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금) 밤 12시 45분, KBS1TV <독립영화관>시간에는 아주 늦은 시간에 명상의 시간을 갖는 듯한 독특한 다큐멘터리 ‘시 읽는 시간’이 방송된다.
이수정 감독이 각본, 구성, 기획, 제작, 배급까지 모두 맡은 ‘시 읽는 시간’에서는 서울이라는 도시에 살고 있는 다섯 명의 사람들이 처음으로 자기 자신과 내면의 불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출판사를 그만둔 30대 여성, 해고자 신세가 된 노동자, 공황 장애를 앓은 50대 남자, 수입이 불안정한 일러스트레이터, 차별받는 여성으로서 고통을 시와 그림으로 표현하는 여성이 등장한다. 이들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자본주의 사회에 살아가면서 자신들이 받았던 상처와 비참, 불안과 초조를 가만가만 이야기한다. 각자 카메라 앞에 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들의 목소리는 마치 시를 읽는 것과 같다.
이들의 삶의 무게를 가늠하면서 곧 시 읽는 시간에 빠져든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시는 임경섭 시인의 ‘새들은 지하를 날지 않는다’와 ‘죄책감’, 심보선의 ‘오늘 나는’, 김남주의 ‘자유’, 이정하의 ‘지금’, 하마무의 ‘살아있는 쓰레기’, 그리고 임재춘 최문선의 ‘우리에겐 내일이 있다’이다.
각자 다른 처지이지만 이들을 누르는 삶의 무게와 세상의 불확실성은 천근만근일 것이다. 시는 그런 고통의 심연에서 만나는 절실한 기도인 셈이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