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킬러들의 쇼핑몰]이 막을 내렸다. '킬러들의 쇼핑몰'은 용병 출신인 삼촌 진만(이동욱)이 남긴 위험한 유산이 수상한 킬러들의 표적이 되고, 아무것도 몰랐던 지안(김혜준)이 본능적 기억과 감, 삼촌으로부터 배운 생존법을 떠올리며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하는 드라마이다. 지안은 어설픈 무에타이 실력과 새총과 바닥에 뒹구는 총을 들고 최악의 킬러들과 맞선다. 넷플릭스 <킹덤>과 드라마 <구경이> 등을 통해 놀라운 캐릭터 성장력을 보여준 김혜준 배우를 만나 ‘액션’의 쾌감과 ‘드라마’의 감동을 물어보았다.
Q. ‘킬러들의 쇼핑몰’의 반응이 뜨겁다. 소감은.
▶김혜준: “이번 작품을 하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너무 재밌다’, ‘잘 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같이 일한 스태프와 자주 가는 꽃집 사장님도 그러셨다. 재밌게 봐주시는 분이 많아 기분이 좋다.”
Q. 액션이 많다. 어떻게 준비했는지.
▶김혜준: “다른 킬러들에 비해 전문적인 액션은 하지 않는다. 구르고, 다치고, 당하는 것이 많았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처음엔 호기롭게 액션해보고 싶다고 그랬는데 말이다. 난 어릴 때 그 흔한 태권도 도장도 안 다닌 사람인데 이 작품을 위해 4개월 정도 액션스쿨 다녔다. 기초체력 단련부터 총기도 한 번 다뤄보고 그랬다. 지안이의 기본무술이 무에타이이다. 그래서 김민 배우(파신 역)와 함께 도장에 가서 훈련을 받았다. 김민 오빠는 잘 한다. 대련도 하고 그랬다. 나는 초등학생이랑 같이 거울보고 스탭 밟는 것 연습했다. ‘너, 몇 학년이니?’ ‘얼마나 다녔지?’하면서 시간 보냈다. 이번 작품 하면서 액션 잘 하는 선배님들 존경하게 되었다. 액션, 몸을 잘하는 것도 그렇지만 액션연기를 잘하는 것도 기술적인 부분이 있다.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었다.“
Q. 지안 역할을 언제 제안 받았나.
▶김혜준: “아마 <구경이>(2021) 직후에 제안을 받은 것 같다. 장르물을 떠나 피가 나오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달달하고 인간적인, 따뜻한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제목부터 ‘살인자의 쇼핑몰’이어서 고사했었다. 스케줄도 안 맞았다. 그러다가 <커넥트> 끝난 뒤 다시 제안 주셔서 다시 읽어보니 너무 재밌었다. 매니저 언니도 읽어보고 ‘이거 너무 재밌는데 어떡해하지’ 그랬다. 어떡하기는, 하면 되지 그랬다. 그래서 함께 하게 되었다.”
Q. 강지영 작가의 원작소설은 읽었는지. 액션을 위해 참조한 작품이 있다면.
▶김혜준: “안 찾아보았다. 난 레퍼런스 찾아보는 사람은 아니다.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원작소설도 보지 않았다. 대신 파신과 지안이 무에타이 배우는 몽타쥬 신을 위해 참고로 하라는 작품이 있었다. 제목이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안도 사쿠라 나오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한나> 같은 작품을 본 것 같다. 살인병기로 키워지는데 지안은 그렇지는 않다. 결이 다르다.”
Q. 삼촌 정진만이란 사람의 행동에 납득이 쉽게 가는지.
▶김혜준: “식당에서 대화하는 신에서 ‘이쯤 나한테 알려 줘야하는 것 아닌가. 숨기는 있는 거 아닌가’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지안이도 어릴 때 죽을 고비를 겪었던 터라 살기위해 본능적으로 뒤로 미뤄놓고 있는 아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삼촌의 약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독립시켜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격해 오는 무리가 부모를 죽인 자들이란 것을 모르기 때문에 복수심보다는 생존본능으로 버티는 것 같다. 그런 사실을 알게 된 후, 7,8부에서는 뭔가 각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Q. 정지안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보았는지.
▶김혜준: “지안이의 그런 부분이 매력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지안이 가지고 있는 기질, 과감한 선택을 하고, 평범하지 않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게 ‘저게 말이 돼?”할 수도 있지만 삼촌으로 물려받은 기질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매력적이다. 지안은 평범함 안에 특별함이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평범하지만 선택을 할 때 눈빛이 달라진다거나, 호흡이 달라지거나, 각성하는 디테일을 어떻게 보여줄까 생각을 많이 했다.“
Q. 액션연기는 어떻게 해냈는지.
▶김혜준: “위험한 신은 대역이 했다. 웬만한 액션을 하기는 했다. 한번은 얼굴이 보이는 장면을 찍는데 오케이가 안 났다. 가보니 감독님이 회의를 하고 있더라. 액션팀이 연기를 했는데 얼굴이 화면에 잡혀 다시 찍어야할 것 같다고. 그런데 그건 내가 직접 한 것이었다. 그날은 무술팀도 없었는데 말이다. 감독님이 착각을 할 정도로 발차기를 잘했나보다. 뿌듯했었다. 좋은 스턴트 친구가 있어서 액션 장면이 잘 나온 것 같다.”
Q. 이동욱 선배와의 연기는.
▶김혜준: “너무 좋았아요. 대선배잖아요. 현장에서는 편하게 대해주었다. 친한 친구 같기도 하고, 정말 삼촌 같은 츤데레한 매력이 있다. 툴툴 대면서도 와 주는 좋은 선배님이다. 이 작품에서는 모두가 조화롭게 받아줄 때 시너지 효과가 나왔다. 그런 것이 고마웠다. 확신을 못 할 때 연기측면에서 끌어주는 게 있었다. 서로 도와가며 좋은 신들을 만들어 나간 것 같다.”
Q. 정지안의 액션을 어땠는가. 능숙하게 보여서도 안 되고, 어설프게 보여야 더 돋보이는 측면이 있다.
▶김혜준: “다행인 게 일부러 어설퍼 보이려고 하지는 않았다. 내 키도 그렇고, 덩치도 그렇고, 액션 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니 제가 아무리 해도 타격감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지안이가 더 처절하고 안쓰러워 보였을 것이다. 그 때문에 지안을 구하려는 주변 사람의 감정이 더 잘 살아난 것 같다. 어설퍼 보이려고 연기를 한 것은 아니다. 사력을 다해 싸우지만 그렇게는 안 되는 캐릭터이다.”
Q. 김동욱 배우가 연기하는 진만 삼촌과 비슷한 기질은 무엇일까.
▶김혜준: “촬영을 하면서 느낀 것은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극본을 분석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는데, 평소 대사나 말들을 내뱉을 때 시니컬한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제 목소리가 보이시한 스타일이어서 그런 부분이 좀 닮아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Q. 해보지 않은 장르에 대한 연기 욕심은?
▶김혜준: “항상 그런 생각을 한다. 장르물을 했지만 또 다른 장르를 하고 싶은 것이다. 스릴에도 종류가 많다. 이제는 일상적인 모습,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동안 맡은 역할은 안 그런 것 같은데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가 많았다. ‘구경이’에서도, ‘커넥트’에서도. 난 평범한 얼굴이다. 교실에 하나 있을 법한 친구이다. 그런데 어떤 서늘함이 느껴지는 모양이다. 어떤 사건이 닥칠 때 그게 변하면서 신선한 충격, 반전을 주는 모양이다. 난, <구경이>에서 보여준 강단 있는 모습에 캐스팅된 것인가 생각했었다. 조금 전 감독님께 여쭤보니 <킹덤>에서의 서늘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용상을 지키는 못된 눈이 인상 깊었단다. 그런 지안이를 봐주시지 않았을까.”
Q. 본인 이미지에 만족하는가.
▶김혜준: “비교적. 만족해야죠. 제가 가진 강점을 최대한 극대화 시켜 살아가려고 한다.”
Q. 삼촌 정진만과의 관계 형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김혜준: “둘의 서사는 대본을 그대로 따라갔다. 지안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안세빈이 연기를 너무 잘 해주었다. 저는 감정 서사를 특별히 안 해도 둘의 끈끈함이 느껴질 정도이다. 이 자리에서 세빈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현장에서 만난 적이 있는지) “오며가며 봤다. 현장에 놀려오기도 했다.”
Q. 후반부 집안에서 펼쳐지는 액션에서 지안은 사방의 적들에 갇혀있다. 촬영 현장은 어땠는지.
▶김혜준: “액션 영화라서 무서울 것 같지만 정말 한 가족이었다. 전주에서 거의 한 달 동안 합숙하며 촬영했다. 매일 보는 사이였다. 점심 같이 먹고, 항상 커피내기하고, 저녁에 촬영 끝나면 밥 먹고, 술 마시고. 이태영(브라더)과 박지빈(정민)과 제일 친하게 지냈다. 또래라서. 인간 김혜준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번 작품 하면서 사람을 많이 얻은 것 같다. 고맙게 생각한다.”
Q.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지.
▶김혜준: “장르물도 하고 싶지만 다양한 작품을 하고 싶다. 자신 있는 연기가 무엇인지 찾아가는 여정을 떠나고 싶다. 항상 잘하는 것만 할 수 없을 것이고 때로는 무너질 수도 있겠지만 피하고 싶지는 않다. ‘이걸 내가 못 하구나’ 인정을 하면서 발전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다양한 모습을 찾아가는 것 같다.”
Q. 연기를 하는데 도움을 주었거나, 자극을 준 작품이 있다면.
▶김혜준: “연기를 시작했지만, 배우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를 때 본 [밀양]. 그 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런 게 연기일까. 이런 작품이 있다니. 이런 걸 만나면 어떨까. 연기 잘 하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렸다. 씨앗이 되었던 것 같다.”
Q. 이야기 흐름상 ‘시즌2’의 가능성은 있는가.
▶김혜준: “요즘은 어떤 결말이 나오던, 어떤 이야기를 만들던 이어질 수 있는 열린 결말이니까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Q. 연기를 하면서 어떤 ‘벽’을 만나는 두려움은 없는지.
▶김혜준: “그런 두려움이 있다. 어쩔 수 없다. 배우는 누군가로부터, 대중의 평가를 받는 직업이다. 그들 모두를, 100프로 만족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 10명 중 한 명에게서 비난을 받으면 마음을 썼었는데 요즘은 좀 두고 가려고 한다. 모두를 만족시키려고 애쓰면 나만 힘들어지는 것 같다. 그게 좋은 에너지가 될 수 있지만 이제는 그 폭을, 만족시킬 수 없는 간격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한다. 그게 제 연기의 발전의 원동력인 것 같다.”
Q. 정지안 캐릭터와 관련하여 감독과 어떤 의견 나눴는지.
▶김혜준: “대본 속 지안은 명확했다. 그리고 감독님은 제가 생각한 지안을 응원해 주셨다. 캐릭터를 두고 부딪친 부분은 없었다. 저는 큰 줄기, 큰 성격을 잡아놓고 뿌리를 내려가는 작업을 했었는데 감독님은 작은 설정들로부터 쌓아가는 과정을 해보자고 하셨다. 지안을 두고, 무슨 노래 좋아하니, 방에는 무슨 포스터가 붙어있을 것 같니, 보물상자에는 뭐가 있을까, 평소 교복은 어떻게 입을까 이야기했다. ‘체육복 위에 겹쳐 입을 것 같아요’ 했고, 그런 식으로 성격이 구축되더라. 또 다른 캐릭터 접근법을 배웠다.”
Q. 이번 작품에서 지안 말고 다른 탐나는 역할이 있다면?
▶김혜준: “제가 남자라면 정민이 역할을 너무 하고 싶었다. 그 역할이 너무 재밌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모습으로 나올 수 있으니. 촬영할 때도 지빈에게 그 역할 탐난다고 그랬었다.”
Q. 2015년 데뷔해서 10년 가까이 다양한 매체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냈다. 연기에 대한 생각은.
▶김혜준: “와, 8년으로 해주세요. 긴 시간 같지만 아직은 제가 아기배우 같다. 완전시작 단계에서 벗어나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그동안의 시간은 배우 김혜준, 인간 김혜준으로 성장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배우로서는 융통성이 많이 생긴 것 같다. 현장에서 버티는 힘도, 한 곳에 고여 있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있다. 계속 배우려고 하는 마음도 있고, 스스로 성장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인간 김혜준은 그런 시간을 겪으면서 더 단단해지고, 자신을 더 아껴주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예전에는 스스로에게 상처도 주고 그랬었다. 매 순간이 켜켜이 쌓여 지금 같이 된 것 같다.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저를 더 강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 도망간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생겼다. 용기가 생겼다.”
“<킬러들의 쇼핑몰>은 물론 화려한 액션도 있고, 재밌는 줄거리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모든 캐릭터들이 지키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 그 과장에서 처절한 사투가 벌어지는 것이다. 누군가는 분명 위로받고, 용기를 얻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히 추천 드립니다. 설에 가족분이 모여서 함께 보시기를. 이 작품은 가족드라마입니다. 삼촌과 조카처럼. 가족들 우애 다지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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