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디즈니플러스) 공개작품 중 손에 꼽을 만큼 재밌는 드라마로 소문난 <킬러들의 쇼핑몰>은 강지영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8부작으로 옮긴 작품이다. 도대체 사라진 세월동안 어디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의문투성이인 삼촌 정진만(이동욱)이 죽고, 대학생 조카 정지안(김혜준)은 ‘지하창고의 엄청난 쇼핑몰’을 넘겨받게 된다. 이곳에 정체불명의 킬러들이 쇄도한다.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 이권 감독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권 감독은 오래 전 충무로영화에 발을 디딘 뒤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2007)로 영화감독 데뷔를 했고, 영화 <도어락>(2018>과 TV드라마 <구해줘2> 등을 연출했었다.
Q. <킬러들의 쇼핑몰>을 감독하게 된 과정은?
▶이권 감독: “원작을 읽고, 출판사를 찾아가서 시작하게 되었다. <킬러들의 쇼핑몰>의 원작자인 강지영 작가의 또 다른 소설 <살인자의 쇼핑목록>도 드라마(tvN)로 만들어졌었는데 아내(이언희 감독)가 그 작품 연출을 맡았었다. 그 작가의 책을 본 아내가 재밌다며 읽어보라고 했었다. 읽어보니 정말 재밌더라. 그걸 한 번 내가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하고 시작했다.”
Q. 원작소설과 디즈니플러스 시리즈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이권 감독: “정지안이라는 아이가 처한 상황이 매력적이었다. 혼자 고립되고, 위기가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구조이다. 정진만이라는 캐릭터도 재밌었다. 과거를 도대체 알 수 없는 남자이다. 그런 남자가 조카를 ‘케어’한다는 것이 재밌었다. 원작을 읽은 뒤 영화가 적합할 듯 했다. 그러면서 보강하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 저 빌런들의 세계는 뭘까. 책에는 자세하게 서술되어있지 않다. 이성조라는 캐릭터도 등장하지만 소민혜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이야기만 나온다. 도대체 이들은 어디서 온 사람일까. ‘베일’도 죽었다는 이야기만 있다. 최강악당이 죽으면 긴장감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을 하나씩 살려 보강했다. 그래서 8부작 드라마로 만들었다.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 담아내려면 더 길게 가야할 것 같았다.”
Q. 이야기 결말에 대해서는 만족하는가?
▶이권 감독: “그건 항상 아쉽다. 이렇게 할 걸 그랬나. 저게 더 나았나 식으로. 어떤 연출자가 만족하겠는가. 주어진 여건에서는 만족한다. 좋아해주는 분들도 많고 해서 반 정도 만족하고 있다.”
Q. 파신 끄라덱, 소민혜 캐스팅 할 때 염두에 둔 것은 무엇이었나.
▶이권 감독: “캐릭터에 맞는 배우들을 찾았다. 파신 역할로 처음에는 태국 배우를 염두에 뒀었다. 한국배우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 역할을 하는데는 조건이 많다. 무에타이도 잘 하고, 한국어, 태국어를 다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태국’ 연기자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 때 무술감독이 추천해준 배우가 김민 배우이다.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 액션을 제일 많이 해야 하는 배우는 소민혜 역할이다. 직접 소화할 수 있는 배우를 찾았다. 독립영화를 심사한 적이 있는데 그때 본 단편영화에서 보여준 금해나의 연기가 흥미로웠다. 운동을 실제로 하는 배우인 것 같았다. 오디션을 볼 때 <헤어질 결심>의 탕웨이 말투를 준비해 왔다면서 중국어 억양으로 한국어를 해보겠다고 하더라. 다른 배우들은 그런 준비를 안 해 왔는데 말이다. 괜찮은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설정을 가져가기로 했다. 소민혜라는 캐릭터는 지안이가 언니로 받아들일만한 캐릭터여야 했다. 나이나 키가 말이다. 파신도 그랬다. 진만 삼촌이 ‘대체’아버지라며, 파신은 ‘대체’삼촌 같은 존재여야 했다. 8부에는 파신과 민혜, 지안, 브라더까지 다 모이는 신이 있다. 지안에게 필요한 가족 같은 그림을 생각했었다.”
Q. 미스터리한 과거를 가진 정진만 역으로 이동욱이 캐스팅됐다. 원작소설을 보고 상상한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르다.
▶이권 감독: “후반부에 정진만의 과거가 등장한다. 원작에는 없는 이야기인데 새롭게 만든 것이다. 용병시절의 정진만을 생각해 보면 ‘배 나온 캐릭터’는 곤란할 것 같다. 전투력도 있고, 팀 리더로서의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과거 이야기니까, 14년은 더 젊어져야한다. 그런 젊은 정진만까지 연기해야하는 배우를 찾았다. 정진만은 냉정하고, 차갑고, 철두철미한 인물이다. 이동욱 배우를 찍으면서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좋은 캐스팅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배우는 현장에서는 자주 툴툴거렸다. 그러면서 열심히 할 건 다한했다. 액션 할 때도 ‘너무 귀찮아, 찍을 게 너무 많아’하면서도 엄청 열심히 한다. 진짜 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다른 작품 촬영 들어가서 머리도 짧게 잘랐다고 한다. 제작발표회 끝나고 바로 그 작품 크랭크인 했다. 그래서 이번에 이동욱 배우는 인터뷰를 못하는 것이란다.”
Q. ‘삼촌’ 이동욱과 ‘조카’ 김혜준의 케미는 어땠는지.
▶이권 감독: “실제로 좋았다. 가끔 보면 (김)혜준 배우가 어른스러운 면이 있다. 동욱씨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을 잘 끌어들인다. 이동욱 배우가 개인적 성향이 좀 있다면 김혜준 배우는 부드럽게 케미를 이끌어낸다. 상호보완이 좀 된 것 같다. 이동욱 배우는 내면이 따뜻하다. 겉모습은 그렇지 않지만 말이다. 그래서 정진만 역할에 더 잘 어울린 것 같다.”
Q. 영화음악은 ‘프라이머리’가 맡았다.
▶이권 감독: “프라이어미와는 예전부터 잘 알고 지냈다. 15~6년은 된 것 같다. 광고, 뮤직비디오 만들 때 같이 일했었다. 영화감독 데뷔작인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2007)의 음악을 맡았었다. 그 뒤 아메바컬쳐에 들어가 프로듀서 겸 뮤지션으로 활동했다. <사냥의 시간>으로 다시 영화음악을 하고 있다.프라이머리 음악은 대부분 힙합음악으로 알고 있는데 2005년 무렵에 그가 작업한 것을 듣고 놀랐었다. 일렉트로니카의 한 장르인 ‘트립 합’였는데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 싶었다. <킬러들의 쇼핑몰>의 톤앤메너를 생각할 때 딱이었다. 어릴 때 같이 일했었고, 이제 서로 자리를 잡아 다시 한 번 작업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믹싱실에서 감독과 음악감독으로 앉아 옛날이야기도 나누고 그랬다.”
Q. 2편에서 지안의 아역을 맡은 안세빈의 연기가 놀라웠다. 아역배우 캐스팅 대해.
▶이권 감독: “안세빈은 한 마디로 묘하게 연기를 한다. 오디션을 봤었다. 안세빈은 드라마 <살인자의 쇼핑목록>에도 나온다. 눈 여겨 봤다. 보통 많은 아역배우들은 연기를 하면 티 나는 연기를 한다. 연기를 한다는 느낌이 드는 그런 연기. 그런데 안세빈은 진짜인지, 연기인지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연기를 한다. 다행히 그런 감정이 시청자에게 잘 전달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Q. ‘킬러’도, 그런 ‘킬러들을 위한 쇼핑몰’도 비현실적이다. 감독이 생각하기에 비현실적이거나 황당했다고 생각하는 설정은 어떤 것인가.
▶이권 감독: “액션 컨셉을 두고 무술팀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민혜가 방독면 쓰고 뛰쳐나오는 장면에 대해서 ‘이게 말이 돼?’ ‘이렇게 다 죽는다고?’ 그랬었다. 민혜가 킬러를 죽일 때는 ‘상대는 총 안 쏴?’ 그랬다. 말이 안 되는 부분을 말이 되게 만들었다. 섬광탄을 쏘아 순간적으로 시각을 멀게 하는 식으로. 5부에서는 민혜의 액션이 중심에 있어야했다. 섬광탄 쏘고, 시야가 자욱해지고, 중간에 몸을 돌리면서 총을 쏴야한다고. 편집을 잘 하면 될 것이다. 처음 시안을 봤을 때는 이거 큰일이다 싶었다. 전반적인 톤앤매너를 말도 안 되는 액션으로 가져가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킬 빌>의 우머 셔먼은 칼 하나로 수십 명을 해치우긴 한다. 그건 그 영화의 매력이고, 난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4화에서도 지하창고의 불을 먼저 끈 뒤 한 명씩 제거하는 게릴라 전술을 쓴다. 그러면 말이 되지 않을까?”
Q. 전작 <도어락>은 스페인 영화를 옮긴 것이고, 드라마 <구해줘> 시즌2는 애니메이션 <사이비>를 원작으로 한다. 이미 있는 작품을 각색하거나, 윤색하는 작업에 대해.
▶이권 감독: “<구해줘2>는 완성된 대본을 받은 것이다. 제가 좀 더 하고 싶은 것도 있지만 한계가 있었다. 이번 작품은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메워가고, 살릴 수 있었다. 크리에이터로 올라가니 창작의 영역에서 조금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원작에서는 정지안의 성장 서사가 중요했다. 공개하면서 이 작품이 ‘액션물’로 홍보된 면이 있다. 원작에는 여러 요소가 있다. 오롯이 아이가 혼자 일을 헤쳐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조력자가 있긴 하지만. 삼촌이 지안에게 하던 말처럼 ‘너가 해야 해!’라는 시선과 톤을 유지하고 싶었다. 냉정하게 절제된 톤. 주인공과 인물에게 감정을 과하게 주고 싶지 않았다. 액션 신에서도 그랬다. 카메라를 흔들거나 하는 기법을 쓰지 않았다. 차갑게 간다.”
Q.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자주 오가는 편집에 대해서.
▶이권 감독: “그건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시간 순으로 보여주면 루즈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개인적으로 플래시백을 좋아하지 않지만 소설을 가져올 때 플래시백을 피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이야기가 많으니 찾아가는 재미를 넣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Q. 정진만은 착한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 이런 이야기는 배우와 나눴는지.
▶이권 감독: “배우들에게 특별한 주문은 하지 않았다. 동욱씨도, 혜준 배우도 마찬가지이다. 캐릭터에 대한 고민은 배우가 훨씬 많이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자유권을 일단 줘야할 것이다. 너무 다르면 같이 이야기 나누면서 조율해야한다. 정진만에 대해서는 성인이 된 조카 지안과 연기할 때는 조금 느슨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허당기가 좀 있도록. 동욱씨가 유머 센스가 좋다. 차갑고 냉정한 정진만이 아니라 어느 시점부터는 느슨한 느낌이 들 수 있도록, 가족 같은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삼겹살 먹을 때 즈음하여서 그런 느낌이 들 것이다.”
Q. 부부가 감독일 경우, 서로의 작품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을 보이는가.
▶이권 감독: “원작을 소개했고, 시나리오 작업 할 때 같이 회의를 하긴 했다. 창작자들은 서로 관여를 안 하는 게 좋다. 그냥 내버려둬야지. 저도 아내 작업에 크게 관여를 하지 않는다. 어쨌든 아내 덕분에 이 원작을 알게 되었으니 나름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이언희 감독은) 작년에 <대도시의 사랑법>이란 영화를 찍었다. 서로 진행하는 작업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액션물을 좋아하는데 제대로 된 액션물을 한 적이 없다. 그래서 ‘나이 들기 전에 액션을 한 번 해보는 게 어때?’라고 할 때 욕심이 나더라. 액션이 많으면 고생이 많다. 동욱씨 말처럼 ‘아, 귀찮아~’한다. 그런데 찍으면 재밌다. 시너지라는 게 있어서. 액션 찍으면 현장에서 배우들이 아드레날린이 돈다.”
Q. 레퍼런스 삼은 작품이 있는지, 영향을 준 작품이 있다면.
▶이권 감독: “너무 많다. 8부작에 유년시절 좋아한 영화들이 다 담겨있다. <한나>(2011)라는 영화가 있다. 조 라이트가 감독한 작품이다. 그리고 <트루 로맨스>. 빌런 캐릭터를 만드는데 좋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각본을 썼는데 그의 영화들은 좋은 캐릭터를 많이 보여준다. 1부 마지막 드론 날아가는 장면은 <스타워즈>의 전형적인 장면이다. 제국군 타이 파이터 습격신에서 가져온 것이다. 4부 어두운 창고에서 펼쳐지는 액션장면은 사실 <에일리언>1편을 참조했다. 그 영화에는 에일리언이 별로 안 나온다. 사람들이 좁은 데를 돌아다니다가 한두 명씩 당한다. 액션이 아니고 그런 컨셉이다.”
‘시즌2’ 가능성에 대해 물어보자, “아직은 없다. 찍을 때는 6화, 7화 이야기를 시즌2로 가져가면 어떨까 생각했다. 정진만의 이야기니까. 그런데 그걸 다 가져왔으니. 시즌2는 어떻게 될지 지금으로선 모르겠다.”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은 2024년 1월 17일부터 2월 7일까지 차례로 공개되었다. 전체 8부작. 이동욱, 김혜준, 금해나, 김민과 함께, 서현우, 조한선, 박지빈, 이태영, 김준배 등이 출연한다. 재밌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