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는 1937년,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를 필두로 전설적 장편 애니메이션을 잇달아 내놓으며 지구상 최강의 패밀리콘텐츠 기업이 된다. 1989년 <인어공주>를 발표하면서 디즈니는 기존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작품을 내놓기 시작한다. <미녀와 야수>, <알라딘>에 이어 1994년 <라이온킹>을 내놓았다. 세계적인 흥행기록을 세운 이 애니메이션은 디즈니에 의해 뮤지컬 버전이 만들어진다. 1997년 첫 공연을 시작한 이래 20년 동안 공연은 계속되고 있다. 스크린에서 꽃피운 상상력은 무대 위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된다. 그것은 아마도 ‘오프라인’ 디즈니랜드 공연기획력의 DNA가 있었기 때문일 듯. 디즈니의 인터내셔널 튜어 팀이 지난 해 한국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대구공연에 이어 지난 9일부터는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뮤지컬 <라이온킹>은 애니메이션 스토리라인을 그대로 따른다. 아프리카 사바나 프라이드랜드의 심바는 아직은 어린 말썽꾸러기 아기사자에 불과하지만 내일은 사바나를 호령할 초원의 왕자이다. 하지만 곧 삼촌인 스카가 제왕 무파사를 시해하고 심바를 쫓아낸다. 이제 어린 심바는 프라이드랜드에서 쫓겨나, 아버지를 죽음에 내몰았다는 죄책감에 새도우랜드를 방황한다. 하지만 그의 곁에 소중한 친구 티몬과 품바가 나타난다.
뮤지컬 라이온킹에서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너무나 친숙한 캐릭터들이 화려한 분장으로 무대 위에서 살아난다. 공연이 시작되면 사바나의 동물친구들이 프레이드를 펼치듯 객석 통로를 통해 위풍당당하게 나타난다. 거대한 코끼리까지 만나보면서 관객들은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가 결합한 듯한 디즈니의 실력에 감탄하게 된다.
‘라이온킹’의 성공에는 동물분장과 퍼포먼스에 크게 기인한다. <라이온킹>의 연출자 줄리 테이머(Julie Taymor)에겐 흥미로운 백그라운드가 있다. 무대공연과 마임, 분장 등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5년 남짓 인도네시아에서 머물면서 그림자인형극에 매료되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도 등록된 인도네시아 그림자인형극은 ‘와양 쿨릿’(Wyang Kulit)이다. 1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와양 쿨릿은 인형을 조종하며 스토리를 전개하는 그림자극이다. ('와양'은 그림자, '쿨릿'은 가죽을 뜻한다) 줄리 테이머는 인도네시아에 5년 정도 머무르면 와양 쿨릿, 와양 토펭(가면), 와양 고렉(나무) 등을 공부했고, 이를 토대로 ‘라이온킹’의 가면과 캐릭터를 형상화했다.
원작 애니메이션을 화려하게 장식한 엘튼 존의 ‘서클 오브 라이프', '하쿠나마타타', ‘캔 유 필 더 러브 투나잇’ 등이 한스 짐머에 의해 뮤지컬 무대에 맞게 더 화려하고, 더 원색적으로 울려퍼진다. 아프리카 토속악기를 사용한 코러스와 합쳐져 아프리카의 웅장함이 무대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그랬던 것처럼 뮤지컬에서도 ‘용기와 우정, 그리고 책임감’이라는 묵직한 주제가 아프리카 동물과 퍼펫의 움직임 속에서 살아난다.
뮤지컬 ‘라이온 킹’은 3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