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리, 류준열, 김우빈,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 등 호화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었던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시리즈는 기획 때부터 1부와 2부을 같이 찍고, 시차를 두고 개봉한다는 전략이 한국 극장가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사였다. 1부는 지난 2022년 여름 개봉되어 153만 명이라는 ‘의외의’ 저조한 흥행성적(153만)을 거두면서 ‘2부’의 향배가 주목되었다. 1년 6개월동안 편집과 편집, 또 편집을 거듭하며 마침내 52번째 버전이 공개된다.
”떨린다. 이 영화를 6년째 하고 있다. 2부가 개봉된다니 믿기지도 않고, 긴장도 되고, 흥분되기도 한다.“ 영화 <외계+인> 2부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최동훈 감독은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감’을 보인다. 승승장구하던 흥행불패 감독 최동훈 감독이 <외계+인>1부의 흥행부진을 딛고 화려하게 부활할 것인지. 지난 1년여의 마음고생을 들어보았다.
Q. 2부를 끝낸 심정은 어땠는지.
▶최동훈 감독: ”12월초 기술시사를 하고 다시 한 번 더 편집을 했다. 음악을 좀 바꾸고. 마지막 녹음실에 가기 전에 ‘정말 바꿀게 없나?’ 단 1초라도, 필름 1센티라도 더 고칠 게 없나 생각했다. ‘영혼까지 다 털었다. 더 이상 바꿀 게 없다’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왔다. 그러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영화감독의 숙명이기도 하다. 52번 편집을 하면서 후회 없도록 하고 싶었다.“
Q. 1부의 흥행결과에 따라 2부에서 달라진 게 있는지.
▶최동훈 감독: ”1부에서는 장르 특성상 낯설음이 좀 있었다. 관객들이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2부에서는 그 낯선 느낌이 익숙해졌을 것이다. ‘친숙’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제 이 세계를 알 것 같다는 친근감이 생길 것이다. 관객들의 평을 들어보고 싶다.“
Q. 코미디 요소가 강화된 것 같다.
▶최동훈 감독: “촬영 때는 이성의 갑옷을 입는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하늬, 염정아, 조우진 배우가 그걸 파괴하는 부분이 있다. 현장의 분위기를 영화에 반영하는 편이다. 저는 편집을 할 때 안 웃는다. 이번에 두 신선의 연기에 관객반응이 많았다. 위엄 있어 보이지 않았으면, 속내가 뻔히 보이는 신선이면 좋겠다 싶었다. 코미디 연기가 아닌 정극 연기를 하되 그런 인물들이라고 이야기했다.” (1부에서 이안이 손가락 욕하는 장면이 우스웠다) “아, 그 장면. 이안은 현대에서 살다온 사람이다. 운전 중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다.(하하하) 보는 사람에게 유주얼 것과 언유주얼한 게 부딪히면 재밌겠다고 생각하고 쓴 것이다. 작품에서 유머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비극 속에 희극이 있고, 희극 속에 비극이 있으면 더 좋다. 더 잘하고 싶은 지점이 그렇다.”
Q. 한국적인 영웅상을 만들어낸 것 같다.
▶최동훈 감독: “이 이야기를 처음 시작할 때 가장 한국적인 SF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CG는 할리우드만큼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한국의 기술로 만들고 싶었고, 소재는 무조건 한국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괴물’ 디자인도 한국 사람이 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봉준호 감독에게 큰 빚을 진 셈이다. SF판타지이지만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 인연의 매듭이 맺어지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의 끝에서 그 매듭이 풀리는 것이다. 그들이 지구를 구했다고 하지만 아무도 모른다. 그게 이 영화를 만들려고 한 이유이다. 다들 헤어졌을 때 이 사람들은 또 어떤가. 이안은 먼 길을 돌아서 자기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자기 키보다 작아진 침대에 누울 때 ‘세상을 구했어!’라는 임무 완수의 환호성보다는 그립고, 외로운 하나의 인간의 모습이 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무륵은 자기랑 전혀 상관없는 벽란정에 떨어진다. 뜨내기니까. 그런 모습이 대비가 된다. 우왕이 좌왕이도. 이건 멜로가 아니고 그냥 인연과 그리움에 대한 표현이고 싶었다.”
Q. 우륵은 남대문으로, 두 신선은 헬스클럽으로 떨어진다.
▶최동훈 감독: “대비되는 공간을 생각했었다. 남대문을 꼭 찍고 싶었던 것은 과거 같기도 하고 현대 같기도 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 찍을 때가 코로나 시국이어서 장소 구하기가 참 어려웠다. 빌려주기로 결정 난 곳도 캔슬 되었고. 두 신선의 경우는 어디가 좋을까. 처음엔 중국식당도 생각했었다. ‘만리성’같은 곳 말이다. 그러다 헬스클럽으로 하기로 했다. 숙소에서 시나리오를 고쳐 썼다. 헬스장 떨어지면 어떻게 할지. 영화는 공간이 중요하다. 공간이 영화의 톤, 뉘앙스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게 밀본의 본거지와 가드의 집, 벽란정. 이렇게 세 곳이었다. 어느 곳인지에 따라 액션과 분위기가 달라진다. 가드의 집은 한적한 시멘트 공장을 생각했다. 가드는 왠지 돈이 많을 것 같았다. 넓은 땅에 혼자 있을 것 같았다. 그곳에 모든 사람이 모인다. 그리고, 그 옆으로 기차가 지나가는 것으로 꾸몄다.”
Q. 후반부에 이르면 히어로의 통쾌함보다는 슬픔과 외로움의 감정이 묻어난다.
▶최동훈 감독: “이 이야기를 쓸 때부터 그런 엔딩으로 가고 싶었다. 나한테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타짜>할 때도 어떻게 끝을 맺을까 고민했었다. 누군가 멀리 떨어져 있고, 외롭기도 하고 그리워할 거야. <도둑들>도, <암살>도 그랬다. 이 이야기도 액션이 끝나고 모든 일이 마무리 되면 끝난다. 이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까. 그게 제일 어렵다. 찍으면서 줄곧 엔딩을 생각했다. 가드가 떠난 뒤. 헤어지는 것을 찍으면 너무 유치해진다. 이 영화에서 바라는 것은 멋진 헤어짐이다. 너무 경쾌하지도 너무 슬프지도 않은 리드미컬한 헤어짐을 원했다. 그래서 촬영감독과 이걸 고속으로 찍자고 그랬다. 그리고 음악을 하나 보탰다. ‘인 드림스’. 그 곡은 첫 번째 선택이었는데 잘 어울렸다. 촬영 날 넣은 것인데 개봉 때까지 남았다. MZ세대는 그 곡을 모를 수도 있겠지만 순수하게 음악적으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이 영화로 그 음악이 기억되어도 좋을 것이다.”
Q. ‘인 드림스’는 어떻게 선택한 곡인가. 데이비드 린치 감독 영화에서 몽롱한 이미지를 주는 곡이었다. 느낌이 좋았는지 아니면, 가사를 생각한 것인지.
▶최동훈 감독: “<블루 벨벳>에도 나온다. 가사 중에 ‘굿바이’가 있는데 이안과 헤어질 때 절묘하게 그게 들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주 없이 드르륵 하고 나왔으면 했고, 여운이 있어야한다. 헤어지는 장면에서 가장 적합했던 것 같다. 그 장면에서는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하지 않았다. 배우들도 별다른 대사를 안 한다. ‘어어~’하는 소리도 안 들렸으면 했다. 왜냐하면 그 뒤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무륵이 떨어진 뒤, 이안과 무륵이 어떻게 느끼느냐가 중요했다. 현장에서는 ‘(완성본에서) 이 노래 넣으실 것은 아니죠?’ 했다. 그런데 그 노래가 묘하게 3년을 살아남아 이 자리에 있다.”
Q.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CG측면에서 보자면 어떤 기술적인 성과가 있었는지.
▶최동훈 감독: “제갈승 슈퍼바이저가 6년 동안 작업을 했다. 초반에 외계인 디자인 관련하여 호주나 미국에 외주를 주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완벽하게 한국 안에서 해결하는 것이 목표였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디자인한 장희철 디자이너가 아주 많은 디자인을 했다. 괴물은 멋있어 보여야하고, 공격적으로 보여야했다. 그러면서 크리처처럼 보이면 안 된다. 알 수는 없지만 어떤 인격을 가진 존재로 보였으면 했다. 시나리오엔 ‘기괴하고 공격적인 모습’이라고 했다. 그래서 얼굴도 2개, 팔도 4개인 외계인을 생각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2부 외계인이 완성되었다. 기술적으로도 훨씬 발전했고, 가장 비싼 캐스팅인데 값어치를 한 것 같다.”
Q. 기차 액션도 화려했다.
▶최동훈 감독: “<설국열차>도 찍은 나라니까. 기차 위에서 뛰어다니는 것 찍는 게 힘들었다. 기차신은 여러 군데에서 찍은 것이다. 처음에 시나리오 쓸 때는 버스를 생각했었다. 외국에서 볼 수 있는 두 대가 연결된 그런 버스. 그런데 아무리해도 시각적 쾌감이 안 생기더라. 그래서 기차로 바꾸기로 했다. 영화 후반부는 한 시간 동안 계속 달려가는 느낌이 있어야했다. 기차가 적합할 것 같았다. 열차 2량을 만들어서 액션장면을 찍었다. 구현이 잘 될까 걱정이 많았지만 CG팀만 믿었다. 기차 CG에 많은 시간이 들었다.” (미션임파서블7의 기차 장면만큼 훌륭했다. 그런데 속도감을 원한다면 KTX가 낫지 않았을까?) “이게 KTX로 하면 사람이 너무 많이 죽을 것이다. 저는 영화를 찍으면서 사람이 죽는 장면은 용납할 수 있는 이유가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꼰대 같지만 말이다. 그래서 화물열차로 한 것이다. 승객이 없다. 아, 물론 운전하는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하다. 내렸겠죠?”
Q. 이게 OTT 작은 화면으로 보면 알아볼 수 없는 장면이 있다. 이안의 방에 나뒹구는 만화책이다. 김원빈의 <주먹대장>과 고우영의 <수호지> 만화책이 보인다. 어떻게 넣은 것인가.
▶최동훈 감독: “아, 그 장면이 보이던가? 집에서 가져온 만화책 쌓아놓고 찍은 것이다. 이안이라는 꼬마는 과학서적과 함께 이런 만화를 읽을 것 같았다. <수호지>도 보면 그 안에 기발한 능력자가 나온다. 축지법 쓰는 사람도.”
Q. 혹시 공개 안 된 이스트에그가 있는지.
▶최동훈 감독: “이스트에그가 뭐죠?” (기자가 설명한다) “그런 건 없는 것 같다. 2부 쓰면서 ‘썬더’가 어디로 갔을까 저 자신도 궁금했다. 어디에 숨겨놓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찾는 재미가 있었으면 했다. 그 아이디어에 많은 사람이 반대했다. ‘그게 가능해?’하면서. 21세기에 불가능한 게 뭐가 있겠나?”
Q. 이야기꾼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제작에 반대가 많았는지.
▶최동훈 감독: “찬성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야기꾼’이라 불리면 좋죠. <외계인>은 어디서도 본적 없는 이야기이며, 또한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이야기, 그 둘이 공존했으면 했다. 두 개념을 하나로 만드는 게 힘들었다. 1편에서 학습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낯선 세상에 대한 허들을 넘는다면 2부는 좀 쉽게 보지 않을까. 2부를 보고 나서 1부를 찾아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1부는 ‘아주 보기 편한 영화’였구나 생각할지도 모른다.”
Q. 이 영화를 만들면서 후회한 적은 있는지.
▶최동훈 감독: “영화하는 사람, 이야기를 쓰는 사람은 반성과 고집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아침에 반성하고, 오후에 고집 피운다. 모든 작업들이 그렇다. 2부를 아주 오랫동안 작업하며 느꼈던 것은 우여곡절과 아픔도 있었지만 배운 것이 있다. 이게 영화감독의 숙명이고, 비켜나갈 수 없는 것이다. 후반작업이 정말 힘들었지만 내가 영화를 정말 사랑하고 있구나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영화에 외계인도 나오고, 도사도 나오니까 내가 도 닦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 게 ‘영화’이다. 이제 개봉되니 딸의 결혼식에 간 부모의 마음 같다.”
김태리, 류준열, 김우빈,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 진선규가 나오는 영화 <외계+인>2부는 어제(10일) 개봉되었다.
[사진=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