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수 감독의 로맨스 코미디 <싱글 인 러브>의 최고의 대사는 영화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현진(임수정)의 대사이다. 출판사 편집장 현진은 원고의 오자를 지적한다. “두 번씩이나 봤는데..”라는 말에 “혼자서 두 번 하지 말고, 둘이서 한 번 해.”라고 정답을 말한다. 영화는 둘이 각자 시행착오 겪지 말고, 웬만하면 한 번에 해결하라는 말을 전한다.
영호(이동욱)는 인기 학원강사이자 틈틈이 사진 한 컷과 센스 있는 짧은 글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인스타 인플루언서이다. 출판사로서는 매력적인 작가인 셈. 여자가 쓴 <싱글 인 바르셀로나>와 남자가 쓴 <싱글 인 서울>이란 책을 기획한다. 그 기획서 출판을 현진(임수정)이 맡게 된다. 책 한 권을 완성시키기 위한 저자와 편집인의 줄다리기와 에세이를 쓰다가 떠올린 과거의 찬란한 연애담과 속쓰린 차임의 기억들이 속속 드러난다. 과연 책은 나올 수 있을까. 그리고 사랑의 작대기는 관객들의 예상대로 이어질까 알면서 보는, 보면서 응원하는 로코의 정석이다.
영화는 ‘저자’ 영호와 ‘편집자’ 현진, 그리고 또 한 사람의 저자 ‘홍작가’(이솜)가 원고지를 채우며, 부대끼며 연애로 접어들고, 그와 함께 책갈피에 끼워둔 채 잊어버린 과거를 떠올린다. 영화는 그런 재조립 과정에서 삐져나오는 과거의 아련함이 전해주는 의외의 재미가 있다. 과연 국문학도 영호는 <상실의 시대>를 읽었을까, 아니면 망가(20세기소년)를 침 묻히며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을까. 아마도 의도적인 기억의 왜곡일 것이다. 오랫동안 마음은 아팠을지라도 지금은 속이 편해졌을 것이다. <냉정과 열정사이>의 감성이 엿보이는 이 영화는 <금성에서 온 남자, 화성에서 온 여자>만큼의 간극은 없다. 그것이 로코의 진짜 정석이다.
영화는 서울시가 협찬해주었다고 해도 믿을 만큼 서울의 아름다운 풍광이 등장하고, 파주의 출판사 팔을 걷어붙이고 협조해주었을 것 같은 그들의 세상이 펼쳐진다. ‘금성’과 ‘화성’ 사이는 아니더라도, ‘바르셀로나’와 ‘서울’ 사이의 남과 여의 이야기는 관객의 연애감정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할 듯하다. 글 쓰는 사람입장에서는 ‘최소한의 독자’가 ‘최고의 독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영화이다.
이동욱, 임수정의 완벽한 로코 연기와 장인의 수준에 도달한 이솜의 도도함, 그리고 타이밍 딱 맞춰 치고 들어오는 장현성, 김지영과 이미도, 지이수, 이상이의 활약이 이 영화를 완벽한 <로코학개론>으로 완성시킨다. <접속>과 <건축학개론>의 명필름의 진짜 실력이 드러나는 작품이라 아니할 수 없다. 참, 명필름은 파주에 있다. 근사한 아트센터와 함께 말이다.
▶싱글 인 서울 ▶감독:박범수 ▶출연:이동욱 임수정 이솜 장현성 김지영 이미도 지이수 이상이 ▶개봉:2023년11월29일/ 103분/12세이상관람가 ▶배급: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