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이 흥행배우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류승룡은 지난 달 꽤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류승룡은 설 연휴 극장가를 완전장악하며 1000만 관객을 가뿐히 돌파한 코미디 <극한직업>과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비 <킹덤>에 나란히 출연했기 때문이다. 드라마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와 영화 ‘터널’의 김성훈 감독이 만든 <킹덤>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좀비물이다. 류승룡은 ‘좀비’가 아니다. ‘좀비’가 된 왕을 궁에 감금하고는 최고의 권력은 행사하는 영의정을 연기한다. 설 연휴 직전 류승룡을 만나 넷플릭스 <킹덤>과 <극한직업>의 왕갈비통닭에 대해 물어보았다.
● <킹덤>의 인기를 느끼는가.
“관계자들 말로는 해외반응이 정말 뜨겁다고 하더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넷플릭스 행사에서도 기대 이상의 반응이었다.”
● ‘킹덤’은 어떤 작품인가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욕망이란 게 있다. 권력에 대한 욕망일 수도 있고, 배고픔에 대한 욕망일 수도 있다. <킹덤>을 통해서는 좀비보다 더 무서운 사람의 본성을 보여준다. 킹덤에는 점점 괴물로 변해가는 인간의 이야기가 있다. 가장 한국적이고 아름다운 것이 해외에도 통하는 모양이다.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이야기에 서양의 좀비를 접목시킨 게 해외 영화 팬에게도 잘 전달된 것 같다.”
● 극장에서는 ‘극한직업’이, 안방에선 ‘킹덤’이 화제다
“함께 고생한 분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다. ‘킹덤’과 ‘극한직업’에서 상반된 캐릭터를 보여주었는데, 같은 시기에 공개되어 걱정이 조금 되기도 했다. 시대도 다르고, 캐릭터도 다르고, 결도 다르다. ‘극한직업’에는 중독성 강한 대사가 있다. 아마 같이 본다면 매칭이 안 될 수도 있으니 코믹한 부분은 배제하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
● 김은희 작가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느낌은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는 어려웠다. 두 번 정도 정독해서 읽었다. 이 작품은 스릴러다. 김은희 작가는 복선을 깔아두고 뒤에 가서 회수하는데 수완을 보인다. 제가 이해력이 짧아 대본을 거듭 넘겨보고 그랬다. 5부 보다가 앞에 다시 펼쳐 보는 식이었다.”
● 김은희 작가랑은 원래 알고 있었나.
“이전에 함께 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스케줄이 안 맞아 무산된 적이 있다. 작가님은 개인적으로 몰랐다. 사석에서는 얼굴도 몰랐다.”
그러면서 류승룡 배우는 김은희 작가와의 첫 만남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예전에 김은희 작가를 전혀 모를 때였다. 영화 뒤풀이 때 처음 보았다. 그날 배우들이 끊임없이 그 분 주위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더라. 나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알기로는 그 가수의 인기가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생각했었다. 지금은 그때 이야기를 하며 일부러 그 가수 노래도 부른다.”
● ‘킹덤’에서의 자신의 역할에 대해
“궁 안의 분위기라는 것이 있잖은가. 대대로 내려온 정치권력 싸움. 역사를 보면 왕왕 있어왔던 일이다. 잘못된 방법으로 권력을 잡으려는, 세상을 평정하려는 야욕에 물든 사람. 조학주가 그런 인물이다. 그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이 하는 행동이 옳다고 할 것이지만 위험한 것이다. 이 점에 대해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허균이 꿈꿨던 세상이 있잖은가. 세상이 그렇게 변하지 않는다면, 폭정만 일삼는 왕을 보게 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아마도 점점 괴물로 변했을 것이다. 변할 수밖에 없는 전사(前史)를 생각해 보았다.”
류승룡은 조학주의 카리스마, 점점 괴물로 변해가는 모습을 연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인다.
“이 인물은 내지르는 게 아니다. 눈빛과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공기 그 자체가, 그 답답함을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만든 것은 역시 감독님과 카메라, 조명의 힘이 컸다.”
● 딸이자 중전 계비, 김혜준
“감독님께서 누누이 말한 게 성장하는 중전의 모습이다. 점점 괴물이 되어가는 아버지 조학주를 따라하는 모습이다. 김혜준 배우는 ‘시즌2’에서는 포텐이 터질 것 같다. 기대가 크다. 아무튼 같이 카메라 앞에 선 동료배우로서 더 고민하고 ‘시즌2’의 시나리오를 받았다.”
● 시즌2 시나리오를 받아보니 어떤가.
“우선 든 생각은 기분 좋게 수확한다는 느낌이다. 아. 이래서 그랬구나 하는, 해답을 얻는 것 같다. 농사를 지을 때도 여러 과정이 있다. <킹덤>의 대본도 그렇다. ‘시즌1’에서는 이야기를 풀면서도 여러 정보,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었다면 ‘시즌 2’는 속도감이 있다. 속도감이 너무 빨라 ‘어떻게 하려고. 이렇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에피소드가 진행되면서 계속 그런 식이다. 깜짝 놀란다.”
● 김은희 작가는 ‘시즌3’도 이야기한다.
“유후~. 시즌1과 2과 잘 되면 계속 이야기가 진행될 것이다. 3년 전 이야기가 펼쳐질 수도 있고, 갑자기 현대로 올 수도 있겠죠.” (하하하!)
● 혹시 촬영한 분량 중에 ‘시즌1’에 안 나온 장면이 있는가?
“정말 없다. 할리우드 방식이 그런 모양이다. 거의 콘티대로, 누수 없이 찍은대로 진행했다. 찍은 것이 거의 다 나온 것 같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정교하게, 설계한대로 나왔다.”
● 이전엔 TV드라마에도 출연했는데, 요즘은 왜 영화만 하나.
“드라마는 순발력의 문제인 것 같다. 연극을 할 때는 한 작품을 3개월 동안 똑같이 한다. 그러다가 드라마 현장을 보니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존경스럽다. 찍기 직전에 대본이 나오기도 하고. 저는 그런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다. 감독과 대화도 나누고 그래야 하는 스타일이다.”
한 기자가 “그래도 김은희...” 라고 하자, 대번에 “당연히 해야죠. 김은희 작가라면!”
● 최근 출연한 영화가 흥행에 부진하다가 코믹극 ‘극한직업’으로 부활했다
“새로운 소재,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도전이었다. 배고픔, 허기랄까. 그런데 ‘극한직업’은 완전히 새롭다기보다는 많이 보아온 마약, 조폭, 형사 이런 이야기를 갖고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색다른 코미디가 나온 것 같다. 관객 분들이 좋아해 주시니 다행이다 생각한다.”
● 조학주 대감은 한양의 궁에, 배두나는 동래 지율헌에 있었다.
“촬영장에서 배두나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리딩할 때는 봤지만. (넷플릭스는) 철저하게 배우들이 편집본을 보는 것을 제한하더라. 익숙해지니 너무 편했다. 우리 배우들도 편집본을 못 봤다. 싱가포르에서 행사할 때 그때 처음 봤다. 예고편도.”
“보안이 왜 그리 철저할까. 아마 아이템의 노출, 이런 걸 꺼렸던 것 같다. 하지만 공개된 후 다른 배우들 분량을 보니 너무 재미있었다. 이렇구나! 저희들도 같은 시청자입장이다.”
● ‘킹덤2’ 촬영은?
(2월) 8일 리딩을 갖고 고사를 지낸다. 11일 첫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제 궁에서 나와 바람도 좀 쐬야지. 근데 미세먼지 때문에. 6월까지 찍을 예정이다.
- 시즌이 계속되면 배우들 스케줄 조정하기가 어려워질 것 같다.
“또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감독님도 바뀌고 그러는데. 다른 방법이 있겠죠.”
- 김은희 작가는 ‘시즌10’까지 가능하다고 하던데. “유후~.그럼 고용보장인 셈!”
이날 이야기를 하다가 ‘비원’ 장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조학주 대감이 시신을 수장시키는 곳이다. 단풍이 곱게 물든 비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괴기스런 장면이다.
“그 장면에 대해 외국사람들이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다른 장면도 그랬지만 한국이 아름답다는 반응이 많았다. 동남아 쪽은 가을이 없잖은가. 호수에 단풍이 들고, 안개 속에 작은 배가 나타나더니 희생물을 수장시킨다. 가장 ‘킹덤’스러운 장면 같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장면, 고요한 정서. 그런데 그 내면에 깔린 무서움.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인간 내면의 어두움이다. 김은희 작가가 잘 표현했다.”며, “그 장면은 창덕궁과 경희대학교 호수, 그리고, 수조 세트에서 찍었다.”고 한다.
● 향후 계획은?
“‘시즌2’에만 집중하려고 합니다.”
류승룡과 함께 주지훈, 배두나, 김상호, 허준호, 김성규, 전석호, 김혜준, 진선규 등이 출연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무비 ‘킹덤’은 지난 달 25일, 전 세계 190개 나라 넷플릭스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었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