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이 저물고 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이다. KBS 1TV <독립영화관>에서는 시의적절하게, 연말 분위기에 딱 맞는 두 편의 독립영화를 준비했다. <크리스마스가 따뜻한 이유는 말이죠>(최우진 감독,2021)와 <더더더>(정해일 감독,2022)이다. 두 편 다 재밌다!
정해일 감독의 <더더더>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일찍 퇴근은 시켜주지는 못할망정 ‘야근’상황에 놓인 대리의 이야기이다. 주영(박예영)은 급하게 연말보고서를 끝내고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거리엔 휘황찬란한 크리스마스트리 조명과 한껏 즐거운 사람들로 들끓는다. 그런데, 팀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왜 2017년 자료는 빠졌어?” 주영은 어쩔 수 없이, 그 길로 차를 유턴하여 다시 직장으로 향한다. 자정 전까진 끝마치기 위해. 그런데, 음주단속 중이다. 가글 하다가 그만 꿀꺽 삼켰고, 주유소에서 기름이 옷에 묻었다. 깐깐하기 그지없는 경찰은 알짜 없이 음주를 의식한다. 그런데 측정기가 고장 났단다. 이제 주영은 새로운 측정기가 도착되기까지 찬바람 부는 도로 위에서, 이 세상 가장 황당하고도 지루한, 길고 긴 밤을 견뎌내야 한다. 팀장의 독촉전화와 고지식한 경찰의 감시 하에!
영화 <더더더>는 ‘점입가경’(漸入佳境)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에 빠져버린 불쌍한 직장인의 모습을 그린다. 도대체 ‘2017년 정산자료라니!’ 그건 내가 담당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도와줄 직장 동료도 없고, 국가마저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공권력은 융통성이 ‘1’도 없이 구석으로 몰아넣기만 한다. 상황은 악화된다. 대리기사가 포기하고 가버린 차량에선 또 다른 연말 음주人이 있고, 술 취한 취객은 인사불성으로 경찰차에 토한다. 주영은 분노하고, 난감하고, 절망하고, 포기하기 시작한다. 과연 ‘크리스마스(근처)의 악몽’은 이렇게 끝날까.
정해일 감독의 <더더더>는 29분의 짧은 소극을 통해 크리스마스의 활기와 기대, 일말의 로망스를 분노의 드라마로 바꾸며, 시청자의 혈압을 높인다. 박예영은 악전고투하는 주영을 애처롭게 연기하고, 경찰 박종환과 문동혁은 대책 없이 ‘음주단속’을 이어간다. 그 와중에 류아벨과 기주봉은 ‘사람 사는 세상이 다 그렇고, 연말 분위기가 저러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023년이 떠나간다. 2017년 보고서는 모르겠지만 올 한해 마감 잘 하시고, 독립영화에 대한 애정은 끝까지 안고 가시길. KBS 1TV '성탄기획 독립영화관'은 오늘(22일) 밤 12시 30분에 방송된다.
▷더더더 ▷감독:정해일 ▷출연: 박예영, 박종환, 문동혁, 류아벨, 황지석, 주기봉 ▷2022년 27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상영 ▷2022년/2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