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임시완을 K팝 아이돌가수로 인식하는 사람보다는 연기 잘하는 배우로 보는 사람이 많은 듯하다. 올해 넷플릭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를 시작으로, 영화 <달짝지근해:7510> 특별출연, 그리고 <1947 보스톤>에서 실존인물 서윤복을 연기하며 연기활동에 박차를 가하는 임시완은 지난 달 쿠팡플레이 <소년시대>에서 또 한 번 놀라운 연기변신을 보여준다. 앞으로 넷플릭스 <오징어게임2>에도 출연하는 임시완을 만나 천당과 지옥을 오간, 충청도 농고생의 삶에 대해 들어보았다.
“멋있는 척 하지 않아도, 저의 부족한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어서 굉장히 만족한다. 실제 제 모습과 가까운 병태를 응원해 준다면 실제 제 삶도 응원해 주시는 것일 수도 있으니 반가운 작품이었다.”고 <소년시대>를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Q. 일단 충청도 사투리는 어떻게 준비했는지. (임시완은 부산출신이다!)
▶임시완: “토박이 분들은 네이티브가 아닌 것을 알 것이다. 출연을 결정하고 3개월 정도 일대일 개인레슨을 받았다. 촬영하면서도 계속 교정 받으며 충청도 바이브로 서둘러 패치하려고 노력했다. 워낙 좋은 대사가 많아 영감이 많이 떠올랐다. ’오지랖이 김해평야여~‘ 이 대사 앞에 ’구황작물이여, 뭘 자꾸 캐물어?‘식으로 대사를 넣어보았다. 뭔가 충청도의 정서를 녹여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
Q. 충청도에 어학연수를 갔다는데.
▶임시완: “한창 사투리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어학연수처럼 1박 2일로 충청도 갔었다. 자신감이 생겨 실전에 써먹어봐야지 생각했다. 식당에 가서 일부러 말을 길게 늘이면서며 이야기를 붙여보았다. 이런저런 대화를 유도하며 나름대로 충청도 사투리를 많이 썼다. 이렇게 충청도말을 잘 하나 뿌듯했다. 그런데 계산하는데 사장님이 ‘서울사람이에유?’하는 것이었다. 술이 확 깨는 느낌이었다.”(하하)
Q. 코미디 연기는 처음인 것 같다. 부담은 없었는지.
▶임시완:“코미디는 처음인데. 부담이 컸다. 임시완 자체가 웃긴 사람이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그래서 코미디 작품에 접근할 때 철저히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Q. 고등학생 연기를 한다는 것은 어땠나. 제목부터 ‘소년시대’인데.
▶임시완: “처음 들어갈 때 제목은 ‘와호장룡’이었다. 제목에서 풍기는 어떤 병맛의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재밌을 것 같았다. 초고임에도 술술 읽혔다. 거의 완성된 작품처럼 정성이 느껴졌다. 이렇게 정성껏 웃기는 대본이라면, 배우라면 이런 대본을 찾는 게 사명일 것이다. 그래서 극에서 고등학생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요즘은 워낙 의학기술이 발달해 앤티에이징에 신경을 많이 쓰지만 저 시절엔 그러지 않았다. 제가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면도 있지만 예전에는 노안도 흔한 일이었던 것 같다. 제가 그 시절로 돌아가서 고등학생 역할을 맡는다고 해도 크게 이질적으로 보이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Q. 짧게나마 가짜 ‘아산백호’로 학교의 짱이 되어본 소감은?
▶임시완: “‘짱’이었던 게 더 부담스러웠다. ‘찌질이’(지질이)일 때는 내 몸에 맞는, 자연스러운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속편한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짱’일 때는 과하게 작은 슈트를 입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찌질이가 되었을 때 해방감조차 느낄 수 있었다.”
Q. 임시완 배우는 카리스마 있는 역할도 했었고, 액션도 펼쳤었다. 그런데, 찌질한 정서가 더 맞는다는 것인가.
▶임시완: “액션을 연기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런 무드는 정서에서 나온다. 저는 그런 우두머리의 아우라보다는 병맛쪽에 훨씬 더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멋있는 척 하는 게 제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역할을 한다면 그 정서에 접근하려고 하겠지만 전 확실히 찌질한 것이 편하다. 그래서 별 고민 없이 툭툭 던져도 감독님은 ‘그걸 어떻게 생각한 거야. 병태 넌 진짜 천재다'고 하셨다. 나의 DNA에는 그런 찌질함이 흐르는 것 같다.”
Q. 병태를 연기하면서, 이야기를 보탠 지점이 있는지.
▶임시완: “일단 폭력은 용납이 안 된다. 그 말부터 하고.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꼭 그런 사람이 있다. ‘굳이 저런 말을 안 해도 될 텐데. 가만있어도 반은 갈 텐데’하는 사람. 병태가 그런 사람이다. 굳이 말을 해서 매를 버는 것 같다. 그런 모습을 많이 보여주면 시청자들도 병태가 맞을 때 불편한 마음을 덜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화장실에서 맞는 신에서 ‘때리지 마. 폭력은 나쁜 거다’고 말하며 끝내도 될 것을 ‘그게 아니고, 니가 발음 이상하게 했잖어.’를 덧붙였다. 대본을 보며 어떤 의도를 증폭시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계속 ‘찌질함’을 언급하는데, 병태 캐릭터와 정서적으로 맞닿은 지점이 있는지.
▶임시완: “‘찌질함’의 법칙이 있다면 우선은, 생각나면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것이다. ‘이거 하고 싶은데, 이거 먹고 싶은데’ 식으로 그런 것에서 태가 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때 장황하게 설명한다는 것이다.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먹고 싶다’고 하면 되는데 그렇게만 말하지 않는다.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면, ‘내가 지금 추운데, 추울 때 아이스크림이 들어간다면, 어, 그 뭐라지 이열~치열 같은 것. 그 비슷한 느낌으로 먹을 때, 아주 좋을 것 같아. 아, 안 먹어도 되는데. 그런데 또 먹으면 특별한 맛이 날 텐데...’식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그게 저와 비슷하게 맞닿은 것 같다. 저도 장황하게 설명하는 타입니다. 바로 지금 느낌!” (하하하)
Q. 장안의 화제가 된 ‘기역니은춤’은 어떻게 준비한 것인가. 원래 그 노래였는지.
▶임시완: “원래부터 박남정 선배의 노래였다. 춤은 효진초이에게 배웠다. 팬미팅 때문에 춤을 배우 인연이 있었다. 이번 작품에서 춤을 추어야하는데 혼자서는 못하겠더라. 그냥 춤이 아니라 ‘킹받고 찌질함도 묻어있어야 했다. 독학으로 절대 할 수 없었다. 박남정 선배의 영상을 여러 개 봤는데 따라 하기가 쉽지 않았다. 프리스타일로 추는 것이어서 매번 달랐다. 발 스탭과 아이솔레이션이 엄청 좋았다. 발재간을 많이 보여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병태가 쓸데없이 잘하니. 촬영장은 가수 무대도 아니고, 음악이 잘 깔려있는 것도 아니었다. 음악소리를 작게 하고 찍어야하니 현장에서는 쑥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Q. 그동안 작품을 통해 각기 다른, 다양한 모습의 얼굴을 선보이고 있다. 작품을 고를 때 의도하는 것이 있는지.
▶임시완: “그것은 본능적인 것 같다. 배우로서 이미지가 고착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 같다. 웬만하면 비슷한 결의 작품을 피하는 것 같다. 이런 것 했으면 다음에 저런 걸 해 보고 싶다. 그런 식으로 선택한 것 같다.” (스펙트럼이 넓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겠다) “그런 말을 듣는 것은 아마 제 속에 이런저런 모습이 다 있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난 어떤 집단에서도 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아니었다. 저의 색깔이 확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회색분자, 혹은 무채색에 가까웠다.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색깔에 맞추는 저 자신을 보며 놀라기도 한다. 진지한 사람을 만나면 진지해지고, 까불거리는 사람과 있으면 나도 까불거리고, 그러다 지적인 사람과 이야기하면 그런 이미지를 풍기려고 따라하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그것이 연기자가 되어서도 한쪽으로 캐릭터를 확 잡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연기가 어렵다거나 큰 도전은 아니었던 것 같다.”
Q. 실제 학창 시절은 어땠는지.
▶임시완: “학교 다닐 때 계속 반장, 부반장, 회장, 부회장을 했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그런 것에 대해 별 생각은 없었다. 선거 때가 되면 준비해서 나섰고, 친구들이 좋게 받아들였는지 그런 자리를 했었다. 그때는 큰 생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나의 ‘찐따미’가 그런 감투에 가려져서 친구들이 덜 보지 않았을까. (잘 아는 친구들의 반응은 어땠나?) “정말 친한 친구들이라면 저의 이런저런 모습을 다 보았기에 내가 연기하는 것에 대해 잘 이해할 것이다.”
Q. 마라톤은 계속 하는지. 어떤 운동 하는지.
▶임시완: “연기를 하려면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골격이 좋지 않다. 마르고 볼품없었다. 운동을 안 하면 태가 안 산다. 운동을 하니 바른 자세가 된 것 같다. 구부정한 어깨도 바로 잡히는 것 같다. 직업 때문에 내가 환골탈태한 것 같다. 마라톤도 하고, 지금은 복싱을 한다. 작품 때문이 아니라 완전 취미로.”
Q. 코미디의 매력이라면
▶임시완: “드라마를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인생에는 위트가 있어야한다. 중간중간 코믹한 요소가 있어야 사람의 말에 힘이 실리더라. 마냥 ‘진지진지한’ 이야기만 하는 것보다 한 번씩 툭툭 던지는 개그가 자신이 하려고 하는 말을 더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드라마나 영화를 할 때 그런 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코미디가 어려운 것 같다.” (인터뷰하는 지금은?) “이런 분위기는 직감할 수 있다. 기대치를 알기에 섣불리 (개그) 시도를 하지 않는다.”
Q. 요즘 위스키 전도사가 된 것 같다.
▶임시완: “요즘 젊은 분들이 위스키를 좋아하는 것은 자연스레 흘러가는 문화라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술은 과시의 욕구가 더 컸던 것 같다. 주도라고 하나. 건강하게 마시기 바란다. 본인이 마시고 싶은 술을, 본인의 양에 맞게. 운동처럼 말이다. 위스키는 너무 맛있다. 완성형의 맛이라고나 할까.”
임시완의 찌질한 모습, 그러면서 확고한 신념을 가진 배우의 모습을 보려면 쿠팡플레이 <소년시대>를 보시길. 지난 11월 24일 1,2화 공개를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 웃기던 <소년시대>는 내일(22일) 최종회가 방송된다.
[사진=쿠팡플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