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위키백과의 영문 표제어 'Comfort women'은 역사의 비극을 담아내기에 지나치게 톤 다운된 용어다. 국제법적 정의인 '일본군 성노예(Japanese Military Sexual Slavery)'가 적시하듯, 일제강점기 20만에서 30만에 이르는 소녀들은 제국주의의 추악한 욕망에 희생되었다. 1945년 패망 후 수십 년이 흘렀지만 가해자 일본의 진실한 반성과 사죄는 여전히 요원하며, 피해자들의 상처는 아물지 않은 채 시간의 강을 표류하고 있다.
캐나다 출신의 티파니 슝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어폴로지>는 생존해 있는 세 명의 할머니—한국의 길원옥, 중국의 차오, 필리핀의 아델라—의 삶을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묵묵히 뒤쫓는다. 영화는 자극적인 재구성에 매몰되는 대신, 가슴 속 피고름이 되어버린 기억을 꺼내 놓는 할머니들의 담담한 목소리에 집중한다. 13살에 끌려가 70년 넘게 사람 사는 것같이 살아보지 못했다는 길 할머니의 고백은, 일본 여대생들의 눈물과 교차하며 역사를 잊은 세대에게 묵직한 경종을 울린다.
가족에게조차 70년간 비밀을 품어야 했던 아델라 할머니의 한 맺힌 세월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아시아 전역에 새겨진 거대한 흉터다.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의 부르짖음과 방방곡곡의 소녀상이 흘리는 눈물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의 낯빛은 변하지 않는다. 잘못을 인정할 용기조차 없는 비겁함 혹은 야만적 민족성이 진실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야속한 시간의 흐름 속에 스러져가는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며,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박제된 과거가 아닌 현재 진행형인 인권의 문제임을 역설한다. #800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