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노트르담의 꼽추>(Notre-Dame de Paris)를 발표한 것은 1831년이다. 그의 나이 31살 때였다. 완숙한 나이에 발표한 <레미제라블>(1862)이나 <웃는 남자>(1869)와 비교하더라도 그 문학적 성취, 인류문화적 성과는 혁혁하다. 위고의 소설은 다양한 매체에서 수도 없이 리바이벌 되었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이다. 흑백 무성영화에서부터 시작하여 여러 차례 영화화 된다. 그중에는 안소니 퀸과 지나 롤로브리지다가 주연을 맡은 클래식 무비도 있고, 디즈니의 애니메이션도 있다. 1989년엔 빅토르 위고의 나라, 프랑스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프랑스? 그렇다. 브로드웨이가 아니라 프랑스이다. 프랑스도 뮤지컬 만든다. 브로드웨이와는 조금 색다른, 그리고 빅토르 위고의 나라에서 만든 작품답게 원작에서 만나는 문학적 성취와 인류문화적 성과를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2005년 프렌치 버전 오리지널 투어공연을 시작으로, 프랑스버전, 영어버전, 한국어버전 등 여러 차례 한국에서 공연을 이어왔다. 지난 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한 공연에서는 정성화, 양준모, 윤형렬이 콰지모도를, 유리아, 정유지, 솔라가 에스메랄다를 연기한다. 물론, 그랭구와르, 프롤로, 페뷔스, 클로팽도 주요 캐릭터이다. 작품은 15세기의 파리가 배경이다. 백년전쟁과 페스트를 겪은 뒤의 혼란스럽고, 절망적인 시대이다. 봉건귀족과 교회가 타락하고, 르네상스의 기운이 퍼지기 시작하던 시기였단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트르담 근교에 떠돌이 집시가 몰려들던 시절이다. 혼란과 무질서, 방종과 절망의 시대였던 것이다.
아마도 뮤지컬 마니아라면 ‘레미제라블’과 ‘웃는 남자’를 보고선 위고의 원작소설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 소설들은 읽기 상당히 난해하다. 인간 사람 세상만사를 모두 염려하는 위고의 성향과 백과전서식 서술에 놀라게 될 것이다. 그 빼곡한 글자 속에서 시대의 고민과 민중의 고뇌, 그리고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꼽추’이자 추한 외모를 지닌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가 어느 날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보고는 알 수 없는 감정, 사모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에스메랄다’의 아름다움은 여러 남자를 곤혹에 빠뜨리게 된다. 가난한 시인이자 내레이터가 되는 그랭구아르, 파리의 질서를 유지하는 책임을 진 근위대장 페뷔스, 노트르담의 부주교인 프롤로까지. 그들은 신(종교)과 인간과 문학에 기대어 에스메랄메다를 찬양하고, 훔쳐보고, 빼앗으려한다. 위고의 문학은 때로는 막장드라마 설정으로 줄타기를 한다. 그 드라마 끝은 콰지모도가 장식하게 될 것이다. 물론, 살아서 이루지 못한 사랑, 죽어서 천년을 갈 광경이지만 말이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무려 50여 곡의 노래들로 구성되어있다. 대사 없이 노래만으로 진행되는 성 스루(sung-through) 뮤지컬이다. 그리고, 프랑스 뮤지컬의 한 특징이라는 아크로바틱한 댄싱이 관객을 사로잡는다. 일반적인 뮤지컬에서는 배우와 앙상블은 노래하고, 대사 치고, 춤도 춘다. 그런데 프랑스 뮤지컬에서는 ‘춤추는 배역’이 따로 있다. 이들은 아주 격정적인 군무와 아크로바틱한 퍼포먼스, 때로는 서커스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이번 공연에서도 공중에서 대롱거리는 에이치빔 형태의 구조물에 매달려 퍼포먼스를 펼치고, 그 유명한 노트르담의 종에서 기기묘묘 춤을 춘다. 물론 와이어가 부착되었겠지만 이동하거나, 위치를 바꿀 때 조마조마하기까지 하다.
리카르도 코치안테와 뤽 플라몽동이 완성한 노래는 뮤지컬을 풍성하고, 오랫동안 기억나게 만든다. “대성당의 시대”, “태양처럼 눈부신”, “숙명”, “아름답다”, “피렌체”, “네가 춤추던 그날 아침” ,“ 나의 주인 나의 구원자”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 등 넘버들이 한동안 귀에서, 심장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추악한 외모로 대성당의 구석진 자리에서 숨어사는 종지기 코지모도 역에는 정성화, 양준모, 윤형렬이 저마다의 매력을 선보인다. 아름다운 집시여인으로 세 남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에스메랄다 역에는 유리아, 정유지, 솔라가 열연을 펼친다. 콰지모도의 주인이자 프롤로 역에는 이정열, 민영기, 최민철이 카리스마를 뽐내며, 파리의 음유시인 그랭구와르 역에는 마이클 리, 이지훈, 노윤이 극에 활력을 더하며 약혼자가 있지만 ‘에스메랄다’와 사랑에 빠지는 페뷔스 역에는 김승대, 백형훈, 이재환이 관객과 만난다.
지난 달 24일부터 시작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오는 3월 2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어 버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2024년 1월 24일(수) ~ 3월 24일(일))
▶정성화, 양준모, 윤형렬, 유리아, 정유지, 솔라, 마이클 리, 이지훈, 노윤, 이정열, 민영기, 최민철, 김승대, 백형훈, 이재환, 박시원, 장지후, 김민철, 케이, 유주연, 최수현 ▶원작:빅토르 위고 ▶극본/가사: 뤽 플라몽동 ▶음악:리카르도 코치안테 ▶한국어가사:박창학 ▶연출:질 마으 (Gilles Maheu) ▶안무:마르티노 뮐러 (Martino Mül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