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KBS 1TV <독립영화관>시간에는 허지예 감독의 <졸업>이 영화팬을 찾는다. 졸업시즌에, 취준생에게, 청춘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독립영화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한껏 정장을 차려입고, 굽 높은 구두를 신은 해랑이 모습을 보여준다. 오늘은 대학 졸업사진을 찍는 날. 캠퍼스에서 예쁜 표정으로 마지막 청춘의 한 컷을 남기고는 졸업동기들과 호프에서 맥주를 마신다. 졸업은 하지만 다들 우울하다. 앞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말이다. 어려서부터 엄마와 둘이 살아온 해랑은 아직 한 학기가 남아 있다. 그런데 엄마는 직장을 그만 두시고 고향으로 간단다. 갑작스럽게 '독립'하게된 해랑은 나름 열심히, 밝은 미래를 그린다. 커피숍 아르바이트도 하고, 전공을 살려 촬영장 세트 알바로 하고. 공무원을 준비한다는 친구 은아와 새로운 집도 구한다. 세상은 녹록치 않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힘들다. 해랑은 고향에 내려간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그날따라 엄마에게 하소연을 하고, 맘껏 울고 싶었는지 모른다. ‘졸업’을 하면, 뭘 하지?
중앙대 영화학과 출신의 허지예 감독은 단편 <새빨간>(16)을 연출하고, <파란불이 들어오면>(17)으로 2회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인 향유고래상을 받았단다. <졸업>은 허지예 감독의 첫 장편연출작이다. 직접 각본을 썼다. 자료에는 배급도 맡았단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노래의 가사도 직접 썼다. ‘Day Dreamer'란 노래이다. 본 영화를 다 보셨다면 이 노랫말도 음미해 볼만하다. 해랑 역을 맡은 이태경의 진짜 대학졸업생 같은 리얼함이 매력적이다. 그런 친구 곁에 항상 있음직한 룸메이트 은아 역의 김소라 연기도 생동감이 난다. 낯선 배우들의 풋풋한 연기가 영화의 매력을 십분 살린다.
나라 경제가 어려워지고, 사는 게 팍팍해지는 요즘, 대학 졸업생들의 심정은 오죽 하랴. 극중에서 해랑은 ‘프로덕션 디자인’을 전공한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을 것이고, 언젠가부터 무대 디자인에 뜻을 두었으리라. 엄마가 집을 내놓았다는 그날 사소한 말싸움 끝에 던진 모진 말도 언젠가는 이해가 되리라. 지도교수도 지극히 현실적인 말을 내던진다. 현장에 먼저 나간 선배의 충고도 자신이 꿈꾸는 ‘그런 미래’가 마냥 밝은 것은 아니란 것을 일러준다. 그래도 해랑은 엄마와 전화하고, 친구와 수다 떨고, 커피 한 잔을 내리면서 미래를 더 밝게 그릴 것 같다.
영화 끝난 뒤 흘러나오는 노랫말에 공감하는 청춘들이 많을 것 같다.
“............내 하루 중 가장 짧은 휴식이야/ 꿈은 꾸지 못 했어/ 잠깐의 낮잠동안 아무것도 보지 못 했어/ 눈을 뜨면 아침일 거야/ 내 꿈들은 아마 무사할거야......”
졸업생이여, 취준생이여, 공시생이여. 힘내세요. KBS독립영화관이 전하는 막간 힐링독립영화 <졸업>은 8일 밤 12시 45분 KBS 1TV에서 방송된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