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6일) 밤 11시 30분 KBS 1TV 독립영화관 시간에는 박재범 감독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인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이 방송된다. 이 영화는 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된 뒤 작년 연말 극장에서 개봉되었던 작품이다. 영화는 ‘예이츠 부족’이 사는 아주 추운 툰드라가 배경이다. 감독은 시베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허구의 장소에서 벌어지는 환상적 성장담이다. 아마도 보기에 따라서는 <아바타>의 설정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원시와 평화, 자연이 상징하는 그곳에 개발지상주의 제국주의자들이 무력으로 강점하는 그런 상황 말이다.
시베리아 툰드라에서 오랫동안 유목민 생활을 하는 예이츠 부족의 그리샤 가족이 있다. 이들은 순록이 끄는 썰매로 눈밭을 헤치며 천막을 치고 살아간다. 순록의 피와 살이 그들의 식량이기도 하다. 그리샤는 아버지, 어머니, 동생 꼴랴와 함께 하얀 눈이 가득한 그곳에서 행복하게 산다. 그런데 어느날 천막이 무너지는 사고가 나고, 엄마가 깊은 병에 걸린다. 마을의 샤먼은 땅의 정령이자 숲의 주인인 붉은 곰을 찾아가 보란다. 평소, 언뜻언뜻 붉은 눈초리의 괴물 환영을 보았던 그리샤는 순록 세로데토와 함께 먼 길을 떠난다. 그런데, 동생이 어느새 동행하고 있다. 이 마을엔 또 하나의 위협이 있었는데 이른바 연방군 군인 블라디미르가 사냥꾼 바자크와 함께 이 땅을 차지하려고 마각을 드러내고 있었다. 맹추위를 이겨내며 거센 바람을 뚫고 북극성을 바라보며 정령의 숲의 붉은 곰을 찾아 나선다. 과연 붉은 곰을 만날 수 있을까. 엄마의 병을 치유할 영약을 구할 수 있을까. 블라디미르의 마수를 벗어날 수 있을까. 바람이 너무나 차다.
박재범 감독이 본 다큐멘터리는 SBS에서 2010년 방송된 <최후의 툰드라>이다. 툰드라 지역의 마지막 순록 유목민이라는 네네츠 사람들의 사계를 담아낸 작품이었다. 박 감독은 이후 ‘툰드라’에 매혹되어 오랜 세월 자연과 인간의 장엄한 공존의 모습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은 실사촬영이 아니라, 인형극에 가까운 엄청난 수공업, 중노동의 산물이다. <강아지똥>이나 <월레스와 그로밋>이 유명한 스톱모션 작품이다. 박재범 감독은 3년 여 시간을 들여 한 땀 한 땀, 설원과 숲, 오로라, 설산, 그리고 붉은 곰의 놀라운 눈초리를 만들어내었다.
작품의 주제는 ‘시베리아 네네츠’(예이츠)부족이나, 아메리카의 인디언, 혹은 아바타의 원주민들처럼 조상 대대로 태어나고 자란 대지의 위대함과 조상들의 순수영혼의 숭고함을 판타스틱하게 전해주는 것이다. 공을 들인 만큼 화면 효과가 풍성한 역작인 셈이다. 스톱모션으로 완성시킨 오로라 장면은 정말 황홀하다.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 ▶감독:박재범 ▶목소리연기: 이윤지 김서영 이용녀 김예은 강길우 ▶촬영:송혜령 김예빈 조영대 ▶제작사:한국영화아카데미 영화진흥위원회 ▶개봉:2023년1월25일/6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