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공개된 넷플릭스 8부작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은 2010년 연재를 시작한 꼬마비(작화)의 웹툰이 원작이다. 독특한 화풍에 신선한 소재, 개성적 캐릭터, 그리고 충격적 스토리에 독자들에게 혼란과 함께 또다른 재미를 안겨줬었다. <살인자ㅇ난감>은 복학생 이탕이 편의점 알바를 하다 마주친 한 남자를 '어쩌다' 죽이게 되는데 그 사람이 천하의 악한이었다. 이후, 이탕이 죽이는 사람들은 모두 그렇고그런 '죽어 마땅한 사람'이었단다. 그럼, 이탕은 '다크 히어로'인가? 최우식이 연기하는 이탕은 '배트맨 같은 히어로'라기 보다는 마지 못해 나선, 혹은 '우연한 살인자'에 가까워 보인다. 최우식 배우를 만나 '이탕'의 본심에 대해 들어보았다.
Q. 소감부터.
▶최우식: “이렇게 연기로 인사드리는 게 오랜만이어서 많이 떨린다. 연락도 많이 왔다. 보시고 연락한 지인들은 다들 좋게 말씀해 주셨다. 이 작품은 원작을 본 사람이 많다. 그 분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많이 좋아해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원작을 본 사람 중에는 매니아가 많은 것 같은데 그분들이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다. 원작을 8부작으로 만들면서 세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원작에서의 어떤 장면이 드라마에서 꼭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신다. 생각한 장면이 안 나와 실망하신 분도 있을 것이다. 원작이 있는 작품을 옮길 때는 항상 그런 문제가 있다. 원작 웹툰은 컷 형식의 만화여서 중간 부분을 개인의 상상으로 채워 나가야한다. 만화적인 상황을 현실로 반영하면서 상상이 더해지고, 그런 부분이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Q. 이탕 캐릭터의 매력은?
▶최우식: “저도 원작을 재밌게 본 사람이다. 이탕 역할을 제의받았을 때 욕심이 난 부분이 있다. 이 친구는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인데 점점 바뀌어가는 부분이 재밌다고 생각했다. 그걸 연기하는 것이 최고의 관건이라고 생각했다. 이탕만 보고 따라가다가 후반에서 이탕의 손을 잡고, 이탕의 어깨 너머, (장)난감(손석구)의 시선으로 이탕으로 보게 된다. 그러다가 송촌(이희준)이 등장하며 스토리가 이어진다. 각각의 역할이 있는 것 같다. 만약 제가 욕심을 내어 후반에서 뭘 더 하고 싶었다면 작품 전체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지금 것이 좋다.”
Q. 이탕을 어떻게 접근했는가.
▶최우식: “제작발표회에서도 한 이야기인데 이탕은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이라고 생각한다. 주위 어디에도 있을법한 대학생이 드라마틱한 사건 사고에 얽혀 변해가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어쩌면 보시는 분들이 자신에게도 저런 면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오버스럽지 않게, 좀 더 현실성 있게, 담백하게 연기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나.
▶최우식: “내가 출연했던 작품에서 스토리텔러 역할을 많이 맡았었다. 이탕의 감정변화에 따라 제가 제일 잘하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때 뭔가 성장해가는 것 같다. 제가 뭔가 말을 어눌하게 하거나, 예능에서 보여준 그런 모습을 생각할지 모르겠다. 외적으로도 마르고. 그래서 제가 나약한 연기를 할 때 더 편하게 보시는 것 같다. 그러다가 그 사람이 변했을 때 어떨까. 이탕이 변한 모습에서 어울리지 않는다면? 그게 숙제였다. 이탕의 모습에 거부감이 있었을 수도 있다. 원작에서는 이탕이 후반부에 많이 변한다. 머리도 삭발하고, 인간병기가 된 것 같다. 여기서는 그런 변화가 없다. 제 몸이 그렇지도 않을뿐더러, 그런 모습이 아직까지는 저한테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대신 심적인 변화를 주려고 했다.”
“변명하자면 외모 변신을 생각해봤는데 얼굴이 많이 변하더라. 그렇게 변화된 모습을 계속 상상해 보니 제가 상상한 원래 모습이랑 다르더라. 이탕은 걱정과 고민을 계속 얼굴로 표현해야하는데, 얼굴에 살이 붙어있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있을 것 같았다.”
Q. 이탕의 심리적 변화란?
▶최우식: “이게 제가 드라마를 대본을 받고 캐릭터를 잡아갈 때 중간 부분이 생략되어있다. 자세히 보면 이탕이 사건 이후 겪는 변화의 모습도 똑같다. 송촌 때문에 도망 다닌다. 그게 제가 원한 이탕의 모습이다. 원작에선 몇 달 사이에 인간병기가 되고, 몸이 좋아진다. 제가 생각하기엔 이탕은 그냥 이탕이다. 평범한 대학생으로서의 이탕 말이다. 앞으로 이런 길을 가야겠구나 생각했다. ‘울며 겨자 먹기’ 같이. 그렇게 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난감 앞에서 마무리 지으려한 것 같다. 한 순간에 다른 사람이 되면 쉬운 캐릭터이고, 재미없는 캐릭터가 되었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게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을 안 보여주고 얼굴이나 대사로만 표현하려고 한 게 좋았던 것 같다.”
Q. 감독에게 캐릭터와 관련하여 질문을 많이 했다고 했는데, 어떤 질문이었나.
▶최우식: “연기를 할 때 편해야한다. 놀이터 같은 환경일 때 연기가 잘 나온다. 원래 질문을 많이 안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보니 질문을 많이 했다더라. 고민이었던 지점은 원작이 있고, 만화 속 캐릭터인 이탕이란 캐릭터를 땅에 발을 붙인 인물로 연기하고 싶었다. 이렇게 하면 너무 만화같이 나오려나, 스토리텔러로 사람을 붙잡는 것이 있어야한다. 내가 하는 연기에 사람들이 잘 따라올까. 초반부 빌드업에서 고꾸라지면 어쩌나. 그래서 잘 하려고 감독님께 질문을 많이 했다. 감독님 연출스타일이 새로웠다. 감독님은 많이 떨어져서 앵글을 보더라. 난 더 많이 다가와야 할 것 같았는데. 그래서 내가 잘 하고 있나 걱정이 많아 질문을 많이 던졌다.”
“나이트클럽에서 송촌과 만나는 장면에서 대화가 거의 없다. 이탕을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내 얼굴이 많이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감독님은 인물보다는 그 공기를 연출로 푼 것 같다. 배우는 (카메라가) 타이트로 오겠다고 생각하고 연기하는데 감독님은 그 공기를 위해 다르게 접근하는 것이다. 확실히 감독님 생각대로 모니터 뒤에서 봤을 때 상황의 공기를 보여주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Q. 액션 연기는 어땠는지. <마녀>와 <경관의 피>에서 액션을 선보였다.
▶최우식: “원작을 봤기에 액션 신이 엄청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극중에서 이탕은 평범한 대학생이다. ‘양아치’ 학생 둘을 만나 싸우는 장면에서, 액션을 너무 잘하면 이상할 것이다. 무술감독님이 짜온 것을 응용해서 연기를 했다. 바닥을 뒹굴며, 보지도 않고 팔을 마구 휘두른다. 싸움을 잘해서 그들을 제압했다기보다는 엉켜 싸우다가 운이 좋아서 이기는 것이다. 벽돌이 있었고 말이다. 그런 게 이탕의 캐릭터를 잡아가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감독님은 액션신에서 개 싸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Q. 이탕이 특별하다면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 최우식 배우가 특별한 능력을 가진다면 어떤 능력을 갖고 싶은지.
▶최우식: “드라마 찍으면서 저희끼리도 그런 이야기 많이 한 것 같다. 특별한 능력이더라도 그게 ‘살인’같은 것은 아닐 것이다. 있다면 아마도 ‘신고’를 잘하는 능력? 얼마 전에 뉴스 보니 어떤 분이 골목에 불법주차한 신고를 수백, 수천 번 하였다고 하더라. 그런 능력이면 어떨지. 사건, 사고가 생기기 전에 예방할 수 있으니.”
Q. 이 작품은 공적인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사적 복수’, ‘사적 제재’를 행한다.
▶최우식: “난 이탕이 살인을 저지를 때 자기합리화를 못한 친구라고 보았다. 여기 나오는 검사는 진짜 나쁜 사람이다. 노빈과 강변에서 대화할 때 이탕은 자기 합리화를 못했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그런데 자기합리화를 하면 송촌과 똑같은 사람이 되어버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작품은 아예 다른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이탕이 생각하기에 다크히어로인지, 아니면 난감이 그런지 생각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 난감은 원래 그레이존에서 오가는 사람이다. 두 사람에 대해 질문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
Q. 할리우드 슈퍼히어로 무비에서는 자기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는다. 이탕은 심리적으로 ‘자기합리화’에 빠진 평범한 인물로 해석했다는 말인 것 같다.
▶최우식: “감독님도 같은 생각이었다. 이 작품을 웹툰으로 봤을 때 이탕이란 캐릭터는 그랬다. 사건 이후 다른 모습을 상상으로 채워나가는 것이 있는데 현실적인 고민에 포커싱 하였다. 제가 하는 고민도 감독님도 똑같이 생각을 하신 것 같다. 이탕은 그런 본질이 있었기에 계속 걱정하고 고민한다. 자살시도를 하기도 하고. 죄책감이 들지 않았을까”
Q. 그럼, 이탕은 이후에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최우식: “이탕은 아마도 돌아와서도 계속 벼랑 끝에 몰려서 똑같이 하지 않았을까. 다른 성격이었다면 다르게 진행되었을 텐데. 그 성격 때문에 벼랑 끝에 몰려 살 것 같다. 마지막에 보여주는(TV뉴스) 사건은 아마 보시는 분들이 이탕이 저지른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더 재밌지 않을까.”
Q. 여옥을 죽이는 장면이 판타지 같았다. 그 장면은 어떻게 촬영되었는지.
▶최우식: “이 작품에서 이탕 캐릭터는 판타지이고, 장난감은 추리라고 생각했다. 송촌은 액션 정도. 그 장면에서 이탕의 판타지함이 극대화된 것 같다. 자신이 죽인 사람의 환영이 나타나 죄책감을 가지는 장면은 이해가 갔지만 그 장면에서 네 발로 개처럼 움직이는 게 신선하면서도 고민이 많았다.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갑자기 순간이동을 하고, 개처럼 뛰다가 갑자기 망치를 휘두른다? 정말 신선했다. ‘이건 좀 생뚱맞네’ 생각하였지만 시청자들도 이 장면을 보면서 작품에 끌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 장면은 CG로 처리할 줄 알았다. 크로마키 앞에서 와이어액션 할 줄 알았는데 그 장면 진짜 내가 뛴 것이다.”
“세 명(최우식,손석구,이희준)이 같이 만나는 장면은 거의 없었다. 부산에서 마켓에서 한 번 보고, 공장에서 한 번 본 게 다였다. 버스에서 보거나, 모니터로 형들을 연기를 보거나, 가편집본 보는 게 다였다. 그래도 형들과 재밌게 작업한 기억이 남는다. 감독님과도 나이차가 많이 안 났다. 현장에서 웃고 떠들고, 서로 개그욕심도 내고 그랬다. 희준이 형, 석구 형한테 많이 배웠다. 연기할 때 형들 생각을 많이 하게 될 것 같다.”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