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SKY캐슬’은 결방한다. 대신 한국과 카타르의 아시안컵 축구 8강전 경기가 중계된다. 축구중계가 끝나면 KBS 1TV <독립영화관>을 주목하시길. 오늘 방송되는 영화는 이경섭 감독의 <미성년>이란 작품이다. 아직 ‘성년’이 되지 못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감독은 영어제목을 특이하게도 ‘Miss The Train’(기차를 놓치다)로 정했다. 왜 그랬을까. 제목부터 궁금해지는 영화이다.
‘미성년’의 첫 장면은 여주인공 소진(박주희)이 엄마(박소연)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다. 무당인 엄마는 딸이 자신의 뒤를 이어 무당이 되기를 원하지만 딸은 그럴 마음이 전혀 없다. 얼마 뒤 엄마가 죽은 뒤 소진은 이제 엄마의 숨결과 흔적이 남은, 퇴락한 시골집을 영원히 떠날 채비를 한다. 기차를 놓친 뒤 집에 돌아오니 웬 남자(정희태)가 다짜고짜 자신의 잃어버린 아이를 찾아달라고 매달린다. “당신만이 우리 애를 찾아줄 수 있다”고. 소진이 그 남자를 피해 허름한 집으로 피한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더 이상한 남자(권율)를 만난다. 수제초콜릿을 만드는 그 남자는 소진을 연주라 부르며 애인처럼 대한다. 소진은 이해할 수 없는 두 공간의, 두 상황에서 혼란스러워한다.
영화는 얼핏 보면 신내림이라는 운명을 타고난 한 소녀가 그 운명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다가 기어이 그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이경섭 감독은 그런 ‘무녀도’식 이야기에 마치 타임슬립이라도 하듯 시공간을 오가며 판타지 장르로 이끈다.
관객들은 소진이 어떻게 될까 조마조마하게 지켜본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마치 ‘식스센스’처럼 이미 죽은 게 아닐까 의심을 갖기도 한다. 감독은 그런 긴장감을 조금씩 키워나가더니 마지막에 등장인물들을 한 곳에 모아, ‘그 운명’을 이야기한다. 감독은 피의 초콜릿과 민속박물관의 전시품, 임신진단킷, 도서관모습 등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나열하며 소진의 운명을 일정하게 몰고 간다. (엄마가 무당인 소진의 가방에는 ‘성경’이 있다.)
영화 <미성년>은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고,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기이한 공간 속에 갇힌 소진의 이야기를 가만히 따라가면 된다. 감독이 말하고 싶은 것은 아마도 ‘미성년’ 소진이 그런 불운한 상황을 겪으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과정을 통해 훌쩍 성장하는, 혹은 각성하는 미성년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박주희, 권율과 함께 안재홍도 출연한다. 안재홍은 소진의 시골마을 오랜 친구를 연기한다. 영어제목 ‘Miss The Train’은 무얼 말할까. 기네스 팰트로가 출연했던 <슬라이딩 도어즈>에서는 팰트로가 지하철을 탔을 경우와 놓쳤을 경우 만나게 되는 운명의 장난을 만나볼 수 있었다. 아마도, 이 영화를 본 경우와 놓친 경우는 차이가 클 듯하다.
<미성년>은 25일(금) 늦은 밤 24시 45분에 KBS1TV 독립영화관을 통해 방송된다. 참, 영화에 등장하는 역은 충남 보령의 청소역이다. (KBS미디어 박재환)