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방송되는 KBS 1TV <독립영화관>에서는 꽤 묵직한 이야기를 던져놓는다. 신동석 감독의 2017년도 작품 <살아남은 아이>이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아마 극중 인물의 감정에 휘둘리게 될지 모른다. “나라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하다가,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지.” 하는 말이 절로 나올지 모른다.
성철(최무성)은 작은 인테리어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중년남자이다. 묵묵히 낡은 집을 꼼꼼히 살펴본다. 새로 도배하고 전기작업을 할 준비를 한다. 아내 미숙(김여진)은 여전히 우울한 낯빛이다. 이들 부부의 사연이 조금씩 드러난다. 하나뿐인 아들이 물놀이 갔다가 죽은 것이다. 친구를 하나 구하고 물에 빠져죽었단다. 성철은 아들을 조금이라도 기리기 위해 의사자 신청을 한다. 아내는 그게 무슨 소용이 있냐는 심정이다.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의 목숨을 던지고 구했다는 친구 기현(성유빈) 찾아간다. 기현은 어렵게 혼자 살고 있다. 학교도 그만두고 치킨집 배달 일을 하고 있었다. 성철은 아들 생각이 나서 기현에게 도배일이라도 배우라며 애틋한 마음의 손길을 내민다. 미숙은 처음엔 “저 아이만 아니었다면 내 아들이...”라고 반감을 품지만 점점 마음의 문을 연다. 그런데, 이내 사건의 진상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아들의 죽음에 얽힌. 이제 성철과 미숙은 마지막 결단을 준비한다.
영화는 가까운 사람, 가족의 죽음이 가져오는 어두운 그림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랑스런 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죽다니. 그나마 좋은 일 하다 죽었다니 다행인가. 하지만 부모의 마음은 억장이 무너질 것이다. 아버지는 아버지의 방식으로, 어머니는 어머니의 방식으로 아들을 잃은 빈 공간을 채우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다음 이야기는 그 아들이 구했다는 친구의 이야기로 건너간다. ‘아들의 심장’을 이식받은 ‘타인’에게 느낄 만한 어떤 놀라운 끌림의 감정을 느꼈을지 모른다. 아들에게 쏟은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살아생전 못 다한 정을 나눠주고 싶은지 모른다. 하지만, 감독은 그런 가볍지만은 않은 감정의 기복 끝에 정말 폭탄을 던져놓는다. 관객들은 성철이 기현의 집과, 경찰서, 저수지를 오가면 느꼈을 배신감과 절망감에 함께 미쳐버릴지 모른다.
“의사자에게 보상금이 얼마나 나오죠?‘ 같은 형편없는 관음증과 ”증거 있어?“ 같은 뻔뻔스런 세상 사람들의 민낯을 보는 순간 그들의 심정은 어떨까. 이 세상 모든 부모처럼, 아니 사랑하는 가족을 빼앗긴 모든 사람의 심정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이정향 감독의 <오늘>처럼, 누군가를 품격 있게 보내고, 우아하게 기억하고, 소중하게 살아가는 것은 힘든 일이다. 감히 누구를 애도하고, 용서하고, 잊어버리라고 말하기엔 그들의 고통과 슬픔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결국, 가해자가 진심으로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야할 것이다. 그게 남은 사람에 대한 예의인 것이다. 오늘밤 12시 45분.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