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보이’와 ‘아가씨’의 박찬욱 감독이 만든 영드(영국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원제:Little drummer girl)이 곧 국내에 공개된다. 세계적 스릴러 작가 존 르 카레(John le Carré) 원작소설을 극화한 ‘리틀 드러머 걸’은 작년 10월 영국 BBC와, 11월에는 미국 AMC네트워크를 통해 방송되었다. 한국에서는 29일부터 동영상 플랫폼인 왓차플레이를 통해 ‘감독판’이 방송될 예정이다.
20일 오후,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박찬욱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전체 6부 가운데 1부와 2부만이 상영되었다. '리틀 드러머 걸'은 1979년 이스라엘 정보국에 의해 스파이가 되는 여배우 찰리와 그녀를 둘러싼 비밀요원들의 숨 막히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스릴러이다. 무명 연극배우에서 한순간에 첩보전의 중심에 선 찰리는 플로렌스 퓨, 정체를 숨긴 채 그녀에게 접근한 비밀요원 가디 베커는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그리고 모든 비밀작전을 기획 지휘하는 마틴 쿠르츠는 마이클 섀넌이 연기한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 박찬욱 감독과의 간담회가 진행되었다.
“안녕하세요. 방송인 박찬욱입니다.”고 반갑게 인사를 한 박찬욱 감독은 ‘리틀 드러머 걸’ 작품에 대한 뒷이야기를 풍성하게 털어놓았다.
박찬욱 감독은 존 르 카레의 소설에 대해 “원작이 꽤 두껍다. 그걸 한 편의 영화 분량으로는 줄이려면 원작이 크게 훼손될 것 같았다. 그래서 애초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를 생각했다. 6부작이 아니라 10부작으로 찍어야할 만큼”이며, ”첩보 스릴러지만 동시에 로맨스 이야기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저를 매료시킨 그런 요소가 다른 것에 묻혀 희석되지 않도록 주의했다.”고 밝혔다.
영국/미국에서 방송된 버전과 이번 감독판의 차이에 대해서도 직접 밝혔다. ”감독 입장에서 방송사와 견해가 다른 점이 있었다. BBC의 경우는 폭력묘사에 대해 엄격했고, 미국 AMC는 노출과 욕설에 대해 엄격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걸 알고 찍었다. 방송판에서는 그런 것을 염두에 두어야했지만 감독판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좋았다.“며 “(방송버전과 감독버전은) 거의 같은 게 없다고 볼만큼 디테일이 다르다. 편집이 다른 점도 있고, 테이크가 다른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원작은 1970년대 말, 유럽에서 펼쳐진 극좌파 테러와 그를 분쇄하기 위한 이스라엘 측의 첩보전을 다룬다. 이런 이야기가 지금의 한국관객에게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박 감독은 ”문학이나 영화의 좋은 점은 우리가 몰랐던 세계를 알게 해 준다는 것이다. 전혀 관심도 없었고, 몰랐던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드라마를 본 시청자도 그런 기회가 갖게 되기를 바란다“며, ”우리나라가 분단, 냉전, 대결, 전쟁, 위험 등 여러 일을 겪고 있는데 세계 다른 나라 사람들이 아무도 관심이 없다면 얼마나 외롭겠냐. 그런 것처럼 우리한테서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수십 년 동안 계속 되풀이되는 폭력의 악순환 속에서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 관심 갖고 지켜볼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리틀 드러머 걸’은 국내 동영상플랫폼인 왓차플레이를 통해 전편이 동시에 공개된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한꺼번에 공개되니까 원하는 사람이 한 번에 볼 수 있는 게 좋다. 요즘에는 시리즈 드라마를 주말에 몰아서 보는 시청방식이 많아졌다. 만드는 사람으로서는 그게 더 좋은 방식이다”고 덧붙였다.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은 29일(금) 왓챠플레이를 통해 6편 전편이 공개된다. 한편 채널A에서는 ‘국내방송버전’이 29일부터 금요일 밤 11시에 6주간 방송될 예정이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