔던 사람들이 좀 더 밝은 미래를 예측하고 자유를 갈망하기를 지향하는 의미에서 ‘청춘’이라는 말을 썼다”라고 밝혀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한편, 같은 날 오후 2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봉준호 감독과의 대담에서는 ‘봉테일‘이라는 별명답게, 영화 곳곳에 숨겨진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섬세한 연출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이를테면, 영화의 리듬감을 생성하는 컬러 장면을 기습적으로 삽입한 연출의도가 무엇인지, 3년 간의 긴 시간에 나눠 찍으면서 새로운 챕터를 써내려갈 때 어떤 리듬으로 이어갈지 고민했던 시간들, 영화 전체의 묘한 운율을 형성하는 듯한 아름다운 인서트 샷들을 어느 위치에 어떻게 넣고 어떤 박자로 조절했는지와 같은 작업적인 비밀 등을 물어보았다.
또한 쿠로키 하루가 연기한 오키쿠를 “특유의 생명력이 있는데, 여자로서의 부끄러움이나 수줍어하는 면모도 있고, 몰락한 사무라이 가문의 딸로서 이미 상처를 갖고 있는 소심한 측면과 주민들 앞에서는 똑 부러지게 얘기하는 강단 같은 것도 있다. 여지껏 어디서도 본 적 없었던 캐릭터“ 라며 극찬하기도 했다.
모두가 최고의 장면으로 꼽는 설경 씬에 대해서는 “츄지가 눈이 오면 온 사방이 고요해지는 게 좋다고 했는데, 그 장면에 음악이 없다. 주인공에 대한 감독님의 섬세한 배려였을까요?”라며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캐릭터의 마음마저 배려하는 섬세한 시선에 대한 사려 깊은 질문을 던졌고, “본인의 목소리도 내지 않고 자기의 마음을 표현하는 장면이다. 눈이 내리면 사방이 고요해져서 좋다던 츄지의 마음을 생각하고 헤아린다면, 그 장면에서는 음악을 넣고 싶어도 넣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음악을 넣지 않았다”라는 답변을 이끌어내어 관객들에게 좀 더 풍부하고 깊이 있는 영화적 해설을 전하며 뜨거운 현장 분위기에 열기를 더했다.
사카모토 준지 감독, 하라다 미츠오 프로듀서가 함께 내한하여 봉준호 감독 대담과 더불어 한국 관객들과의 만남을 이어가며 뜨겁게 주목받고 있는 영화 <오키쿠와 세계>는 전국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엣나인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