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12번째 보조사제’를 시작으로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로 ‘오컬트’ 장르 한 우물만 파고 있는 장재현 감독이 이번엔 조상의 묫자리에 손을 댄다. 2월 개봉되는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주연의 영화 <파묘>이다.
개봉을 앞두고 오늘(17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는 방송인 박경림의 사회로 <파묘>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군 입대한 이도현을 제외한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과 장재현 감독이 참석했다. 이도현은 포토타임 때 등신상으로 등장해서 이채를 띄었다.
영화 <파묘>는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나서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이라며 이장을 권하고, 돈 냄새를 맡은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하면서 미스터리한 사건이 꼬리를 물게 된다. 영화는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로 신선한 소재와 궁금한 스토리로 영화팬의 궁금증을 키운다.
장재현 감독은 어린 시절 도로 공사를 위해 오래된 무덤을 이장하는 모습에 강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100년이 넘은 무덤을 파는 모습을 봤었다. 그 때 냄새가 떠오르는 것 같다. 오래된 나무관에서 느꼈던 두려움, 궁금함, 호기심 이런 복합적인 감정들을 언젠가 작품에 담고 싶었다. 제가 관(棺) 패티시가 있는 모양이다. 그때 기억을 영화에 담았다.”고 기획의 계기를 밝혔다.
장 감독은 “<파묘>는 종교에 대한 영화는 아니다. 우리가 사는 땅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코로나 때 시나리오를 썼는데, 꼭 영화관에 와서 봐야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직관적으로, 몰입도 있는 영화로서,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가장 영화적인 영화, 체험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파묘>만의 차별점을 이야기했다.
최민식은 데뷔 35년 만에 <파묘>에서 풍수사 상덕을 맡아 연기 인생 첫 오컬트 장르에 도전한다. “상덕은 반평생을 풍수로 먹고 사는 사람이다. 돈을 많이 주면 술수도 부리는 속물적인 면이 있지만 평생을 바친 일인 만큼 땅에 대한 가치, 고귀함을 유지하는 인물이다.”
김고은은 원혼을 달래는 무당 ‘화림’ 역을 맡았다. 김고은은 “한 순간도 어설프게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굿 장면을 위해서는 영상을 찾아보고 수차례 리허설을 하며 디테일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김고은은 장재현 감독의 <사바하>에 출연했던 박정민이 이 영화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유미의 세포> 찍을 때 박정민 배우가 <파묘> 대본을 꼭 보라고 했다. 감독이 너무 원하고 있다고 귀띔했었다.”
유해진은 베테랑 장의사 ‘영근’ 캐릭터로 분한다. “영근은 대통령의 염을 맡았을 만큼 최고의 실력자이다. 전문적인 손동작을 표현해내는 것은 물론 직접 현장에서 유골을 수습하는 법을 배웠다. 최고의 장의사답게, 몸에 밴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다.”
이도현은 이번 영화로 스크린에 데뷔한다. 이도현은 사전 녹화된 영상을 통해 “봉길은 신예 무속인이다. 실력은 물론, 외모까지 MZ세대이다. 스승 화림을 든든하게 지키는 역할이다. 화림과 봉길이 불길한 묘를 이장시키며 기이한 일에 얽히게 된다.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 주시라.”고 자신의 역할을 소개했다.
최민식은 오컬트에 출연한 소감을 “무서운 것 싫어하는데 장재현 감독 전작을 너무 재밌게 봐서 <파묘>에 출연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연출이 놀라웠다. 형이상학적이며 추상적인 소재를 가지고 현실적, 가시적, 영화적으로 조각해나가는 과정이 너무 좋았다.”고 밝혔다.
땅을 찾는 풍수사, 원혼을 달래는 무당, 예를 갖추는 장의사, 경문을 외는 무당까지, 과학과 미신의 경계에 서 있는 이들의 팀플레이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전달하며 장르적 재미를 끌어올리는 장재현 감독의 새 영화 <파묘>는 2월 개봉된다.
[사진=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