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최고 연기파 배우 이병헌과 이름이 같은 영화감독 ‘이병헌’은 (상업영화) 데뷔작 <스물>과 두 번째 작품 <바람 바람 바람> 때에도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펼쳐야했다. 어쩔 수 없는, 후발주자(?)의 핸디캡이리라. 그의 세 번째 작품 <극한직업>을 계기로 조금은 나아지겠지. 영화 <극한직업>은 맛깔나는 말맛(대사 톤)을 잘 살린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이병헌 감독이 작심하고 코믹하게 시나리오를 완성시킨 작품이다. 근데, 이상하게 말맛보다는 닭맛이 더 궁금해진다.
마포경찰서 마약반 형사들은 지금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마약전달 중간책 체포작전에서 엄청난 허점을 노출하며 서장(김의성)으로부터 “너네들 자꾸 이러면 해체시키겠어!”라는 최후통첩을 받은 상태. 게다가 강력반은 승승장구 중이다. 마약반 반장 류승룡과 이하늬, 이동휘, 진선규, 공명은 이제 목숨 걸고 마약조직 넘버원을 잡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한다. 그놈들 아지트 맞은편에 위장가게인 치킨집 ‘형제치킨’을 인수하여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는 수원왕갈비통닭을 내놓으며 호시탐탐 현장 급습의 기회만 노린다. 그런데, 아뿔싸! “이집 치킨이 너무 맛있대요” 소문이 나면서 형사 일보다 닭 굽고 서빙하는 데 더 힘을 쏟게 된다. 자, 이제 대한민국 마약반형사와 소상공인 치킨집 사장님의 극한직업 대결이 펼쳐진다.
가끔, ‘마약김밥’, ‘마약떡볶이’, ‘마약피자’ 같이 ‘마약’을 붙인 음식을 만나게 된다. 얼마나 중독성 있게 맛있으면 저런 위험한 홍보를 할까. 그런데, 놀랍게도 이병헌 감독은 ‘마약치킨’을 생각해냈고, 나아가 ‘마약치킨 체인점’으로 스토리를 확장시킨다.
마약반형사의 팀플레이는 프레드 진네만 감독의 ‘프렌치 커넥션’ 못잖다. 마약사범을 잡기 위해 가정의 행복도, 개인의 일상도 포기한다. 물론, 그 반대급부로 ‘직장인으로서’ 대한민국 형사들의 눈물겨운 극한직업 현장을 만나볼 수 있다. 감독은 류승룡과 그 마약반 팀원의 완벽한 역할분담과 적절한 분량확보에 성공한다. 누구 하나 빠지거나 과하지 않게, 완급을 조절하며 잠복수사의 정석을 펼쳐나간다.
물론, 이 영화는 관객들이 기대하는 이병헌 감독의 주특기인 말빨에 더해, 개그적 몸동작과 화끈한 액션의 재미도 넘쳐난다.
‘극한직업’은 지난 연말부터 오발탄을 쏘아온 충무로에서 내놓은 뜻밖의 흥행복병이 되었다. 아마도, 영화사들은 이 영화가 왜 성공했는지 분석하는데 한동안 매달릴 것 같다. 물론, 답은 정해졌다. 완벽한 콤비플레이의 승리라고!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