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올드 오크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나, 다니엘 블레이크>, <미안해요, 리키> 등을 내놓은 영국의 켄 로치 감독은 올해 87세(1936년생)이다. 그가 작년에 내놓은 작품 <나의 올드 오크>(The Old Oak)가 내일(17일) 개봉한다. 영국 언론들은 이 작품이 켄 로치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고 전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생각한다면 앞으로 몇 작품 더 만들어 사회를 변혁시키고, 세계를 나은 방향으로 이끌 것 같은데 말이다. <나의 올드 오크>는 작년 칸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며 다시 한 번 ’켄 로치’의 위명을 떨쳤다.
영국 ‘잉글랜드’의 북동부 ‘더럼’(Durham)은 퇴락한 동네이다. 한때는 석탄 산업이 마을을 살렸겠지만 이제는 처량한 신세이다. 곳곳에 빈집이 즐비하고, 이곳을 떠나지 못한 나이든 사람들만이 ‘마이 올드 오크’라는 이름의 낡은 술집(Pub)에 모여 신세한탄만 하고 있다. 술집 또한 간판조차 정비할 여유가 없는 처지이다. 그런데 이곳에 큰 일이 생긴다. 갑자기 외지인이 몰려온 것. 가족단위의 시리아 난민이다. 그들 중에는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야라’가 있다. 이제 ‘잉글랜드의 영광’은 오래전 사라진 탄광촌의 후예들이 중동 난민들과 공존해야하는 것이다. 그 구심점은 ‘마이올드오크’이다. 술집주인 T.J. 발란타인은 오해와 편견에 사로잡힌 마을 사람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나의 올드 오크
한국은 아직 ‘난민’에 대한 이해가 피상적이다. 오래 전 베트남이 폐망하고, 잠시 보트피플이 부산에 체류하다가 미국으로 떠난 것이 다일 것이다. 그리고 가끔 정치적 난민을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한 뉴스를 보게 된다. 유럽은 다르다. 전쟁과 종교적 문제로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피해, 인간적 삶을 위해 바다를 건너고, 국경을 넘어 온다. 유럽은, EU는 각 나라마다 ‘난민’ 문제로 골머리를 싸맨다. 난민 문제가 정권을 뒤엎는 이슈가 되었다. 영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EU는 난민을 할당한다. 영국은 시의회를 통해 시리아 난민을 분산 수용했고, 그중 일부가 더럼의 저 동네에 정착한 것이다. 그들은 이곳에 오기 전에 2년을 수용소에서 지냈다고 한다. ‘더럼’의 많은 사람들은 분노한다. 폐광이 된 채 내버려둔 자국민은 거들떠보지도 않으면서 남의 나라 사람이나 신경 쓴다고. “이민자 XX, 네 나라로 떠나!”라고 린치를 가하기도 한다. “부자들은 자기 동네엔 이들을 안 받아들여. 자기 옆집에 이들이 사는 건 싫어하니까.”라며 불평한다. 여기까지가 현재 상황이다.
난민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할까. ‘님비’(NIMBY)의 일종일까. 사회파 감독 켄 로치는 ‘용기와 연대, 그리고 저항’을 주장한다. 오래 전 대처 정부시절 탄광의 광부들이, 노조원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의 올드 오크
T.J.가 오랫동안 문을 걸어 잠근 방에는 마을의 역사를 알 수 있는 흑백사진이 걸려있다. 그 중에는 ‘이징턴(Easington) 탄광사고’ 사진도 있다. 1951년 발생한 탄광 폭발사고이다. 당시 83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참사였다. ‘이징턴’은 ‘빌리 엘리어트’의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함께 먹을 때 더 강해진다.”는 말은 그 어려움을 같이 겪지 못한 사람은 실감하지 못할 것 같다. 광부들은 용기를 갖고, 연대하고, 저항했지만 결국 몇 장의 흑백사진으로만 남았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징턴의 쓸쓸함만큼이나 1000년 전 지었다는 더럼 대성당의 고즈넉함이 마음에 오랫동안 남을지 모르겠다. 까만 개 ‘마라’와 함께. 어려운 사람에게 손을 내밀라! 켄 로치의 말씀이다.
▶나의 올드 오크 (The Old Oak) ▶감독: 켄 로치 ▶각본: 폴 래버티 ▶출연: 데이브 터너, 에블라 마리, 트레버 폭스 ▶2024년 1월 17일 개봉/15세이상관람가/113분 ▶수입·배급·제공: 영화사진진/공동제공:KNN미디어플러스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