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열이 돌아온다. 최동훈 감독의 한국형 SF판타지 <외계+인>2부로. 2022년 류준열이 출연한 <외계+인>1부는 153만 명, <올빼미>는 332만 명의 관객이 들었다. 조금 뜻밖의 흥행결과였다. 어쨌든 최동훈 감독이 1년 반을 와신상담하며, 편집을 거듭한 <외계+인>2부가 10일(수) 개봉한다. 얼치기 도사 '무륵'을 연기한 류준열을 만나 영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물론, 결정적 스포일러는 끝까지 입을 다물어야 한다.
Q. 드디어 2부가 공개된다. 소감은.
▶류준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드디어 펼쳐진다. 재밌는 볼거리도 있고 액션도 있지만, 이 영화는 사람 사는 이야기다. 만남과 인연, 운명의 이야기이다. 완성된 작품을 제 눈으로 확인하니 후련하다. 한편으로는 끝나고 나니 씁쓸하기도 하다.”
Q. 1부의 평가가 마냥 호의적이지는 않았는데. 부담은?
▶류준열: “배우들은 감독님이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잘 알고 있다. 시사회 끝나고 ‘이게 최동훈 (감독 작품)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이 만든 이야기인데 1부에서 이야기가 뚝 끊기니 사람들이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새로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각오는 되어 있다. 일을 하고 성취를 이루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 언제나 늘 좋을 수만은 없으니까.”
Q. 이야기 특성상 스포일러 누설에 대한 조심성이 있다.
▶류준열: “그렇다. 어떤 장면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기가 어려웠다. 마치 ‘네가 이 선생이야?’와 같은 입장이었다. 문도석(소지섭)이 어떻게 되었다는 것. 그걸 내 입으로 말하기가 어려웠다.” (이건, 2부를 보고 나면 오해(?)가 풀린다)
Q. 2부에서 기대했던 것은?
▶류준열: “하려고 한 이야기가 후련하게 잘 마무리된 것 같다. 기차 신에서 엔딩까지 달려가는 장면은 아주 박진감 넘치게 나왔다. 기대 이상! 배우들은 콘티나 글로 본 것이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달랐다. 군더더기 없는 편집이었다. 찍었는데 (완성작에서는) 많이 없어졌더라. 열차가 전복되고 나서 액션이 정말 많았는데. 긴장감 넘치게, 박진감 있게 편집했다. 음악이 잘 묻어나서 엔딩까지 잘 흘러간 것 같다.“
Q. 찍었는데 편집에서 잘린 것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은?
▶류준열: “중간중간 바뀐 것은 알고 있었다. 마지막 장면이 수정이 된 것 같다. 택시 장면 전에 말이다. 이하늬 선배 장면이 최근에 들어간 것이다. 이안과 무륵의 마음, 저는 로맨스라고 찍었는데 그게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하하) 서로가 막연한, 애틋한 감정이 교차되어 들어가면 무륵이 현대로 돌아가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감독님이 그렇게 생각하고 넣은 모양이다.”
Q. 몸 쓰는 액션이 많았다.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무엇이었나.
▶류준열: “춤을 추라고 할 때 어려웠다. 막연하게 몸을 움직여야하는 것이라 뭘 해야 할지 몰랐다. 안무 같은 것을 보여줬는데 재밌을 것 같았다. 내 아이디어는 전혀 없다. (조)우진 선배가 다 짜주었다. 선배의 호흡에 따라 꾸역꾸역 따라하게 된 것이다.”
Q. 현장은 어땠는지. 최동훈 감독의 연출에 대해.
▶류준열: “감독님을 통해 배우 생활을 오래할 수 있는 자세를 배웠다. 집요해야 살아남는 것 같다. 감독님이 생각한 엔딩신은 모든 배역들이 한 자리에서 만나 세상을 구한다는 것이다. 각 캐릭터마다 사정이나 스토리, 개인사가 있다. 엔딩 장면 찍는 두어 달 모두가 자신이 나오는 장면이 없을 때도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각자의 분장을 하고서. 한 컷도 못 찍고 돌아갈 때도 있었다. 그렇게 자신의 장면을 기다리고 있는 것에 감동받았다. 이 영화 찍으면서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Q. CG로 구현되는 크로마키 연기는 어땠는지.
▶류준열: “블루스크린 앞에서 연기를 펼칠 때 크게 다른 점은 없다.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상상을 하는 것이다. 현장에는 많은 스태프들이 있다. 연기할 때 그들의 시선을 지우는 상상을 한다. 블루스크린 같은 배경이 중요하지는 않다. 다만 내 연기가 원하는 대로 나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다행히 결과가 좋게 나온 것 같다.”
Q. 무륵 연기를 하면서 든 생각이 있는지.
▶류준열: “무륵에게 중요한 것은 성장인 것 같다. 연기를 하면서 재능이 먼저일까, 노력이 먼저일까 생각이 들었다. 뭔가 기괴한 기, 에너지가 들어온 것은 타고난 재능이라고 할 수 있다. 자고 나니 생긴 것이니. 그걸로 얼치기 도사가 되어 재주도 부린다. 나중엔 달라지지만. 무언가 쉽게 얻었을 때는 ‘이건 재능이야’하고, 아무리 해도 안 될 때는 ‘난, 재능이 없나?’한다. 어떤 경우는 위로가 되고, 어떤 경우는 스스로에게 노력하라고 북돋울 수 있다. 무륵이 도술을 부리는 게 어느 순간 납득이 되는 지점이 있었다.”
Q. 김태리 배우와는 <리틀 포레스트>에 이어 다시 한 번 합을 맞췄다.
▶류준열: “그 때와 딱히 달라진 것은 없다. 김태리는 여전히 긴장 많이 하고, 나는 안하고, 서로 티격태격하고. 그래도 서로를 조금 더 챙겨주었다. 연차가 있으니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데뷔 초에 유지태 선배가 이런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다. ‘친구가 있으면 좋다. 같이 나눌 수 있는 배우나 동료가 있어야 이 일을 오래할 수 있다’는. 그 때는 잘 몰랐는데 아마도 김태리를 두고 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 작품을 하면서 같이 고민 나누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의미의 친구가 아닐까. 유지태 선배가 저를 아껴 주셔서 좋은 이야기 많이 해주셨다.”
Q. 이 영화를 위해 기계체조를 배웠다고 했는데.
▶류준열: “촬영이 끝남과 함께 시원하게 접었다. 몸에 무리가 가는 게 느껴졌고, 너무 딥하게 들어가니까 문제가 생기더라. 제가 부상이라도 당하면 프로덕션에 차질이 생긴다. 철이 드는 것 같다. 좀 더 생각하게 되고, 배려하게 된다. 생각도 많아지고. 옛날에 철이 없을 때는 ‘이거 이렇게 하면 돼’하고 쿨하게 보이려고도 했을 것이다. 그게 성취가 되기도 했다. 철이 들면서 고민이 많아진다.”
Q. 류준열이 연기하는 인물에는 웃음과 진지함이 있다. 어떤 식으로 캐릭터를 구상하는지.
▶류준열: “좋아하는 영화나 인물이 그렇다. 긴장 속에 가벼움이 있고, 가벼움 속에 무거움이 있는. 그래서 블랙코미디를 좋아한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캐릭터에 접근하려고 한다. 모두가 예상하는 전형적인 연기보다는 예상을 깨는, 전혀 새로운 것을 들고 나왔을 때의 신선함을 기대한다. 그런 연기가 영화와 어울릴 때 최고의 연기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벼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느 순간 다운되어 있고, 울적한 기분들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이랬나?’ 싶을 정도로.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도 이런 식으로 표현하고 싶다.” (울적할 때는?) “사색을 즐긴다. 멍 때리는 것이다. 요즘은 내 방 침대랑 벽 사이의 어중간한 공간에 엎드려 시간 보내는 것이 좋다.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책도 좀 읽고, 시간 보내다 보면 안정에 도움이 된다.”
Q. 2024년, 새해 목표나 계획은?
▶류준열: “어마어마한 작품이 나온다. <더 에잇 쇼>라고. 다음 것은 계속 검토하고 있다. 올해 한 해는 쉬지 않고 작품을 하려고 한다. 집요하게! 더 많이 발산하고 싶은 에너지가 있다. 새해에는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좋은 것들을 잃지 않고, 잘 지켜나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류준열과 함께 김태리, 김우빈, 이하늬,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 진선규 등이 출연하는 최동훈 감독의 어마어마한 영화 <외계+인>2부는 10일 개봉한다.
[사진=CJ EN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