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설 연휴기간에 맞춰 개봉되는 영화 <도그데이즈>에 출연하는 유해진 배우를 만나 영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유해진 배우는 2월 7일 <도그데이즈>에 이어, 곧바로 <파묘>로 스크린에서 또 만날 예정이다. 영화 <도그데이즈>는 개와 사람이 한아름 등장하는 요란법석 해피무비이다. 유해진은 자신의 집 1층에 동물병원을 세내준 건물주이자, 세계적인 설계사(윤여정)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견인’ 행세를 하는 고민상을 연기한다. 영화는 ‘동물병원’을 매개로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만나면서 개도 훌륭하고, 사람도 소중하다는 해피엔딩에 도달하게 된다.
Q.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를 보고 든 생각은?
▶유해진: “에피소드가 나눠져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것들이 어떻게 엮여질지 궁금했다. 기술시사 때 볼 때 기대를 그다지 하지 않고 봤었다. 이야기가 덜컹거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엮여있더라. 그런 부분에서는 잘 본 것 같다. 이야기가 따로 놀 것 같았는데 잘 어우러진 것 같다.”
Q. 작품에서는 극 초반엔 개에 대한 혐오감을 내보인다. 실제 모습은 어떤지.
▶유해진: “극중 민상은 어렸을 때 키우던 개, 좋아했던 개가 있었다. 그러다가 잊고 살아간다. 소중한 정서를 잊고 살았구나.. 그런 감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Q. 설 극장가에 다크호스로 출격한다. 이 영화의 강점을 말하자면.
▶유해진: “설이니까 온 가족들이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다. 어린 조카부터 어른까지. 떡국 먹고, 윷놀이 할래 극장 갈래 할 수 있지 않을까. 영화가 슴슴하고, 밍밍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 ‘엄청난 사연이 있겠어?’, ‘반전이 있겠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족들이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재미가 있다.”
Q. 김희선과 <달짝지근해:7510‘에 이어 김서형과 멜로 연기를 펼친다. 갑자기 ’멜로장인‘이 된 것 같다.
▶유해진: “의도하지 않았다. 관객들이 ’짜증 나‘하면 안 될 텐데.(하하) 그래도 한고 개 넘은 것 같다. 그런데 이 영화 멜로인가? 마지막에 뽀뽀 한 번 했다고 멜로인가? 후반부에 ‘한번 할까요?’라는 대사가 있는데, 그건 다른 뜻으로 한 말이다. 찍으면서 이 대사가 필요하나 생각했었다. 둘이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표현일 것이다.” (멜로 이야기가 계속되자) “하아. 이럴 땐 술 한 잔 하고 싶네요. 멜로 장인이 아니라 멜로 장모라도 했을 거예요!” (하하하)
Q. 내용이 ‘슴슴하다’(심심하다)고 했는데, 출연을 결심한 계기가 있는지.
▶유해진: “일단 강아지를 좋아했고. 요즘 나오는 영화가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것 같아서. 나도 그런 영화에 출연하기는 하지만. 이런 작품도 섞여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말랑한 작품도 필요하고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작사 JK필름은 <공조>를 했기에 낯설지 않은 회사이다. 윤제균 감독은 한 식구 같은 느낌도 있다. 그런 부분도 없지는 않았다. 윤여정 선생님은 (김덕민) 감독 하나만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저도 그런 순수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Q. 윤여정 배우와 연기하면서 긴장했다고 했는데.
▶유해진: “모처럼 어른하고 연기를 하니까. 큰 선배님하고 하니까 그런 긴장은 하게 된다. 현장에서 선배 배우를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아서 긴장을 했다. 그리고 윤 선배는 직설적이잖아요. 물론 현장에서 살갑게 대해주셨다. 직설적이지만은 않으니까. 김(덕민) 감독이랑 대게 가깝더라. ‘덕민이, 덕민이’ 그랬다.”
Q. 건물주를 연기한 소감은?
▶유해진: “시나리오에는 건물주라고 나와 있었는데 현장에서 보고 실망했다. 극중 민상은 회사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사람일 것이다. 그럴 정도면 대출도 받고 해서 그런 건물 마련하지 않았을까. 지방이긴 해도 허름하다. ‘건물주’라고 해도 되나 모르겠다.”
Q. 김서형 배우와의 연기는 어땠는지.
▶유해진: “민상 역할을 돋보이게 하는데 김서형 배우의 역할이 컸다. 김서형 배우 이미지가 있잖은가. 외무부터, 늘상 올백으로 머리로 넘기는 모습이었다. 처음 촬영 현장에서 머리를 이렇게 내리고 나왔다. ‘그래 이런 모습, 너무 좋다’ 그랬었다. 서형씨가 저한테 맞춰준 것 같다. 같이 연기한 게 신선했다.
Q. 영화에서는 아이 입양, 반려견 입양 등 가족 이야기가 중요하다.
▶유해진: ”유기견 입양은 누구나 바람직하게 생각할 것이다. 기왕에 세상에 나온 강아지이다. 그걸 거두는 것은 큰일이다. 좋은 일이고 희망을 준다. 아기를 입양하는 것은 두말 할 것도 없고.“
Q. 영화에서는 인물별로 에피소드가 나눠진다. 어떤 커플, 사연이 감동적이었나.
▶유해진: ”윤여정-탕준상 이야기가 너무 좋았다. 세상을 먼저 살아본 어른이 삶에 대해 이야기할 때, 아주 세련되게 이야기한다. 대사 자체도 꼭 필요한 말이다. 아주 고급스럽게 말한 것 같다. ‘어른이 말하니까 들어봐’가 아니라, 살아보니 그렇다는 것을 군더더기 없이 말하는 게 나한테도 필요한 말 같았다. 내가 나이를 먹었지만 그런 말이 필요한 것 같다. 그 장면에서 짠해서 눈물을 훔친 것 같다. 그리고 반려견을 안락사 시키는 부분에서도. 윤여정 선생님은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게, 필요한 이야기를 드라이하게 전해주는 것 같다.“
Q.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기르는 개, 키웠던 자신의 반려견에게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유해진: ”그건 생각 안 해 봤다. 아마 일상적인 말이었을 것 같다. ‘사랑해’ 이런 말이었을 것 같다. 아니면 ‘밥 줘..’이런 말이라도 한번쯤 듣고 싶었다.“
Q. 극중 민상이는 어릴 때 ‘꼬물이’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다. 유해진 배우에겐 그런 존재가 있었는지.
▶유해진: ”아주 어렸을 때, 초등 2,3학년 때였을 것이다. 그 개 이름이 ‘쫑이’였다. 쪼그만 개였다. 그걸 팔아버렸는지, 어쨌든 어렸을 때 엄청 트라우마가 컸다. 그런 게 정말 싫었다. 사회생활 하면서 벗어난 것 같다. 쫑이는 똥개였다. 아마, 지금 개를 키우지 않더라도 강아지에 대한 추억이 있지 않을까. 그런 게 조금이라도 와 닿는 설정일 것이다. 어렸을 때 그런 게 있을 것이다. 어미개가 새끼를 낳았는데 한 마리를 누구 줘버렸다면...“
Q. 영화 [올빼미]에서의 인조 연기는 유해진 연기사상 손꼽히는 명연기였다. 그런데 의외로 상복이 없었던 것 같다.
▶유해진: ”[올빼미]는 너무나 좋았다. 약간 셰익스피어 작품 하는 것 같았다. 모처럼 연극무대에서 하는 느낌이 들었다. 연극만이 갖고 있는 선 굵음, 몰입,에너지가 있었다. 찍을 때도 그랬다. 곤룡포를 풀어헤치고 연기를 하는 것이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상이란 것은 따라오는 것이다. 안 주면 ‘에이씨 더 열심히 하자’ 그런 거다. 상보다 더 큰 만족감이다. 김서형 배우가 ‘예능에서 보는 거랑 다르다’고 그랬는데, 현장에서 그러면 큰일 난다. 정신줄을 꽉 잡고 있어야한다. 주인공들이 맥을 놓치면 안 된다. 날이 선 채 긴장하고 있었다. <올빼미>에서는 그런 긴장감이 있었다. 그런 맛이 있었다. 그런 맛만으로 충분했다.“
Q. 그러면 <올빼미>에 비해 <도그데이즈>는?
▶유해진: “음.. <올빼미>에 비해서는 ‘그냥’이죠. 강아지랑 하니까. 그래도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있으니.”
Q. 윤여정 배우와 연기하면서 ‘좋은 어른’에 대한 생각이 있을 것 같다.
▶유해진: “영화에서 보여주는 그 정도면 좋지 않을까. 저런 어른이 주변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꼰대 같은 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흔들릴 때, 갈피를 못 잡을 때, 필요한 말을 해 줄 수 있는 어른. 주례사같이 길지 않게 해 줄 수 있는 어른이라면. 그런 어른이라면 살아갈 때 엄청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Q. 연기할 때 그런 좋은 어른, 선배가 있다면.
▶유해진: “많잖아요. 최민식 선배도 있고, (오)달수 형도 있고, (송)강호 형도 있고... 아니면 어린 친구도 있고..”. (누구?) “에이, 가끔 있다. 그 친구 끼워줄까 말까.” (하하)
Q. 그럼, 이제 영화판의 선배 입장에서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유해진: “꼰대 같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다. 물론 저라고 왜 꼰대가 안 되겠어요. 그래도 현장에서는 가능하면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일반인으로서는 꼰대가 될 수 있겠지만 현장에서는 그러지 말자. 그러면 내가 (연기) 그만둔다. 그런 생각이다. 아마 현장에서 ‘너무 꼰대 아냐?” 이런 소리 나온다면, 그 전에 사람들이 절 캐스팅 안할 것이다.“
윤여정, 유해진, 김윤진, 정성화, 김서형, 다니엘 헤니, 이현우, 탕준상, 윤채나 등이 출연하는 영화 <도그데이즈>는 오늘 2월 7일 개봉한다. JK필름의 '영웅' '그것만이 내 세상'의 조연출 출신 김덕민 감독의 감독데뷔작이다.
[사진=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