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아카데미 트로피를 안긴 <레버넌트>나 안데스 산맥의 비극을 다룬 <얼라이브>처럼, 극한의 조난 상황에서 한 걸음씩 내딛는 '서바이벌 드라마'는 언제나 깊은 감동을 준다. 조 페나 감독의 <아틱>은 그 무대를 끝없는 하얀 눈이 덮인 북극으로 옮긴다. 강추위와 백곰의 습격이 도사리는 동토에서 오직 생존만을 향해 나아가는 한 남자의 고독한 투쟁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에는 출연자가 단 두 명뿐이며, 그중 대사를 하는 이는 주인공 오버가드 역의 매즈 미켈슨뿐이다. 추락한 경비행기에서 구조를 기다리며 눈밭에 거대한 'S.O.S'를 새기고, 얼음을 뚫어 낚시를 하며 버티는 그의 일상은 처절하다. 하지만 희망의 빛이었던 구조 헬기마저 눈보라 속에 추락하고, 의식을 잃은 또 다른 생존자(마리아 셀마 사라도티르)가 나타나면서 영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혼자 살아남을 것인가, 아니면 중상자를 이끌고 기약 없는 설산을 넘을 것인가라는 도덕적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것이다.
영화 전반부가 고립된 인간의 고요한 사투를 보여준다면, 후반부는 타인의 생명까지 짊어진 채 두 배, 세 배의 고통을 견뎌내는 인간 존엄의 사투를 펼친다. 제 한 몸 건사하기 힘든 상황에서 타인을 포기하지 않는 매즈 미켈슨의 선택은 관객의 숨을 멎게 한다. 브라질 출신의 조 페나 감독은 유튜브 채널 'MysteryGuitarMan'을 운영하던 비디오 아티스트답게, 한정된 공간과 인물만으로도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매즈 미켈슨의 얼굴에 새겨진 깊은 주름과 고독한 눈빛은 막막하고 암담한 북극의 풍경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아틱>은 단순히 살아남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으로서 남기 위해 무엇을 취해야 하는지를 묻는 묵직한 질문지다. 화려한 대사나 장치 없이도 인간의 강인한 의지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2019년 극장가에 도착한 가장 정직하고도 뜨거운 생존 기록이다. #800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